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변경을 하면서 얼굴 화장을 고쳤다. 쉐보레의 새로운 전기차 패밀리룩이 등장한다. 이전에 사용했던 듀얼 포트 그릴을 삭제했다. 그릴이 없어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전면부는 날카로운 디자인의 헤드램프가 보완한다. 가로로 길게 뻗은 주간주행등에는 시퀀셜 타입의 방향지시등을 더했다. 이전 모델에 적용한 벌브 타입의 방향지시등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느껴지는 차이점이다. 헤드램프 역시 프로젝션 타입의 LED를 사용해 야간 시야까지 확보했다.
측면은 큰 변화가 없다.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형상의 18인치 신규 휠이 적용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측면 유리창을 따라 블랙 하이그로시를 덧대 마치 지붕이 떠있는 듯한 느낌의 플로팅 타입 루프를 적용했다.
후면부 역시 테일램프 형상을 매만졌다. 모든 전구를 LED로 변경한 점이 눈에 띈다.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브레이크등은 범퍼에 위치한다. 차이점은 LED로 적용한 점과 방향지시등과 브레이크등을 통합한 점이다. 콜로라도, 임팔라 등과 마찬가지로 방향지시등이 빨간색이다. 블랙 보타이(쉐보레 로고)를 적용, 디자인 일체감을 높였다.
외장색은 딱 3가지다. 퓨어 화이트, 미드나이트 블랙, 아이스 블루다. 유채색이 사라진 점은 아쉽지만 국내 소비자의 선택 비율이 높은 색상은 여전히 판매한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오면 새롭게 적용된 품목이 곳곳에 발견된다. 먼저, D컷 스티어링휠이다. 이전 모델에 적용된 스티어링휠에 비해 구성과 디자인이 한결 간결하다. 스티어링휠에 적용된 버튼들은 직관적이고 사용이 편리하다. 스티어링휠 좌우 뒷 편에 마련한 버튼들을 조작해 볼륨이나 이전곡, 다음곡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왼쪽에만 붙어 있는 패들 시프트다. '리젠 온 디맨드(회생제동)'라는 기능을 관장한다.
센터페시아 구성이 이전과 달리 세련돼졌다. 8인치 풀디지털 계기반은 이전과 동일한 구성, 안에 보여지는 정보는 다양하다. 원하는 정보를 한 눈에 보기 쉽게 표시해준다.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10.2인치로 몸집을 키웠다. 보기 좋게 정렬한 메뉴들은 큼직하다. 전기차답게 전용 메뉴도 마련했다. 에너지 흐름도를 보거나 어떤 기능에 배터리를 소모하고 있는지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다. 40만원을 추가하면 내장 네비게이션 장착도 가능하다. 공조기 조작부는 물리버튼으로 구성된다. 운전 중에도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조작이 가능하다. 1열과 스티어링휠에 제공되는 열선도 여기서 조작한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도 마련해 편의성을 높였다.
이전 전자식 기어 레버는 버튼으로 바뀌었다. 버튼식의 단점인 애매한 조작감을 해결하기 위해 P와 N은 누르는 방식, R과 D는 당기는 방식이다. 오조작에 따른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구성이다. 버튼 기어 뒤로 생소한 버튼이 하나 위치한다. 회생 제동을 강하게 걸어 원페달 드라이빙을 켜고 끌 수 있는 기능이다. 사용 빈도가 높은 버튼을 직관적인 위치해 배치했다. 왼쪽에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자리한다. 센터 콘솔 아래로 꽤 넓은 수납 공간이 숨어 있다. 작은 핸드백정도는 충분히 수납이 가능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만큼 실내 공간은 수치에 비해 여유롭게 느껴진다. 신장 179cm의 기자가 2열에 앉으면 무릎에 주먹 하나 이상을 세워 넣을 수 있다. 머리 공간은 주먹 하나가 간신히 들어간다. 대신, 바닥이 평평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1열보다 2열을 높게 배치해 탑승객의 시야를 확보한 점도 좋다. 다만, 편의장비는 아쉬운 편. 센터 콘솔 뒷 편에 마련한 USB-A타입과 C타입 충전 포트가 전부다.
트렁크는 눈으로 보이는 것에 비해 활용도가 높다. 트렁크 아래에 있는 판을 들어 올리면 숨겨진 공간이 나온다. 이 상태에서 405L의 적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6:4로 폴딩되는 2열을 접으면 최대 1229L까지 공간이 확장된다. 평평하지는 않지만 부피가 큰 짐이나 긴 짐을 수납하기는 적당한 공간이다.
