다른 나라 교육 제도를 살펴보는 일은 설레는 일이다. 서로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 자리 잡은 교육 제도는 그 나라의 장래가 달려 있고 인재를 키워내는 일에 관련되어 있다. 200년간 교육 제도가 바뀌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프랑스 교육 제도의 장점과 특징을 살펴보는 일은 우리 교육 제도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미래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을 키워내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고등학교 다니고 바칼로레아 시험을 통과해 대학을 경험했다. 불어라는 생소한 외국어 앞에서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공부했기에 누구보다도 더 프랑스 교육에 대해 실제적으로 이야기한다. 프랑스 고등학교 수업에서는 점수를 몇 점 더 얻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수업은 교과서 없이 미리 예고한 작품을 통해 토론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에 만연되어 있는 학원식 선행학습과는 차원이 다른 공부법이다. 선생님이 다음 수업에 필요한 책을 읽지 않고서는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가 프랑스 고등학교라고 한다.
바칼로레아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이미 프랑스식 대학 입학능력 제도인 바칼로레아를 적용하는 고등학교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공부할 줄 아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바칼로레아다. 단순히 문제를 풀고 맞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서로의 생각의 다름을 수업 속에서 발견하고 내 생각과 의견을 조정해 가는 수업을 통해 대학교에서 수학할 능력을 검증받는 것이 바칼로레아다.
다양한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프랑스라고 하지만 프랑스에서도 우리처럼 학연과 서열이 존재한다. 특히 프랑스 엘리트층이 다니는 학교 그랑제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함께 부모들의 열심히 필요하다고 한다. 선택은 본인이다. 일반 대학교를 갈지 직업전문학교를 갈지 아니면 명문 학교를 갈지의 선택은 본인에게 달려 있고 본인이 책임을 진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프랑스는 대학교에 들어가기는 쉬워도 졸업하기는 어렵다. 대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외모를 치장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학문 탐구에 집중한다고 한다. 이 부분이 참 부러운 모습이다.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공부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이 없어야 하지 않겠나. 대학이 취업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고 자신의 삶의 서열을 결정하는 마지막 관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누구나 대학을 들어갈 수는 있지만 대학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통해 삶의 진로를 결정하고 미래 사회의 인재로 거듭나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유를 보장하되 교사의 수업권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는 프랑스의 교권 문화도 눈여겨본다. 다만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교사는 선망의 직업이 아니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아이들에게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_100쪽
그래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연필이 아닌 볼펜을 사용하게 한다고 한다. 틀린 것은 밑줄을 쫙쫙 긋고 다시 쓰도록. 틀린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몸에 배게 한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이 몇 점을 맞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관심은 내 점수다.
진정한 설득은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 아닌, 문제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_109쪽
토론 배틀이라는 말이 있을 수 없다. 토론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