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다왕문경] 9. 열반의 경지
“존자 나가세나여! 열반은 오로지 안락한 경지인 것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괴로움이 섞여
있는 것입니까?”
“대왕이여! 열반은 오로지 안락한 경지입니다. 괴로움은 섞여있지 않습니다.”
“존자 나가세나여! 나는 열반은 오로지 안락하다는 그 말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나는 이것
에 대하여 ‘열반은 괴로움이 섞여 있다’라고 주장합니다. 더구나 내가 ‘열반은 괴로움이 섞여
있다’라고 이해하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존자 나가세나여! 열반을 구현하는 모든 사람들은 몸과 마음에 힘들고 괴로움이 있으며, 서
있거나 걸어다니거나 앉거나 눕는 일과 먹는 것에도 억제해야 할 것이 있고, 또한 수면을 억
눌러야 하며,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다스리고, 재산이나 곡식, 사랑하는 친척이나 친구를 버
립니다. 그렇지만 세간에서 행복한 사람이나 행복을 완전하게 갖춘 사람은 모든 다섯 가지
욕망에 의해서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합니다.
즉 첫째로 그들은 눈이 언제라도 기뻐하는 여러 가지 길상스러운 모습을 갖춘 빛깔이나 형
체에 의해서 눈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합니다. 둘째로 그들은 귀가 언제라도 기뻐하는 노래
나 음악이 지닌 갖가지 길상스러운 모습을 갖춘 음성에 의해서 귀를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합
니다. 셋째로 그들은 코가 언제라도 기뻐하는 꽃이나 과일, 잎, 나무 껍질, 골수가 갖는 갖가
지 길상스러운 모습을 갖춘 향기에 의해서 코를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합니다. 넷째로 그들은
혀가 언제나 기뻐하는 딱딱한 음식, 부드러운 음식, 미끈거리는 것(꿀의 종류), 마실 거리, 기
호 식품이 갖는 갖가지 길상스러운 모습을 갖춘 맛에 의해서 혀를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합니
다. 다섯째로 그들은 몸이 언제나 기뻐하는 유연하거나 미묘하고 부드러운 여러 가지 길상스
러운 모습을 갖춘 접촉에 의해서 몸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합니다. 여섯째로 그들은 뜻이 언
제나 기뻐하는 선과 악, 깨끗함이나 깨끗하지 않은 것에 관한 여러 가지 성찰과 고찰에 의해
서 뜻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런 눈 · 귀 · 코 · 혀 · 몸 · 뜻의 즐거움을 버리고, 파기하고, 끊고, 멈추고, 억
제하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당신의 몸도 괴롭고 마음도 괴로움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당신
의 몸이 괴롭힘을 당할 때 신체적인 괴로움의 감수를 느끼고, 마음의 괴롭힘을 당할 때 심적
인 괴로움의 감수를 느낍니다. 유행자 마간디야조차도 세존을 비난하면서 ‘도인(道人)인 고
타마는 중생의 살해자’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바로 이런 까닭에 나는 ‘열반은 괴로움이 섞
여 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열반은 결코 괴로움이 섞여 있지 않습니다. 열반은 오로지 안락합니다. 그런데
그대가 ‘열반은 괴로움이다’라고 말한 그 ‘괴로움’이라는 것은 열반이 아니며 바로 열반을 실
증하는 앞의 단계일 것입니다. 이것은 열반을 구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 이어서 -
첫댓글 사두 사두 사두. ()
사두 사두 사두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