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1위 머스크가 메탄올을 낙점한 까닭
해운 분야에서 LNG 이후의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고려되는 연료가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맞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수소가 꼽혀왔죠. 그런데 이 수소를 넘어 또 다른 후보 에너지원들이 논의 중인데요. 이 가운데 메탄올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 한 번쯤 써봤을 알코올램프 기억하시죠? 알코올램프 속 연료가 바로 메탄올입니다. 과학실험 시간에나 쓰였던 메탄올이 앞으로 다가올 탈탄소 시대 관심을 받게 된 건 어떤 이유일까요?
컨테이너선 1위 머스크, 메탄올선 발주 까닭은?
세계 처음으로 만들어진 청정 메탄올 추진선
탄소중립 연료로서 메탄올의 가치를 세계에 알린 건 덴마크의 세계 1위 컨테이너 해운사인 머스크입니다. 재작년 미래 친환경 선박으로 청정 메탄올로 운항하는 세계 첫 번째 컨테이너 선박을 발주하겠다고 발표했고, 실제로 1만 6천 TEU급 메탄올 추진선 8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합니다. 발주 금액은 1조 6천억 원이 넘습니다. 세계 최초의 메탄올 추진선단 누가 수주했을까요? 우리나라 현대중공업 산하의 한국조선해양입니다.
해운 분야는 그동안 선박 연료로 값싼 중유를 대부분 써왔습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 같은 대기오염 물질은 물론, 기후위기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3%가 해운에서 발생하는 걸로 추정될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는 중유에서 LNG로의 연료 전환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이 역시 화석연료 한계를 넘을 수 없겠죠. LNG 이후의 차세대 탄소중립 연료로 논의되어 온 게 수소, 암모니아, 메탄올 등입니다. 이 셋 중 과연 어떤 물질이 탈탄소 시대 주력 연료원이 될지 관심사였는데, 머스크의 청정 메탄올 선택 선언은 남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현 단계 세계 해운업계가 볼 때 가장 현실성 높은 주력 에너지원으로 메탄올을 낙점했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 메탄올일까요?
수소, 암모니아 뛰어넘는 메탄올 장점은?
수소는 운송을 위해 액화 처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영하 250도 아래로 끌어내려야 해 비용 부담이 큽니다. 암모니아는 유독물질이라 관리상 안전성 문제가 단점으로 꼽힙니다. 반면 메탄올은 상온에서 액상이라 운송 및 보관이 편리합니다. 또 분자 구조가 간단해 제조하기도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운송 시 탱크 크기도 암모니아나 수소에 비해 훨씬 작아진다는 점도 비용상 유리합니다.
대기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 배출도 기존 선박용 벙커C유에 비해 강점이 많습니다. 황산화물을 99%까지 질소산화물을 80%까지 낮출 수 있고요. 온실가스도 중유에 비해 25%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연구됐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죠. 그동안 석유나 석탄에서 합성해 만든 기존 메탄올로는 한계가 있는 겁니다.
해운업계가 구상하는 건 화석연료 기반 메탄올이 아니라 e-메탄올이나 바이오 메탄올이란 이름의 탄소중립 연료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겁니다. e-메탄올은 전기분해로 만든 수소에다 공장 등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합성해 만드는 방식이고요. 바이오 메탄올은 식물 유래 물질로이나 폐기물, 가축분뇨 등으로부터 배출되는 가스를 활용합니다. 이런 방식의 청정 메탄올은 대기 중 배출된 탄소를 회수해 합성하는 만큼 추가적인 탄소배출이 일어나지 않는 만큼 탄소중립형 에너지원이라는 설명입니다.
메탄올 선박 앞서가는 한국 조선업... 중국 도전은?
이 때문에 머스크의 뒤를 이어 신규 해운 선박 발주량에 있어서 메탄올 추진선 비중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 LNG 벙커링 산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LNG 추진선 발주량은 지난 7월 기준 356척에서 2028년 949척으로 2.9배 증가하는데 비해 메탄올 추진선은 24척에서 204척으로 8.5배 증가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아직 전체 규모로는 LNG선에 비해 소규모지만 발주량 성장 추이를 보면 메탄올 선박의 확대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메탄올 선박이 우리에게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조선업계가 LNG 추진선 시장을 장악한데 이어 메탄올 추진선 분야에서도 중국과 일본을 넘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우리 조선사들이 수주하고 있습니다. 미래 산업 전략 측면에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청정 메탄올 확대 걸림돌은?
하지만 걸림돌도 있습니다. 우선 중국입니다. 중국은 석탄 기반의 기존 메탄올 생산량이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반면 우리는 생산 인프라가 전혀 없어 전량 수입해 쓰고 있고요. 중국 역시 조선 분야에서 가장 강점을 가진 나라죠.
출처 : 연합뉴스
김상협 녹색성장탄소중립위원장은 지난 10월 11일 개최된 청정메탄올 이니셔티브 발대식에서 "최근 중국이 자국 내 메탄올 생산증대와 선박 수주를 연계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조선산업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는 청정 수소 확보입니다. 청정 메탄올 생산을 위해서는 재생 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든 그린 수소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국내 재생 에너지 형편상 기업들이 RE100 선언 기업들이 쓸 양도 부족한 만큼 그린 수소를 만들 재생 에너지를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이 시급한 건 물론이고요. 그렇다 하더라도 큰 틀에서 보면 해외 그린 수소의 대량 수입이 불가피합니다. 일본이 일찌감치 호주에서 수소 생산 단지 구축 및 운송 인프라를 갖춰왔는데요. 우리도 이 같은 노력이 절실합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국내에 메탄올 생산 인프라가 전무하다는 겁니다. 탄녹위의 청정 메탄올 발대식에서는 폐광 지역인 강원도 태백시에 청정 메탄올 단지 개발 방안이 소개돼 큰 관심을 끌었다고 합니다. 풍력 자원과 삼림의 바이오매스 자원이 풍부한 만큼 이를 이용한 e-메탄올 및 바이오 메탄올 생산기지화하면 가치사슬이 긴 공정 특성상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거란 얘깁니다.
학교 과학 실험 시간에 쓰던 메탄올의 존재 가치가 상전벽해를 맞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에너지원들에 대한 비교 검토를 통해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출처] 알코올램프 연료가 미래 에너지원이라고?|작성자 주유소정보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