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아이들의 마을
마음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었지요. 그 마을에는 온갖 맘아이들이 옹기종기 붙어서 시끌벅적하게 살고 있었답니다. 기쁨이, 촐랑이, 부끄럼이, 시샘이, 조용이, 의심이, 똑똑이, 건방이, 슬픔이, 아픔이, 근심이, 불안이, 애씀이, 쓸쓸이, 심각이, 무력이, 피곤이, 무섬이, 믿음이, 짜증이 등 수많은 맘아이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서로 간섭하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면서 몹시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곧잘 싸움이 일어나서 이 마을은 조용할 날이 없고 하루도 바람 잔 날이 없었지요. 모두 자신만 바라보고 잠시도 쉬지를 못하기 때문에 아주 예민했지요. 그래서 누가 조금만 건들면 화를 내거나 도망을 갔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나치게 남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맘아이들은 가만히 있지를 못하니까 몹시 변덕스러웠습니다. 그 마을은 밤낮으로 시끄러웠지요.
어느 날 맘아이들 중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믿음이가 애씀이에게 평화로운 마을을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토의 할 대책회의를 제안했습니다.
“우리가 더 이상 이렇게 시끄럽게 살 수만은 없지 않아? 대책을 강구 해 보자.”
이리하여 믿음이와 애씀이가 맘아이들을 모두 광장에 소집하였습니다. 똑똑이가 연설을 했습니다.
“우리도 평화로운 마을을 건설하자.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다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해보도록 하라.”
그러자 조용이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뒤죽박죽이야. 우리를 인도해줄 어른이 필요해. 아버지 같은 분. 우리가 태어난 이상 분명히 아버지가 있을 터인데 아무도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분명히 아버지가 있음이 확실하지만 단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으니! 우리는 아버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어. 어떻게 하든지 아버지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내가 아버지와 가장 닮은 분을 알고 있으니 그분에게 물어보면 찾을 수 있을지 몰라. 그분의 이름은 ‘사랑’이라고 하지. 그분한테 물어보도록 하자.”
그래서 모두 다같이 ‘사랑’이라는 분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사랑님은 맘아이들을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어찌 이렇게 떼거리로 몰려왔느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그들은 다같이 합동하여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태어났는지 진정한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마음이 공허합니다. 그래서 걸핏하면 서로 싸움만 합니다. 아버지를 찾는다면 더 이상 공허하지 않을 것이고 보다 평화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버지를 찾게 해주십시오. 그분이 계신다면 우리를 이렇게 놔두지 않을 텐데 도저히 누가 아버지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구나. 내가 아버지를 찾아 줄 수 있다. 나를 믿을 수 있겠느냐?”
모두가 온화하고 자비로워 보이는 사랑님이 미더워 보여서 큰 소리로 “예!”하였습니다.
사랑님은 벽장을 뒤적거리더니 무엇인가를 꺼내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너희들의 진정한 아버지란다. 너희들 세상에서는 거울이라고 부르지.”
맘아이들은 모두 아버지를 받아들고 기쁘게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아버지나 거울을 본 적이 없었지만 자애로운 사랑님만은 굳게 믿고 있었으므로 만족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의심이나 근심이나 애씀이가 마을로 돌아오자마자 아버지라는 거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다들 아버지는 사랑님처럼 온화한 모습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거울 아버지는 전혀 사랑님처럼 자비롭고 인자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더 이상한 것은 맘아이들이 서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묘사한 바가 달랐습니다. 슬픔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린다고 하고 똑똑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똑똑하다고 하고 피곤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축 늘어져 있다고 하고 불안이의 아버지는 눈빛이 왔다 갔다 하면서 안절부절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자신들의 아버지에 대해 서로 다르다고 주장하다 심지어 싸우기까지 했습니다.
그들은 다시 모여서 대책회의를 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사랑님이 실수를 해서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아버지를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랑님을 다시 찾아가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맘아이들이 사랑님을 찾아가서 항의를 했습니다.
