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나태주 시인 해설 : 그 허무한 뒷모습이라니! 동백꽃은 다른 꽃과 달라 그 꽃이 질 때 사람 마음을 아프게 한다. 꽃잎이 하나씩 흩어져서 지는 것도 아니고그 자리에서 고스라져(메말라서) 지는 것도 아니다. 통째로 진다.뚝. 그만 저 자신의 모가지를 꺾어버리고 만다. 이 점에 시인은 주목을 한 것이리라. 몇 계절을 애쓰고 노력한 나머지 꽃인데 동백꽃은 그렇게 단호히 자신을 내려놓고 만다. 이러한 감탄이 이 시를 낳게 했다.
동백꽃에 비해 인간의 이별은 너무나도 꼬질꼬질 치사하고 성가시다. 동백꽃의 그 서슴없는 낙하와 깨끗한 망각을 배우자는 것이다.그런데 정작 시인은 선운사 동백꽃을 실지로 보지 못한 채 이 시를 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