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파리를 강타하고 있다. 파리의 곳곳이 중국인들로 가득하고, 거의 모든 서점가에는 중국 서적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으며, 중국 영화와 문화 전시회가 줄을 잇는다. 또 신장개업하는 식당은 어김없이 중국 식당이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학술지 `에스피리(Esprit)'를 비롯, 수많은 학술지들이 중국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분석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미국언론의 대중국 시각이 헌팅턴의 `문명충돌론'같은 황화론을 답습하고 있다면, 프랑스 언론들의 입장은 다분히 호의적이다. 출판가에서는 수많은 중국 관련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대학가에선 중국 관련 세미나들이 즐비하다.
어느 곳에서도 정치적으로 중국의 인권같은 민감한 사안을 좀처럼 보기 힘들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자중 한 사람인 프랑스와 줄리앙은 '중국의 보편주의적 철학이 서구사상의 원형인 그리스철학의 보편성과 맥을 함께 한다'며 '유럽은 중국의 철학에서 제국주의적 일방주의(Uniformisme)을 극복하고, 보편주의(Universalisme)을 재현하는 지혜를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중국의 프랑스 상륙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과거의 중국이 신비한 미지의 대상인 반면, 지금은 유럽의 미래를 좌우할 존경의 대상이다.
아마도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과 13억 인구가 갖고 있는 거대 시장의 잠재력 때문일 것이다. 한 예로 톰슨ㆍ지멘스 등 유럽의 대표적 IT 기업들이 최근 중국시장을 겨냥한 중국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유럽의 전자 제품시장은 값싼 중국산으로 넘쳐 난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하게도 유럽의 심각한 일자리 감소 문제는 파묻히고 만다. 프랑스 출신의 파스칼 라미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제조업의 중국 이전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가 중국이라는 거대 신시장 개척의 이점으로 상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럽이 중국을 해외 아웃소싱 파트너이자 미래의 동반자로 삼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 기업과 정치권의 냉철한 자세가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