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을 낮춰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약 스타틴(Statin)을 개발하는 데 앞장선 일본 약학자 엔도 아키라가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 약은 수백만명의 목숨을 구해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 발견에 필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영국 BBC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그 역시 알렉산더 플레밍 박사의 페니실린 발견에 고무받아 새 약을 찾아내기 위해 곰팡이와 버섯을 연구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렇게 해서 1973년 엔도 교수는 심장질환과 심장마비 위험을 줄여주는 첫 번째 콜레스테롤 감소 합성물을 찾아냈다.
영국심장재단의 수석 과학 및 약학 책임자인 브라이언 윌리엄스 교수는 고인을 "돋보이는 과학자"라며 "스타틴 약 개발에 진정한 선구자였다"고 추모했다. 그는 이어 스타틴 약이 개발됨으로써 심장질환과 심장마비 예방에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며 "과거 몇년 동안 그렇게 극적인 영향력을 미친 약물 치료법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밍 박사와 달리 엔도 교수는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놀랍게도 콜레스테롤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아내는 작업을 시작하고 많고도 많은 수백만명에 혜택을 안기고 목숨을 구해낸 치료법을 제공한 남성이 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현재 심장마비를 일으킨 적이 있는 사람과 심장질환과 심장마비 고위험 환자에게 스타틴 약물을 처방한다. 이 약물은 영국에서만 매년 수천명의 목숨을 살리며 세계적으로 훨씬 많은 이를 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콜레스테롤은 지방성 물질로 주로 간에서 생성되며 혈액을 통해 옮겨진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약간의 콜레스테롤이 필요하지만, '나쁜'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으면 동맥을 막히게 해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하지 못할 수 있다. 스타틴 약물들은 혈액 속의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춰 혈관 속에 지방성이 쌓이지 않게 해준다.
엔도는 1933년 일본의 농촌에서 태어나 도코후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했다. 1973년 도쿄에 있는 산쿄 제약회사에서 일하던 중 대단한 발견을 했다. 몇년 동안 수천 개의 버섯을 연구한 결과였다. 처음 발견한 합성물은 독성 때문에 환자들에게 투여하기 힘들었다. 해서 다른 제약회사들이 비슷한 합성물을 찾아내려고 노력했고, 1987년 9월 로바스틴이 미국에서 임상 이용 승인을 얻어냈다.
버섯은 인류에게 가장 소중한 약물 몇 가지를 제공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항생제 페니실린이다. 1928년 플레밍 박사가 우연히 찾아냈는데 휴가를 다녀와서 보니 박테리아를 담아놓은 페트리 접시 위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그는 곰팡이가 박테리아 성장을 억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화학물을 만들어낸다고 봤다. 이 물질이 페니실린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와 닮은 꼴로 버섯 추출물인 시클로스포린(cyclosporine)은 1970년대 발견된 이래 면역 억제제를 혁신적으로 바꿨다. 기증받은 장기들을 인체가 거부하는 일을 막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