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프리츠 오르트만(Fritz Ohrtmann)의 소설 《곰스크로 가는 기차》 (원제: Reise nach Gomsk)
이 작품은 인생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을 다룬 짧은 단편 소설로, 한국에서는 90년대 대학가에서 복사본으로 퍼지며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1, 2]
## 🚂 주요 줄거리 및 주제
* 이상향 '곰스크': 주인공인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들은 꿈의 도시 '곰스크'에 도달하는 것을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자 운명으로 믿고 자랍니다.
* 현실과의 충돌: 결혼 후 전 재산을 털어 아내와 함께 곰스크행 기차를 타지만, 도중에 내린 작은 마을에서 기차를 놓치게 됩니다. 아내는 그 마을에 안주하기를 원하고, 주인공은 다시 떠나려 하지만 생계 문제, 아이의 탄생 등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혀 결국 그 마을에 정착하게 됩니다.
* 운명과 선택: 세월이 흐른 뒤, 마을의 전임 교사는 주인공에게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라는 말을 전합니다. 곰스크에 가지 못한 것이 실패가 아니라, 매 순간 주인공이 내린 선택들이 모여 지금의 삶(운명)을 만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1, 2, 3, 4, 5]
## 📚 도서 정보
* 작가: 프리츠 오르트만 (Fritz Ohrtmann)
* 출판:《곰스크로 가는 기차》라는 제목의 소설집으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기타: MBC 베스트극장에서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많은 독자들에게 '인생 소설'로 꼽히는 스테디셀러입니다. [1, 6, 7, 8]
프리츠 오르트만은 주로 독일 북부 해변 지방인 프리슬란트의 풍경과 인간의 서정적인 내면을 다룬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국내에는 《곰스크로 가는 기차》 외에 개별 단행본으로 출간된 경우는 드무나, 주요 소설집과 수록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럼주차》(Tee mit Rum): 그의 대표적인 소설집으로, 고향인 프리슬란트 해변의 모래언덕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정겨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여러 색깔 유리잔》(Bunte Gläser): 인생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한 장편 소설입니다.
《벽은 없다》(Es gibt keine Mauern): 사후에 출간된 시집으로, 그의 서정적인 문학 세계를 잘 보여줍니다.
소설집 《곰스크로 가는 기차》 내 수록 단편:
철학자와 일곱 곡의 모차르트 변주곡: 삶의 철학적인 고민을 잔잔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붉은 부표 저편에: 작가의 해양 정서가 잘 드러난 단편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철학적 배경은 '실존주의적 선택과 운명'에 대한 통찰입니다. 이 작품은 흔히 "우리가 도달하지 못한 꿈이 실패인가, 아니면 지금 살고 있는 이 현실이 곧 나의 선택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1. 운명은 선택의 누적이다
작중 노교사의 입을 빌려 전하는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이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다"라는 문장이 주제를 관통합니다. 주인공은 기차를 놓친 것이 '우연'이나 '사고'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매 순간 마을에 머물기로 결정한 본인의 선택이 모여 지금의 삶(운명)이 되었음을 시사합니다.
2. 이상(곰스크)과 현실(마을)의 이분법
곰스크: 도달해야 할 원대한 목표, 이상향, 혹은 '진짜 인생'을 상징합니다.
작은 마을: 구속, 책임, 생계, 그리고 현재 발을 딛고 있는 '남루한 현실'을 상징합니다.
주인공은 평생 '진짜 인생은 곰스크에 있다'고 믿으며 현재를 '임시적인 삶'으로 치부하지만, 소설은 '지금 여기'에서의 삶 또한 충분히 가치 있는 운명임을 역설합니다.
3. 실존적 허무와 긍정
꿈꾸던 곳에 가지 못한 자의 회한과 허무를 다루면서도, 결국 자신이 뿌리 내린 곳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주어진 삶을 긍정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는 니체의 '아모르 파티(운명애)'와도 맥을 같이 합니다.
4. 시대적 배경 (독일 전후 문학)
작가 프리츠 오르트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혼란기를 겪었습니다. 당시 독일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갈망'과 '파괴된 현실에 정착해야 하는 의무' 사이의 갈등이 컸는데, 곰스크는 그러한 시대적 불안과 희망이 투영된 상징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통째로 바뀌길 바라는 건 어쩌면 또 다른 '곰스크'를 꿈꾸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메이야 님과 너울 님의 말씀처럼, 단 몇 사람이라도 대합실 의자에서 일어나 자기 발밑의 흙을 살피게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요.
소설 속 주인공이 결국 마을에 정착해 정원을 가꾸고 아이를 키우며 '진짜 삶'을 일궈냈듯, 깨달은 소수가 각자의 자리에서 뿌리 내리는 삶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가장 조용한 혁명일 것입니다.
전통이라는 이름의 '뒤집기' 광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개인들이 늘어난다면, 언젠가 세상의 결도 조금은 달라져 있겠지요.
메이야와 너울이의 오늘 대화가 그 소중한 '몇 사람'을 깨우는 귀한 마중물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알찬 대화 나눠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