운전석에 앉으니 이전 볼트EV와 유사한 시트 포지션이 연출된다. 다소 높아 넒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두터운 A필러를 두 갈래로 나눠 사각지대를 최소한 점도 좋다. 150kW 급 전기모터는 앞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6.8초로 빠른 편에 속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66kWh 용량의 배터리는 차체 바닥을 가득 채운다. 완전 충전시 주행거리는 414km로 이전 모델과 동일하다. 한 때 국내 판매하는 전기차 중 최장거리를 갈 수 있는 모델이었던 만큼 넉넉한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답답함은 없다.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도 순조롭다. 원페달 드라이빙 버튼을 누르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니 급격하게 속도가 줄어든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완전 정지까지 가능하다. 고속 주행보다 막히는 시내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원 페달 드라이브가 어색하다면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간단하게 해제된다. 일반적인 주행상황에서도 회생제동은 약하게 개입한다. 순간적으로 강한 회생제동이 필요하다면 스티어링휠 왼편 뒤에 위치한 리젠 온 디멘드 패들 시프트를 꾸욱 당기면 된다. 단 번에 강한 회생 제동이 개입해 차량의 속도를 늦춘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패들을 당기는 것만으로 정차까지 가능하다.
부분변경을 거치기 전 볼트EV는 서스펜션이 말썽이었다. 과속 방지턱이나 불규칙한 노면을 만나면 신경질적으로 충격을 되돌려줬다. 정제되지 않은 진동은 고스란히 승객의 몫이었다. 부분변경 모델은 확실히 다르다. 승차감에 둔감한 운전자도 쉽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하게 개선했다. 속도를 높인 채 과속방지턱을 넘어도 부드럽게 진동을 상쇄한다. 서스펜션에 적용된 스프링과 댐퍼 등을 국내 사정에 맞춰 튜닝한 덕이다. 바닥에 깔린 무거운 배터리도 승차감에 한몫한다.
이전 모델과 동일하게 타이어는 미쉐린의 에너지 세이버다. 스포츠 주행과는 거리가 먼 에코 타이어다. 개선된 서스펜션을 마주하니 문뜩 코너링 실력이 궁금해졌다. 전장과 휠베이스가 각각 4140mm, 2600mm로 짧은 편에 속한다. 그만큼 회전 반응이 즉각적이다. 이전 모델에서는 예민한 반응이 부담스러웠다면 이제는 재미로 다가온다. 코너에 머리를 깊숙하게 질러 넣으면서 공략하는 ‘맛’이 있다. 에코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어 금새 비명을 지르지만 거동은 여유롭다.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피곤이 몰려왔다. 180만원의 테크 패키지를 선택하면 딸려오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 방지 보조 기능을 활용할 기회다. 앞 차와의 간격은 총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원하는 속도로 설정을 하니 유연하게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한다.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은 차선 중앙을 유지하진 않지만 쓸모가 있다. 차선을 벗어 날 것 같을 때 앞머리를 쓱 안 쪽으로 밀어 넣는다. 이것만 해도 운전의 피로도는 꽤 준다.
볼트 EV는 4130만원 프리미어 단일 트림이다. 선택 사양은 180만원의 테크 패키지와 40만원의 네비게이션 시스템 두 가지다. 테크 패키지는 가격이 높은 만큼 장착되는 장비가 쏠쏠하다. 먼저, 앞서 언급한 운전자 주행보조 장비가 탑재된다. 이 외에도 보스 사운드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사라운드 뷰 카메라, 전방 충돌 경고, 전방 거리 감지, 저속 자동 긴급 제동 등의 기능이 추가된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보조금은 풀로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기준 900만원이다. 이에 따라 기본 트림 기준 실구매가는 3230만원, 풀옵션 모델은 3450만원이다.
볼트EV는 넉넉한 주행거리와 단단해진 하체, 부족함없는 편의안전장비 구성, 크기에 비해 넉넉한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한층 스포티해진 외관도 매력 포인트.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를 찾는다면 볼트EV가 최적의 선택지다.
한 줄 평
장점 : 합리적인 가격과 주행거리, 승차감도 좋아졌다..왕좌로 복귀했다
단점 :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히트펌프를 넣었더라면…
볼트 EV
모터방식
영구 자석형 동기 모터
배터리
66kWh
전장
4140mm
전폭
1765mm
전고
1595mm
축거
2600mm
공차중량
1640kg
최대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
완충 시 최대주행거리
414km
시승차 가격
435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