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위원회 구성부터 난항 낙 “가격연동제 원칙 지켜야” 유 “차등가격제 도입땐 협조”
원유가격 산정체계에 대한 낙농가와 유업체간 입장차로 올해 원유기본가격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원유기본가격은 매년 5월말 통계청이 발표하는 농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를 토대로 결정된다. 통계청이 내놓은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이면 해당 연도에, ±4% 미만이면 2년마다 생산자인 낙농가와 수요자인 유업체 관계자가 협상을 통해 가격을 정한다. 양측 합의안이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과하면 조정가격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통계청은 5월24일 2021년 우유 생산비를 전년 대비 4.2%(34원) 증가한 1ℓ당 843원으로 발표했다. 원유기본가격 산출식에 따라 올해 1ℓ당 47∼58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한 셈이다.
이를 위해 낙농진흥회는 낙농가와 유업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원유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 ‘원유의 생산 및 공급 규정’에 따라 통계청의 발표 후 1개월 내에 협상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2020년엔 5월말 1차 위원회를 시작으로 협상이 8차까지 이어졌을 정도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문제는 올해의 경우 위원회 구성 자체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산자 측은 이미 협상위원 추천을 마쳤지만 유업체 측이 두차례에 걸친 낙농진흥회의 위원 추천 요구에 모두 무응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유기본가격 협상에 온도차가 발생한 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낙농제도 개편 시도와 관계가 깊다. 정부는 올초 현재의 생산비 연동제에서 벗어나 원유가격을 음용유와 가공유로 차등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낙농가들이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이고, 한국낙농육우협회가 국회 앞 천막농성을 현재까지 지속하는 등 강하게 반발해 개선안 도입 시도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지지해온 유업계는 낙농제도 개편이 답보하고 있는 한 원유기본가격 협상에도 불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현행 낙농제도 변경이 전제돼야 원유기본가격 협상에도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생산자 측은 유업체들이 원유가격연동제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유가공협회가 제도 개편을 핑계로 낙농진흥회 규정에 의거한 가격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유가공협회가 낙농가 요구를 무시한다면 납유 거부 등 2차 강경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낙농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편과 별개로 현행 제도는 연동제인데 유업계가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배합사료가격을 비롯한 각종 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 원유기본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낙농진흥회는 협상 위원회 구성을 위한 향후 대응방안을 내부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생산자와 수요자간 가격 협상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양측이 양보할 수 있는 여지를 찾아 타협점을 마련한다면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거나 낙농제도 개선 틀을 다소 변경하는 등 방안을 통해 현재의 교착상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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