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길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네
나는 인적이 드문 길로 발걸음을 옮겼네
그 선택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詩) 구절에서>
이처럼 인적이 드문 길을 택했던 사도 바울은 말하기를 “육체의 행위는 명백하게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이것은 음행과 방탕함과 우상숭배와 마술과 원수 맺는 것과 다툼과 시기와 화내는 것과 당파심과 분열과 이단과 질투와 술주정과 흥청대며 먹고 마사는 것과 이와 같은 것들입니다. 내가 전에도 경고 했지만 다시 경고 합니다. 이런 생활을 일삼는 사람들은 결코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받지 못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Holy Spirit)이 지배하는 생활에는 사랑과 기쁨과 평안과 인내와 친절과 선함과 신실함과 온유와 절제의 열매가 맺힙니다. ~ 여러분은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사십시오. 그러면 육체의 소망을 채우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갈라디아서 5장 16,19-23절).
사도 바울은 이처럼 하나님이 보내주신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살아간 대표적인 사람이었는데 그는 또 말하기를 “여러분이 다시 나를 기억하고 도와주니,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 내 처지가 힘들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있으며, 어떠한 환경에서도 감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가난을 이겨 낼 줄도 알고, 부유함을 누릴 줄도 압니다. 배부를 때나 배고플 때나, 넉넉할 때나 궁핍할 때나, 어떤 형편에 처해서도 기뻐하고 즐거워합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빌립보서 4장 10~13절).
이 말씀의 핵심은 '어떤 형편에서도 자족(自足)하는 비결이다.' 이는 우리가 올라가야 될 최상의 인격적, 영적인 경지일 것이다. 바울은 자족하기를 배웠다고 했다.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秘訣)을 배웠다고 하였다. 돈이 많다 해서 우쭐하거나 돈이 적다해서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마음, 곧 언제나 평안하고 만족하는 비결이 있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바울처럼 우리도 자족할 줄 아는 것을 배우기를 바라신다. 이에 따라 바울은 빌립보서 3장 17절에서 나를 본받으라고 한다. 그는 너희들도 나와 같이 되기를 하나님이 원하신다고 말하였다.
지금 세상이 사람의 가치를 수입과 재산이 얼마인가 등으로 판단하는 마당에 바울처럼 살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보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하나님이 바울과 같은 인격의 수준을 요구하시면 어떻게 하겠는가? 하나님이 바울과 같은 삶의 태도를 원하면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하나님의 아들과 딸답기를 하나님은 원하신다. 육체적으로 즐기면 만족하고 행복해 하는 저급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지 않으시며, 더 고상하고 높은 경지의 영적인 삶을 살기를 요구하신다.
소유는 잠깐 있다 없어진다. 넓고 편안한 집에 산다고 만족을 얻는 게 아니다. 고급차, 은행예금, 값진 보석 등이 우리에게 진정한 만족을 주지 못한다. 우리는 내 뇌에 있는 혈관 하나만 뚫려도 다 놓아야 한다. 바울이 말하는 '자족'은 소유가 많고 적든지 간에 거기에 따라 좌우되는 마음상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바울이 이야기하는 자족은 부자인가 가난하냐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다. 인생파고의 부침에 흔들리지 않는 신비한 경지를 말한다. 바울이 자족의 경지에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때문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부족함이 없다는 인식을 했는데 그것은 예수가 성령을 보내시어 인도하심으로 능력을 주시기 때문이었다. 그는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富饒)하게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라고 고린도후서 6장 10절에서 스스로를 평가하였다.
공자도 논어에서 말하기를 “나물밥에 물마시며 팔베개를 하고 지내도 그 속에 즐거움이 있으며, 의롭지 못한 부귀는 나에겐 오직 뜬 구름과 같다네. 반소식음수(飯疏食飮水) 곡굉이침지(曲肱而枕之) 낙역재기중의(樂亦在其中矣) 불의이부차귀(不義而富且貴) 어아(於我) 여부운(如浮雲)”라고 하여, 참 행복이 어디에 있는 지를 생각하게 했다.
“삼가 모든 탐심(貪心)을 물리치라, 사람의 생명이 그 소유의 넉넉한데 있지 아니하니라“( 누가복음 12장15절). 세상의 탐심을 극복하고 인적이 드문 바른 길로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인격수련의 과제이며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사치함과 호화로운 것은 여러 가지 악(惡)의 근본이요, 모든 값진 장식품도 역시 좋은 뜻을 손상시키며 백가지 구경을 좋아하는 것 역시 뜻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재물보다 의리(義理)를 좋아하라. 재물을 보게 되면 그것이 정당한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라” (백강 이경여 선생). 청빈(淸貧)을 좋아하는 삶은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맑게 함으로 오히려 진리의 하나님을 만나는 길에 올바로 들어서게 한다. “부(富)하려 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와 여러 가지 어리석고 해로운 욕심에 떨어지나니 곧 사람으로 파멸과 멸망에 빠지게 하는 것이라, 돈을 사랑함은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迷惑)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럿도다”(디모데전서 6장 9-10절). ‘명심보감’에서도 “만족함을 알면 가히 즐거울 것이요 탐욕스러움에 힘을 쓰면 곧 근심이 되느니라(知足可樂 務貪則優)”라고 적고 있다.
우리가 세상의 일들로 인하여 두려워하고 걱정하며 탐심을 품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요한일서 4장 18절). 우리가 인적이 드문 진리의 길로 나아갈 때 우리는 사도 바울처럼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능력을 입어 어떤 형편에서도 두려움 없이 자족할 수가 있고 행복할 수가 있다.
2022.12.22. 素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