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삶의 모든 순간은 하느님을 깊이 체험하는 길입니다. ⠀ 2022/12/14/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 루카 복음 7장 18ㄴ-23절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 ⠀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을 저는 딱히 승부욕이 있진 않은 것 같은데 딱 한 가지,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누군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그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 반대 의견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끝까지 애를 쓰고, 그래도 설득시키지 못하면 며칠 동안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끙끙 앓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십자가의 성 요한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십자가의 요한 성인은 16세기 느슨해진 수도원의 규칙과 해이한 수도자들의 생활을 보면서 이를 개혁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반대자들의 시기로 붙잡힌 요한은 한 수도원의 좁은 다락방에서 반 년 넘게 갇혀 살아야 했습니다. 동료 수도자들에게 모욕과 비웃음을 당해야 했던 요한 성인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나는 옳다고 여기고 행한 일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확신했던 그 일이 반대에 부딪치고 가로막혔을 때 얼마나 큰 좌절을 맛보아야 했을까요? 그러나 요한 성인은 그 좌절의 시기에 오히려 더욱 깊은 하느님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어둔 밤』 『가르멜의 산길』 등의 책도 이때 쓰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내 삶의 모든 순간, 곧 이기고 지고 오해받고 반대당하고 억울한 일을 겪는 그 모든 순간조차도 결국은 하느님을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 박민우 알베르토 신부(서울대교구) 생활성서 2022년 12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