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는 고약한 버릇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뒷통수 살피기'라는 것이다.
예를들어 당신과 내가 어느 산에 올라갔다고 하자.
거기에는 정이품 소나무가 있었고
모두들 아름답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놀부심보는,
"그것보다 저 옆에 있는 작은 나무가 더 아름답소,
정이품 소나무가 사람들을 불러 들일지는 몰라도
저 작은 나무는 항상 묵묵히 저 자리에서 이 산을 지키고 있지 않소"
하며, 시선돌리기를 유도한 후
어떻게든 고른 관심 이끌어 내거나
사람들이 놓친 부분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옛날에 최덕팔(62세, 게이)씨가 계셨다.
그 분은 18세에 빈손으로 상경해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J그룹 회장으로 계신 분이다.
그분의 어린시절이야, 정말 난장판 그 자체였는데
학교에 툭하면 힘없는 애들 때리기 일 수고
어쩌다가 급장이나 무슨무슨 부장 자리를 꿰차게 되면
아이들을 들들 볶아 선생님께 잘보이는 일은 예사였다.
성격이 얼마나 고약했으면
집에서도 내 놓은 자식,
여자라고는 친척누이나 동생들 만나본게 전부였고
아무도 그와 친해지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쨍하고 해가 떴으니,
용산 미군부대 한 병사와 동성연애를 하고부터였다.
동성연애를 하며 그는 동성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고,
자기 말로는 사랑하게 된 그 병사에게 고백하고자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머리가 나쁘지 않았으니,
영어를 배워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때 까지는
그리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사우나에서도 사랑을 나눴고,
여관, 비디오방, 모텔, 심지어는 군인막사에서까지 사랑을 나눴다.
그 후, 미군병사는 복무기간이 다 되어서 시캐고에 있는
어느 피자집으로 가게 되었고,
우리의 최덕팔씨는, 혼자 남아서 무언가 먹고 살 궁리를 했던 것이다.
마침 영어실력 덕분에 들어간 J그룹에서는,
미국 바이어들과 유창히 대화를 이끌어갈 인재를 찾았고
사장의 눈에 든 최덕팔씨께서는
신임을 얻고 여러 계약들을 성사시키며
결국 후계자의 자리까지 오른 것이었다.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이전 J그룹의 회장이 게이인 까닭에
이거 참 밝히지는 못하겠고 속을 끙끙 앓다가
뭔가 필이 통한 두 사람이 어느날 사랑을 시도했고,
이루어져서 서로의 영원한 연인이라 믿은 까닭도 있었다.
자, 이렇게 성공한 최덕팔씨는
신문에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한국 최고의 경영진으로 손꼽히며
그의 화술과 언변은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경영 분야에 책도 여러권 내었다.
이제는 돈도 좀 되고 능력도 되는 까닭에
연예인들 중에서 게이들을 찾아 관계를 맺으며
쉬쉬- 했고,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진 못했다.
부모들은 그가 쓴 책을 사서 보고는 아이들을 그와 닮게 만들었다.
물론, 좋은 부분만을 써 놓은 책이라 보고 배울점은 꽤 있었지만,
그걸 읽고 자란 아이들은 맹목적인 존경을 최덕팔씨에게 한 것이다.
이렇게 최덕팔씨는 하나의 우상이 되었다.
모두들 그를 존경하고,
예전에 그에게 고통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했던 친구들조차
이제 그를 찾아가 아쉬운 소리를 하며 구걸한다.
아무도 최덕팔씨에게 칼을 겨누는 사람은 없다.
그는 이라크전에 난민들을 위해 200억을 기부했고
타임즈는 이 기사를 전폭적으로 싣어
그를 빌게이츠보다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조던의 은퇴 이야기는 타임즈 끝부분 가십란에 조그맣게 실렸을 뿐이다.
그럼 우리는 다시 한번 돌아보자,
개망나니 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는 아무데서나 남자끼리 입술을 맞대거나 애무를 해대는
변태 성욕자다.
그가 잘하는 것이라고는
동성연애를 위한 의사소통으로 배운 영어인데,
모두들 그를 어렵게 성공한 케이스로 떠받들어
그는 영웅이 되었다.
