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伽倻山讀書堂(제가야산독서당)
狂奔疊石吼重巒 광분첩석후중만 :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人語難分咫尺間 인어난분지척간 : 지척 에서 하는 말소리도 분간키 어려워라. 常恐是非聲到耳 상공시비성도이 : 늘 시비(是非)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 故敎流水盡籠山 고교유수진농산 :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 버렸다네.
핵심 정리 작자 : 최치원(857-?) 신라 시대의 학자. 경주 최씨(慶州崔氏)의 시조. 자 고운(孤雲), 해운(海雲). 869년(경문왕 9) 13세로 당나라에 유학하고, 874년 과거에 급제, 선주(宣州) 표수현위(漂水縣尉)가 된 후 승무랑(承務郞) 전중시어사내공봉(殿中侍御史內供奉)으로 도통순관(都統巡官)에 올라 비은어대(緋銀魚袋)를 하사받고, 이어 자금어대(紫金魚袋)도 받았다. 879년(헌강왕 5) 황소(黃巢)의 난 때는 고변(高)의 종사관(從事官)으로서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초하여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갈래 : 칠언절구 연대 : 신라 말기 성격 : 서정시 표현 : 대구법, 의인법 구성 : 기승전결의 4단 구성 주제 : 산중에 은둔하고 싶은 심정 의의 : 해동 문동인 최치원의 대표적 한시 출전 : <동문선> 제 19권
시어 시구 풀이 奔(분)-달리다 ,疊(첩)-포개다 ,吼(후)-울다 巒(만)-산봉우리 ,咫(지)-짧은 거리 恐(공)-두렵다 ,盡(진)-다하다, 온 籠(롱)-감싸다 狂奔疊石-첩첩의 바위를 미친 듯이 달림 吼重巒-겹겹의 봉우리를 울림 人語難分-사람의 말소리를 분간하기 어려움 咫尺間-매우 가까운 거리 常恐-항상 두려워 함 是非聲到耳-시비를 따지는 소리가 귀에 들리다 故敎流水-흐르는 물로 하여금~하게 하다. 盡籠山-온 산을 감싸다. 첩첩 바위~울리니 ; 산골을 흐르는 시냇물의 소리를 강도 높게 표현하고 있다. 是非(시비)하는~들릴세라 ; 시비를 일삼는 세상의 소리를 멀리하려는 심적 태도를 표현하고 있다. 짐짓 흐르는~둘러버렸다네 ; 자신의 의도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 시켜 은둔하고자 하는 작자의 목소리를 드러낸 것이다.
작품 분석 기(起) :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 웅장한 물소리를 표현한 것으로 스스로를 인간 세상과 단절시키고자 하는 작자의 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승(承) : 지척에서 하는 말소리도 분간키 어려워라 → 시끄러운 시비 소리가 난무하는 어지러운 세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작자의 내면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전(轉) : 늘 시비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 → 작자의 내면 세계가 직접적으로 표현되었다. 결(結) :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버렸다네 → 물소리는 작자의 내면적 갈등을 함축하고 있는데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켜 고독에 침잠하고자 하는 작자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해와 감상 ▶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은 칠언 절구로, 세상을 등진 서정적 자아의 모습을 잘 그렸다. 기(起)에서는 산골을 흐르는 냇물의 모습과 소리를 묘사했고, 승(承)에서는 그 소리가 사람 사이를 막아 버린다고 했다. 전(轉)에서 서정적 자아의 심적 태도를 드러낸 다음, 결(結)에서는 기,승 2구(句)를 받아 그것이 자신의 의도라고 했다. 기(起)에서의 묘사와 결(結)에서의 마무리가 탁월한 작품이다. 당나라에 유학하여 과거에 급제한 후,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 등으로 중국에서도 문명을 떨쳤던 최치원은 귀국 후 정치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난세를 절망하여 각지를 유랑하던 그는 가야산에 은거하여 여생을 마친다. 이 작품은 이러한 그의 만년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 준다.
▶ 이 작품에는 현실과 뜻이 맞이 않아 고뇌하는 작자의 모습이 잘 형상화되어 있다. 기구와 결구에서는 자연의 물소리를, 승구와 전구에서는 세상 사람들의 소리를 제시하여 서로 대조시키고 있다. 시비의 소리가 난무하는 어지러운 세태, 이를 듣고 싶지 않아 결국에는 물소리를 통해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키고 있다. 현실을 대하는 작자의 의식을 간결한 형식 속에 잘 응축시켜 훌륭히 형상화시키고 있다.
(유명 한시 모음(2) 에서 옮겨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