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대신 미생물로 잔디 관리… 제주도, 친환경 골프장 늘린다
에코랜드골프장 친환경 관리 화제
농약 미사용 골프장으로 공식 인증
제주도, TF 구성해 지원방안 마련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미생물과 천연 제제로만 잔디를 관리하고 있는 제주시 조천읍 에코랜드골프장을 사례로 해서 제주지역에 친환경 골프장을 확대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임재영 기자
26일 오후 3시경 제주 제주시 조천읍 에코랜드골프장 비치코스 9번홀. 골퍼들이 홀을 빠져 나간 뒤 코스 잔디 관리를 위해 작업 인부들이 투입됐다. 그린에서는 병에 걸린 잔디를 일일이 걷어내고 보수했다. 페어웨이에서는 토끼풀 등 잡초를 제거한 자리에 장비를 동원해 천일염을 뿌리는 작업이 이어졌다.
일반 골프장에서는 농약을 사용해 잡초를 제거하지만 이 골프장은 사람의 손과 천연 제제로 해결하고 있다. 천일염은 잡초 뿌리까지 없애지 못하지만 광합성 작용을 방해해 잡초 서식지 확장을 막아준다.
그린 잔디에 신선한 공기를 넣어주기 위해 구멍을 내는 통풍 작업도 일반 골프장보다 두 배가량 많이 한다. ‘무(無)농약 골프장’이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무농약 골프장을 고집한 덕에 지금은 미꾸라지, 개구리 등이 연못에 터를 잡았고 코스 주변에는 야생의 양하, 초피나무 등이 자라는 등 식물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문성희 에코랜드 코스팀장은 “장마철 높은 습도 등으로 잔디 병해충이 발생하면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서 잔디의 내성을 키우면서 예방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코랜드골프장은 2009년 10월 개장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잔디관리를 선언했다. 갈색잎마름병, 동전마름병 등으로 잔디가 대부분 말라 죽는 바람에 무농약 관리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식물에서 추출한 값비싼 미생물 제제를 투입하면서 견뎌냈다. 그 덕분에 지난달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농약 미사용 골프장으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16일 에코랜드골프장을 방문해 운영 현황을 살펴본 뒤 제주에 친환경 골프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도내 많은 골프장을 친환경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지하수 문제의 해답을 찾기 어렵다”며 “친환경 골프장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다른 골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과 인센티브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최근 ‘지속가능한 친환경골프장 조성 전담조직(TF)’을 구성했다. TF는 △제주도-골프장 간 수질관리, 경관, 청정 이미지 등을 위한 공동 노력 △골프장 운영주체 참여 및 관리자 네트워크 구성 △해외 사례 검토 △골프장 관련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친환경 골프장 조성에 따른 정책·기술적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한다. 골프장 농약 사용량 등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농약 사용 저감 방안을 모색하고 친환경 골프장 전환을 위한 공감대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친환경 또는 유기농 골프장은 199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농약 사용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시도하면서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매사추세츠주 비니어드골프장이 2002년부터 유기농으로 관리해 최초의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 골프장 관리를 위해서는 잔디 깎기, 관수(灌水), 토양, 미생물 제제, 천연추출물 제제, 천적 등이 핵심 사항으로 꼽힌다.
제주도 관계자는 “듬성듬성한 골프장 잔디에 대해 불평하다가도 친환경 관리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해하는 골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코스 디자인과 관리, 시설과 서비스, 경관, 접근성 등 명품 골프장 선정 기준에 친환경이 포함되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