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은 외국인 특별귀화 1호 인요한 연세 세브란스 의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인요한 위원장은 1800년대 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우리 사회에 엄청난 기여와 헌신을 해 온 가문의 후손이다. 그만큼 좋은 이미지와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인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좋은 이미지와 높은 인지도가 정치 혁신을 이루는 필요충분조건과는 별개라는 점에서 기대 반, 우려 반 생각이 드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요한의 입은 거침이 없다. 영남권 중진들은 수도권 험지로 나가라며 당을 휘젓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치 태산도 움직일 정도로 자신감이 가득하다.
개혁과 혁신은 추구하는 지향점은 같아 보이지만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과 방법은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혁신위의 성공 여부는 60일이 지나면 판가름 날 것이다. 임요한은 임명 이틀 만에 자신 포함 13명의 혁신위원 임명을 완료했다. 몇몇 정치인을 제외하면 낯선 인물들이 절대다수였다. 과반은 여성이었고, MZ 세대도 6명이었다. 평균 연령이 대폭 하락하여 얼핏 참신하게 보이지만 그들이 지닌 내공의 깊이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인과 국민의힘 당원들이 수긍할 정도의 참신하고 기발한 혁신 아이디어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당의 메커니즘은 고차원 수학방정식처럼 난해하기 때문에 어설프게 덤비다간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 꼴 되는 것은 한순간이기 때문이다.
회의를 주재한 인요한 위원장의 뒤 벽면에는 변화, 통합, 희생, 미래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걸려있다. 이 캐치프레이즈는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모든 정당이 추구해야 할 공통의 가치들이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추구할 가치와 기득권과는 항상 대척점에 있었던 탓에 실행은 반대로 향하기 일쑤였다. 이런 현상은 여야를 막론하고 예외가 아니었다. 변화를 위해선 기득권을 가진 구성원의 각성이 우선해야 하고, 화합을 이루기 위해선 한쪽의 양보와 배려가 있어야 상대가 수용할 수 있다. 또한, 희생을 위해선 기득권을 포기하는 대승적 차원의 후퇴가 전제되어야 희망적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탐욕이 스며있는 기득권 포기는 말처럼 쉽지 않아 언제나 지난(至難)한 일이기도 했다.
인요한 혁신위는 첫 번째 혁신안으로 징계 중인 당내 인사들에 대한 대사면을 도출했다. 그러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기현 대표와 손절했다며 사면은 바라지 않으니 장난하지 말라고 했다. 홍준표 시장은 임기가 3년 정도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여 그런 말을 했다고 치더라도, 문제는 이준석과 유승민이다. 성 상납추문으로 징계 중인 이준석은 ‘권력의 횡포를 먼저 지적하라“고 공개 반대하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나타냈다. 대통령부터 공격하라는 의미였다. 어쩌면 이준석의 발언에는 유승민, 이언주 등과 신당을 만들어 연동형 비례대표로 나서겠다는 의도가 있었기에 이런 발언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이들의 반발로 체면은 구겨졌지만 그래도 인 위원장은 이들을 몇 번이나 만나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만약 이준석이 끝까지 설득을 거부한다면 인요한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과연 화합만이 능사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야 한다. 아시다시피 인요한 위원장은 낙후된 구급차를 개조하여 한국형 앰블런스를 개발한 주인공이다. 그러나 의료 분야의 창조력과 정당 개혁의 창조력과는 본질부터 다르다. 더구나 그는 혁신위원장이지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혁신안을 마련해도 그것을 행사할 전권이 없다는 뜻이다. 김기현 대표는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반은 믿고 반은 믿지 말아야 한다. 혁신위가 60일 동안 마련한 혁신안이 90일 또는 100일이 지나면 어떤 기형아로 변질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답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 혁신의 성공 여부는 대중의 지지를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답을 알면서도 손만 댔다 하면 실패한 것이 그동안 보여준 한국의 정당 정치였다. 희생과 양보를 전제로 한 기득권 혁파가 그만큼 난해한 작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요한 혁신위 출범에 대한 세평(世評)은 호의적 평가가 더 많아 보인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별로지만 윤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민심과 여론을 혁신위의 권한으로 만드는 지혜를 짜내어 관철시켜야 한다. 그래야 한편의 소극(笑劇)으로 끝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를 무색하게 만드는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가 될 것이 아니겠는가,
첫댓글 시작이 반이라고 했는데 혁신안건 1호가 화합인데 반성도 자숙도 하지 않는 인간을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아합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일단은 기다려보아야 할 것같습니다.
징계 당사자들이 자신의 사면을 반발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어이가 없습니다. 민주당은 범죄자 대표를 보호한다고 민주당 전체가 이재명과 공범이 되기로 작정한 것 같은데 국민의힘은 홍준표 이준석이 당을 말아먹기로 작정한 것같아 딱하기 그지 없습니다. 기본 품성도 없는 이런 자들에겐 사면은 무용지물입니다. 화합도 좋지만 근본이 안 된 인간들에겐 1호 사면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