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5일 아시안컵 준결승전
필자가 본 축구경기 가운데 가장 인상깊은 경기 중 하나였다. 그러나 뼈아팠다.
자타공인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이 늘 박빙의 우위를 점해왔던 일본에게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했기 때문인데.
그 모습은 마치 체력이 다한 맹수가 잔뜩 움크리며 있다 나타난 하이애나에게 결국 당해버리고 마는 동물의 왕국의 한장면과도 흡사해보였다.
왜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준결승 토너먼트 일정을 그렇게 빡빡하게 잡아야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AFC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함맘회장을 우리는 다같이 함맘으로 질타해야 한다 . 이는 실력있는 팀들 간의 경기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이며 한 팀은 페널티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불공정 경기방식이다. 정상컨디션을 갖춘 실력있는 팀들 간의 명품승부를 지켜봐야하는 축구팬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기도 하다.
8강에서의 연장 혈투 게다가 경기를 소화한지 채 3일도 되지 않아 소화해야 하는 준결승 경기. 27시간을 더쉬고 30분을 덜 뛴 일본, 그 상승세의 일본임을 감안했을 때 한국은 너무나 아름답고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일본팀이 간결한 플레이로 선전한 점도 있으나 이런저런 악재를 안고 있는 한국팀과의 대결은 분명 그들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우리는 후반 중반이후 니뽄 특유의 체력저하를 틈타 믿기지 않는 정신력으로 무장한 한국이 되려 공격일변도로 나서는 모습을 분명히 목도했다. 정말이지 선수들의 투혼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정신력으로 극복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물리적 한계를 갖고 시작된 게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점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성 a매치 100경기. 51년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 역대 최고의 패스게임과 신구조화로 팬들을 설레케했던 한국팀의 모습은 결코 패배에 가리워질 수 없었다. 경기 중 조광래 감독의 용병술은 훌륭했다. 선수교체는 총 3명, 고갈된 체력의 한국에 한명 한명 새로운 선수가 투입될 때마다 경기양상이 현저히 달라지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마지막 PK 순간까지 젊은 피를 믿었던 것이 못내 아쉽긴 하나 그 결단이란 감독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 한국의 젊은 선수들은 너무도 값진 아픔을 기억에 되새겨 한국축구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하이애나가 아닌 호랑이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었고 마지막 순간 황재원선수의 동점골은 1%의 가능성을 염원하던 국민들의 가슴을 감동으로 적셔주었다. 그러기에 아쉬워할 수만은 없는 스토리이다. 패배는 쓰리지만 쓰림은 순간이며 가능성은 지속된다.
박지성은 다시 epl 맨유에서 축구인생의 황혼기를 맞을 것이며, 이청용은 볼틀의 에이스자리로, 신성 손흥민은 함부르크의 희망으로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가, 지금의 아쉬움을 달래줄 것이다. 51년만의 아시안컵 우승보다 55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이 더욱 기쁠 것 같기도 하다. 우리들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말이다.
3년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나설 한국대표팀은 더욱 성숙해져 지금보다 더욱더 축구팬들을 설레게 할 것이다. 우리는 불가항력적 패배의 쓴맛보다 과정의 아름다움을 기억할 만큼 성숙한 국민들이다.
이제 필자는 .....
조용히 2006년 월드컵 영광의 재현
형제의 나라 오스트레일리아
"싸커루" 팀의 우승을 기원해 본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근데 라벤더 향이 무슨 말인가영
시크릿 가든에 나오는 말이에요. 김주원이 길라임에게 너의 액션연기에는 라벤더향이 있어.. 축구팬들은 구자철 선수의 축구에서 라벤더향이 난다고 패러디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