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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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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10월호와 한라돌쩌귀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157 15.10.13 04:0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생명과 자연과 시를 가꾸는 <우리詩> 10월호(통권 328호)가 나왔다.

주요 목차를 소개하며,

시 몇 편을 옮겨 제주 특산 '한라돌쩌귀'와 같이 올린다.

 

*권두 에세이 : 조창호 ‘실존과 초끈이론’

*신작詩 15인 選 : 차영호 박정래 홍예영 민문자 조경진 조성순 최명률 박동남 최병암 성숙옥 최승아 오명현 정지우 고수민 지관순의 시 각각 2편

 

*기획연재 - 인물시詩 : 이인평 ‘인물시 詩(10)’

*테마가 있는 소시집 : 채 들 ‘강물역’ 외 9편, [시작노트] 거울보기

*시조(時調) 한마당 : 임보 박승류 이재부 박병대의 시조

 

*우리詩 여름시인학교 이야기

           ? 주제발표 [창작론] 나의 삶, 나의 詩(임채우)

           ? 백일장 입상작품 6편

 

*한시한담 : 조영임 ‘불로장생의 선과, 복숭아’

*양선규의 ‘인문학 스프’ : ‘인생의 고단수’

*수필 산책 : 임미리 ‘꽃비’

                  이종숙 ‘둘레길을 걸으며’

 

 

♧ 배풍등(排風藤)이 있던 자리 - 차영호

 

폐교 하늘에 구름 한 장 떠 있다

 

풍금소리 들은 지 오래 되었다 그치?

교실 앞마당 웃자란 나무들이 부스럼딱지를 꼬질꼬질한 빤스처럼 헤집어 보이며

열중 쉬어, 차려를 해본다

 

건너편 산도 열중 쉬어, 차려 따라하며

그늘을 지운다

 

배풍등 빨간 목걸이를 건 구름

시은아, 너만큼 모가지가 길다

 

 

♧ 자소서自紹書 - 박정래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이렇게 저렇게 이렇게 저렇게

쓰디쓴 커피는

손가락을 더듬고

노트북을 열고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나보다 더 나를 모르는 나를

팔려고 내놓는 취준생

기업보다도 더 기업을 모르는 사회에

나가려고 문을 두드리는 졸업생

 

보낼까 말까 보낼까 말까

누를까 말까 누를까 말까

식은 커피는

화면에 응고되어 있고

한 시간째 떠 있는

모 기업 응시원서

 

 

♧ 도시, 밤 12시 - 홍예영

    -소주는 담긴병이 예쁘다

 

리비아 정부군이

맨손인 정부군에 폭격을 하다니

최고의 의료진이 메르스에 당하다니

맥주에 소주는 장엄하게 섞여야 했다

 

인생은 잠깐이고 꿈이 사라지니 외로운 이곳

가수는 푸른 불빛 아래 애절하니

달콤하게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밤바람이 거리를 휘젓고

얼음은 여기저기 떠돌고

설렁탕 국물 후후 불어 사발로 마셔도

이야기는 순서 없이 끊이지 않고

 

시계 바늘은 장난이라도 하는지

열두 시를 넘기고

정신이 그믐이 되니

소주는 담긴 병이 더 예뻤다

 

 

 

♧ 흰말채나무 - 오명현

 

호수에 살얼음이 얼고

밤새 눈이 내렸다

백마는 동 트기 훨씬 전에

호수를 건넜나보다

백마의 발자국은 어디에도 없었으나

백마의 옆구리에 날개가 돋는다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백마의 볼기짝을 차마 후려칠 수 없어

말채는 저만 홀로 붉은 채로

눈발에 묻힌 호수 건너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딸랑딸랑 흰 방울소리가

낮게 깔리어 되돌아오는 듯한데

흰말채나무는 저 혼자 후끈 달아있다

 

 

♧ 상아빛 낙타 - 고수민

 

태양이 할퀸 사하라

굽이 빠진 진통의 신열

 

부종을 앓는 소금산의 등줄기

모래시계로 가라앉는다

 

선인장 가시로 걸으며

검은 베일에 싸인 입꼬리

 

발을 헛디디면

모래밭에 찍히는 붉은 점

 

낙타는 시체가 되어도

이름이 없다

바쳐지는 꽃말도 없다

 

상아빛 바람이 되어

영원히 떠도는,

너의 낙타는 이름이 없다

 

 

 

♧ 개구리밥 - 채 들

 

구름에 뿌리를 내리고 흘러간다

이 물결에도 흔들

저 물결에도 흔들

흘러가면서도 나름 실뿌리 부산하다

 

내게도 뿌리가 있어, 있단 말야

실잠자리 날갯짓 같은 목소리

잘게 물주름 졌다 퍼진다

 

벼포기 사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반딧불이 같은 별 등 삼아

한세월 보내리라 다짐도 하건만

다짐도 무색하게 어깨 밟고 지나가는 소금쟁이

 

몸 비틀어 자신을 꺼내보려 해도

이리저리 물결에 휩쓸려만 갈 뿐

구름에 박힌 발 빼낼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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