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빙하 참사는 시작에 불과하다… '300m 메가 쓰나미'가 온다]
눈 덮인 거대한 산봉우리가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영상은 마치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인류가 100년 넘게 뿜어낸 온실가스가 만들어낸 섬뜩한 현실이다. 최근 네팔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들이닥친 돌발 홍수는 화석연료에 중독된 인류를 향해 자연이 던진 명백한 경고장이다.
뜨거워진 지구가 산 정상의 얼음을 녹였고, 그 물이 갇혀 있던 호수벽을 무너뜨리며 평화롭던 산곡 마을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안타까운 희생에 가슴이 아프지만, 전 세계 기후 과학자들의 냉정한 진단서를 펼쳐보면 슬픔에만 잠겨 있을 여유조차 없다. 이번 네팔 참사는 우리가 곧 맞닥뜨릴 전 지구적 기후 재앙의 '아주 작은 서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쏘아 올린 열기가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의 임계점(臨界點)을 속절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가장 먼저 재앙의 초읽기에 들어간 곳은 알래스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알래스카 배리 암(Barry Arm) 빙하 지대에서 향후 수십 년 내에 5억 세제곱미터 규모의 거대한 산사태가 일어날 확률을 매우 높게 경고하고 있다. '300m 메가 쓰나미'가 가능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피오르드 지형의 특수성에 있다. 폭이 좁고 가파른 U자형 계곡에 수억 톤의 빙하와 암반이 추락하면, 갇힌 물의 에너지가 분산되지 못하고 수직으로 치솟는다. 실제로 1958년 알래스카 리투야 만(Lituya Bay)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무려 524m 높이의 물기둥을 만들어낸 역사적 관측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지구온난화로 얼음과 영구동토층이 녹아 지지력을 잃은 암반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면, 초기 파고 300m에 달하는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해 수십 킬로미터 밖의 항만과 해양 인프라, 관광선들을 수 분 만에 지도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시선을 남극으로 돌리면 상황은 인류의 생존과 한층 더 직결된다. 서남극에 위치한 스웨이츠(Thwaites) 빙하, 일명 '운명의 날' 빙하 밑바닥에는 뜨거워진 바다의 심층수가 혀처럼 밀려들어와 얼음을 맹렬히 핥아 녹이고 있다. 진짜 공포는 얇아진 빙하가 유발할 '해양 빙벽 불안정성(MICI)'이라는 연쇄 붕괴 메커니즘이다. 바다로 뻗어 나와 빙하를 버티게 해주던 전면의 얼음 선반이 부서지면, 뒤에 버티고 있던 100m 높이의 거대한 얼음 절벽들이 자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도미노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 과정이 본격화되면 지구 해수면은 단숨에 65cm 상승하고, 인접한 빙하들까지 연쇄적으로 끌고 내려와 최종적으로 3m 이상 해수면을 끌어올린다. 뉴욕, 상하이, 도쿄는 물론 우리의 부산과 인천 앞바다까지 잠기게 되며, 전 세계는 수억 명의 기후 난민과 경제 마비라는 미증유(未曾有)의 사태와 마주하게 된다.
나아가 그린란드 빙상의 융해는 물리적 파괴를 넘어 지구의 '기후 심장' 자체를 멈춰 세운다. 엄청난 양의 차가운 담수가 북대서양으로 쏟아져 들어가면 바닷물의 염분 농도와 밀도가 낮아진다. 적도의 뜨거운 열을 극지로 나르며 가라앉는 지구의 거대한 해수 컨베이어 벨트, '대서양 심층 순환(AMOC)'의 동력을 잃게 만든다. 최신 기후 모델들은 21세기 중반 내에 이 순환계가 붕괴할 위험성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해류가 멈추면 북유럽에는 빙하기급 한파가 몰아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몬순 기후가 교란되어 전 지구적인 식량 파동이 일어난다.
네팔에서 전해진 비극은 결코 먼 나라의 안타까운 뉴스가 아니다. 알래스카의 300m 메가 쓰나미, 남극의 빙벽 연쇄 붕괴, 그리고 그린란드발 기후 심장 마비는 결국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해안 도시와 우리의 식탁,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내일로 밀려올 거대한 파도다.
우리는 수천 년간 안정적인 기후라는 든든한 방파제 덕분에 찬란한 문명을 이룩하고 평범한 일상을 누려왔다. 온실가스라는 우리의 탐욕이 그 방파제를 제 손으로 허물고 있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공포에 질린 체념이 아니라 '지금 당장 행동하면 최악을 막을 수 있다'는 절박한 연대다. 무너져 내린 네팔의 빙하가 우리 모두의 가슴에 뼈아픈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자연이 내미는 파국의 청구서를 고스란히 물려줄 것인가, 아니면 오늘 당장 탄소의 굴레를 끊어낼 것인가.
서울이에스지경영연구원장 김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