“분명 아버지는 한 분일 터인데 어떻게 거울마다 다른 모습일 수가 있습니까? 실수를 하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사랑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그럼 서로 아버지를 바꾸어 보아라. 쓸쓸이와 아픔이랑 바꾸어 보려므나. 어떠냐 쓸쓸아, 아픔이의 아버지와 너의 아버지가 다른 것이냐?”
놀랍게도 서로 아버지를 바꾸어 보아도 언제나 같은 모습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사랑님이 다시 제안을 했습니다.
“슬픔이는 한번 웃어보렴,”
그 말을 듣고 슬픔이가 어색한 듯 빙긋 웃어보았습니다. 아버지 거울이 웃고 있었습니다. 사랑님이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진정한 아버지를 찾을 수 없는 것은 너와 아버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언제나 꼭 붙어 있기 때문이란다. 마치 너희 세상의 거울처럼, 아버지는 네가 울면 같이 울고 네가 웃으면 같이 웃지, 네가 춤을 추면 그분도 춤을 추고 네가 노래하면 그분도 노래한단다. 그분은 네가 슬픔이든 불안이든 기쁨이든 상관이 없다. 그분은 하늘이고 너희는 구름이지. 구름이 먹구름이든, 뭉게구름이든 새털구름이든 하늘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마치 바다처럼. 바다는 높은 파도이거나 잔잔한 물결이거나 언제나 바다일 뿐이다.”
맘아이들은 아버지가 늘 함께 있다는 사랑님의 말에 크게 안도를 했습니다. 어떤 모습이든지 아버지의 품속에 있다는 진실에 모두 편안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사랑님이 말했습니다.
“슬픔이거나 근심이거나 아버지는 늘 품에 안고 계시지. 하지만 근심이나 불안이나 건방이는 아버지를 모를 때의 자식이지. 아버지를 느끼고 있으면 언제나 기쁨이와 평안이가 된단다. 그러면 저절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지. 어디 우리 춤추며 노래를 불러볼까? 바바, 바바, 아버지, 아버지, 사랑, 사랑 밖에는 없다네. 바바남오 께발람오 바바남오 께발람오...”
모두들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불안이와 짜증이도 어느새 미소를 띠며 힘차게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
건강이 나빠진 후 오랫만에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보았다. 이 모든 이야기는 바바의 철학을 어떻게 알기쉽게 전달할 것인가하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빠라마 뿌류샤의 창조 이전의 속성과 창조물로서의 속성을 mind의 개념과 함께 풀어보았다.바바께서 인간을 '의식이 가장 잘 반영된 존재'라고 하셨다. '반영'은 거울에 나타난 이미지, 즉 그림자로 흔히 비유가 된다. 그래서 거울이라는 개념을 활용해 보았다.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나마스까 샨티지~!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재미있는 바바말씀 많이 들려주시길 기원드립니다.
참 예쁘고 깊은 뜻이 담겨있는 동화를 읽다보니
천진난만어린 아기가 되어 이야기 할머니 앞에 앉은 기분입니다.
"아버지를 느끼고 있으면 언제나 기쁨이와 평안이가 된단다. 그러면 저절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지."
늘 언제나 아버지를 느끼고 싶은 마음 담뿍 담아 샨티지께 감사드립니다. 나마스까!
나마스까 언니^^
정말 아름다운 동화입니다...
언제나 기쁨이와 평안이가 되도록 할게요 ^^
그래서 춤을 추며 노래할게요^^
언니도 아픔이 되지 마시고 건강이가 되시어서 같이 춤추고 노래불러요 언제까지나~~~
나마스카.
건강이 나빠지셨다니 마음이 아픕니다.
부디 건강을 되찾으시고 많은 번역과 이야기를 만들면서 활기찬 생활 하시길 바랍니다.
뵌 지도 꽤 됐네요.
멀리서 성원하겠습니다.
나마스까~ 샨티지~~ 아름다운 동화를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샨티지께서 건강하게 오래 함께 같이 하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