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28)가 텍사스의 에이스가 되는 길을 택했다. CBS스포츠라인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박찬호와 텍사스가 계약기간 5년, 총 연봉 7,000만달러(910억원)에 사인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계약기간 4년에 6,000만달러 조건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텍사스 구단은 아직 이를 공식 발표하진 않았다. 그러나 CBS는 박찬호와 재계약을 저울질하던 LA 다저스가 노모와 계약기간 2년 1400만달러에 계약할 예정이며 이날 신체검사를 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신체검사는 계약전 단계로 다저스의 노모영입이 확정됐음을 뜻한다. ESPN도 다저스가 노모와 계약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 CBS 스포츠 라인의 보도는 확실한 특종으로 판단된다.
이로써 박찬호는 94년부터 몸담아 온 다저스와 이별을 고하게 됐다. 박찬호는 평균연봉 1,400만달러을 받게 돼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1,545만달러) 마이크 햄턴(콜로라도·1,512만달러) 케빈 브라운(LA 다저스·1500만달러) 마이크 무시나(뉴욕 양키스·1475만달러)에 이어 메이저리그 투수연봉 랭킹 5위에 올라서게 됐다. 올시즌 박찬호의 연봉은 990만달러. 박찬호는 비록 투수최고 몸값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올시즌 FA시장에 몰아닥친 ‘한파’를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연봉을 받아낸 셈이다.
박찬호의 텍사스행은 두 사람의 큰 결단으로 이뤄졌다. 첫째는 박찬호 자신의 결단이고,두번째는 텍사스의 큰손 톰 힉스 구단주의 배포를 들 수 있다.
박찬호는 내심 뉴욕의 두 구단(양키스,메츠)이나 다저스를 원한 듯하다. 그러나 올 FA시장이 한랭기류에 휩싸이면서 박찬호의 비싼 몸값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텍사스는 박찬호와 별다른 연고가 없는 낯선 팀. 그러나 위의 세 구단 중 하나를 택하면 박찬호는 당분간 2인자의 자리에 만족해야 한다. 클레멘스,알 라이터(메츠),케빈 브라운(LA)의 위치가 워낙 단단하기 때문이다.
텍사스를 선택하면서 박찬호는 당장 팀의 에이스가 된다. 또 텍사스는 올시즌 팀타율 AL 3위(.275) 홈런 1위(246개) 타점 3위(844개)의 막강한 공격력을 갖춘 팀이다. 반면 팀방어율 최하위(5.71)의 빈약한 투수진 탓에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따라서 다저스에서 득점지원을 받지 못해 번번이 아쉬운 승을 놓친 박찬호는 두 명의 로드리게스를 비롯 팔레미로,케플러,에버렛 등 강타자들의 든든한 화력을 등에 업을 수 있게 됐다.
텍사스는 내년 팀연봉 총액을 올해 수준(8,400만달러)에 동결할 방침이었다. 박찬호 영입전에 이미 한계선에 도달했다. 힉스 구단주만이 이 마지노선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따라서 박찬호의 영입에는 그의 결단이 한몫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