아이들은 그가 쓴 책을 읽고,
그를 존경하며
무슨 국가 축제때는 항상 TV에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람보뉴기니 디아블로를 무슨 장난감 차 수집하듯 살 수 있는 재력이 되며
LA갈비 같은 것은 질겨서 좋지 않다며 사양할 정도다.
어떤가?
우리는 왜 '난사람'과 '된사람'의 존재를 희미하게 해버린 건가?
처음 출판사에서 그의 책을 출판한건, 그의 자비출판 때문이었다
도통 그냥 좋은 말만 써놓은 책인데,
출판, 판매에 드는 비용을 다 부담하고
게다가 출판사 직원들에게 돈도 준다고 하니
배곪고 있었던 출판사 사장은 흔쾌이 어서옵쇼 했던 것이다.
기자들은 어떤가,
맨날 폭력과 강도 사기등을 보도하다가
훈훈한 이야기라며 하나 싣으면 독자가 늘 것 같았고
자신의 신문사에 대한 J그룹의 이미지가 좋아져서
뭔가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꾸며진 그의 성공기가 대박을 터트렸고
흥행보증수표가 되어버린 그의 이야기를
다른 출판사들끼리 밥그릇 전쟁하듯 다뤄버린 것이다.
맨날 남편 뒷바라지 하고
공부시키는 자식들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고살며
로또 당첨기회를 노리고 있는 서민층 아지매들은
맨손으로 J그룹 회장이 되었다는 간판에
그냥 또, 아이들에게 강독을 시키는 것이다.
조금 더 골빈 아지매들은 아예 대량으로 구입해서
주변에 선물로 돌리기 까지 해 버렸다.
아이들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아나운서가 말하는 대로 믿어버리고
조금의 의심이나 반발을 갇는 것이
피교육자로서의 범죄행위라고 믿는 그들은
예전에 읽었던 성공기들을 다 잊고서도
또 최덕팔씨의 책을 읽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지매의 강요로,
그다음부터는 성공하자는 일념으로 사서읽는다
이제 그의 책은 너무나 유명해져서
대입 자기소개서 감명깊었던 책에 단골로 등장한다.
교수들 역시 그 소개서의 독후감부분을 보고는,
'아, 최사장의 이야기를 읽고 도전을 받았으며, 열정적으로 덤비는 이 아이는 괜찮을 거야"
라며 입학확정 고지서를 편지로 보낸다.
이제 모두가 최덕팔의 손바닥 안이다.
PS.나역시 사람관계를 수직적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보다 높은 사람 나보다 낮은 사람을 정해놓고는
높은 사람에게는 꼬리를 내리고, 낮은 사람에게는 발톱을 드러냈던 일.
하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수평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쓴다.
나와는 달란트가 다른 사람들,
평생 누구는 10달란트 받았는데
나는 왜 1달란트야 하며 자괴감과 한없는 비하를 하다가는
여전히 제자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겠지만,
요즘 시대에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면 어떤가
"그래, 너만 바르고 잘났나, 너 얼마나 잘랐나 보자, 가식적이다, 역겹다"
대단한 선물을 받게 되는 건 예삿일이다.
그런데, 솔직히 내 마음속에서 아무일도 아니면 정말 아무일도 아닌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정말 소중하고 고귀하고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남에게 하찮게 여겨질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는 하겠지만
남들도 다 고귀하게 여겨주지 않는다고 해서 좌절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너무 매스미디어에 빠져있고,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한치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한 손에 쥐고 있으면서 다른 손에도 쥐려고 하는 욕심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자꾸 버스요금은 올라가고
내 경제는 죽겠다고 소리지르는 지도 모르겠다.
변화는 말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역시 말로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100%달라질 수 있는 변수를 안고있는 것이 대화다.
나는 농담,
그저,
하는 사람도 거짓말인 것을 알고
듣는 사람도 거짓말인 것을 알지만
서로 이야기 하면서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거짓말이 아닌,
농담인 문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광대처럼 무작정 날뛰기 보다는
각박함 속에서도 농담을 할 줄 아는 사람,
그것이 또 글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