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국어 혼돈 스토리
-조앙
인터넷 뉴스에 "국내로 유입되는 '차이나 머니(중국계 자금)'가 급증, 최근 5년 만에 44배로 불어났다." 라는 기사를 읽으며 오래전 자주 중국을 찾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은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갈 수가 없지만 전에 중국에 갈 때마다 특히 중국어를 몰라서 허둥대던 때가 떠오르며 얼마 전 서울역 롯데마트에서의 정경이 오버랩 된다.
그날 인사동에서 점심 모임이 있어 잠깐 갔다가 대전에 오기위해 서울역으로 와서 물을 사려고 역사에 있는 롯데마트로 갔다. 그런데 매장 곳곳에 일본인, 중국인들이 쇼핑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들 대부분이 어디론가 이동 중에 잠시 들어온 것으로 약간의 먹을 것을 산 후 출구를 몰라서 허둥대는 것을 보니 새삼 오래전 내 생각이 나서였다. 몇몇은 머뭇대다가 차도로 나오자 경비원이 급히 달려가서 손짓으로 그곳이 아니라며 다른 곳으로 지시를 해도 미처 알아듣지 못한 듯 고개만 갸우뚱 대던 그들.
언젠가 나도 중국 심양(沈阳)에 여행 갔을 때 언어소통 때문에 무안했던 일이 잊혀 지지 않는다. 심양 시타(西塔)에서 일행들과 점심 식사 후, 몇 명은 대련으로 가기 위해 짐을 가지러 호텔로 향했고, 남은 일행 몇 명과 함께 나는 대형 도매시장인 오애시장으로 향했다. 길도 익힐 겸 시내버스를 타보고 싶던 터에 마침 제의를 했더니 다들 찬성하여 인근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표지판이 중국어로만 쓰여 있어서 어느 방향 노선버스를 타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끼리 한참동안 머리를 맞대고 이 방향이라는 둥 저 방향이라는 둥 궁리하다가 옆에 서있는 행인한테 버스 노선을 물었다.
그동안 틈틈이 습득한 중국어를 발휘할 기회이기도 해서였다. “칭원, 워스 한꾸어 런, 쭈오 지루처 크이취 우아이스창?" 성조는 아예 생각지도 못한 채 단어만 간략하게 묻자 그는 나를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맞은 편 정류장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에서 263번 타세요." 아니, 그는 더듬대는 나의 중국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유창한 한국말로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참나, 한국말을 할 줄 알면 진즉에 알려 주던지! 내가 중얼중얼 하자 일행들도 웃으면서 한마디씩 했다. "심양은 조선족이 많아서 말조심 해야겠어요."
외국인과의 언어소통 문제는 국내에서도 흔히 있는 일인 것 같다. 지난 해 8월15일 교황 방한,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교황님 미사 집전하실 때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나는 그날 영어 통역안내원으로 자원봉사를 자청, 행사에 갔었다. 안내데스크에는 우리말 안내원 4명과, 영어, 일어, 중국어 통역 각 1명 씩 배치되어 안내하는데 너무나 놀라웠던 건 외국인 중에도 중국인이 특히 많아서였다.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도 많았지만 교황님을 보기 위해 그 전날 한국을 찾은 중국인도 많았다.
입장객이 거의 다 입장하고 한산할 즈음 일어, 중국어 통역원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였는데 중국인처럼 보이는 젊은 남성이 다가와서 영어로 “티켓?” 이라고 물었다. 내가 영어로 되물었다. 그가 영어를 하기에. "아유 차이니스?" 그러나 그는 알아듣지 못했는지 머리를 긁적거리는 시늉을 했다. 다시 일본인이냐고 물었다. "아유 재패니스?" 역시 못 알아들었다. 아무리 봐도 중국인 같았는데 중국인이 아니라고 하니까 속수무책.
티켓 창구가 길 건너편에 있으니까 그리로 가면 된다는 말 정도는 내가 중국어나 일본어는 가능하기에 알려주려고 했는데 중국인도 일본인도 아니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영어는 "티켓" 이라는 말만 하는 것 같고. 뒤에 앉아있던 대전시청 관련자 분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는 수없이 볼펜과 종이를 꺼내서 약도를 그려주고 손짓으로 그쪽을 알려주면서 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머리를 탁 쳤다. 아뿔싸, 그에게 내가 영어로 물어본 것이었다. 중국인이냐고 물을 때는 중국어로 "니스 쫑꾸어런?" 이라고 말했어야했는데 말이다! 일본인이냐고 물을 때도 일본어로 "니혼진 데쓰까?“ 라고 물었어야 했는데, 영어로 일본인이냐고 물어보았으니 그가 알 턱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듯 외국인을 대할 때는 외국에서는 물론이고 국내에서조차도 언어 소통에 깜박 혼돈 하는 것 같다. 틈틈이 외국어를 익혀서 넓은 세상을 향해 시야를 좀 더 넓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첫댓글 나중 중국에 심양 여행 가게되면 조선족 사람들이 많다는걸 참고로 해야겠네요..중국인 이시냐고 물을땐 중국어로~
일본인 이시냐고 물을땐 일본어로~
당연 한줄 알면서 깜빡잊고 자주 혼돈 하는듯해요...
외국어는 많이 알면 알아두면 둘수록 플러스 되는면이 많으니 틈틈히 익혀두면 유익할듯 싶네요^^
교훈 주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네, 눈내리는겨울밤님 덕분에 좋은밤 보내고
지금은 즐거운 금욜 아침 맞이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참조할게요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