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北미사일-지하로” 발사 1분뒤 명확히 전파… 韓, 장소도 없이 “대피 준비”… 日보다 11분 늦어
[경계경보 혼란]
한국 재난문자와 달랐던 J-얼러트
31일 오전 6시 30분경 일본 정부가 주요 방송을 통해 발령한 전국순시경보시스템(J-얼러트) 경보가 컴퓨터 모니터에 흐르고 있다. 경보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이나 지하로 대피해 달라’는 내용과 오키나와현이 대상 지역이라고 표시돼 있다. AP 뉴시스
북한이 31일 오전 6시 29분 우주발사체를 발사하자 일본은 단 1분 만인 6시 30분 전국순시경보시스템(J-얼러트)을 통해 피난 경보를 발령했다. 일본 NHK 등은 전국에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J-얼러트 속보를 내보냈다. 우리 당국의 반응은 그보다 11분이 늦었다. 오전 6시 41분에야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위급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속도만 빨랐던 게 아니다. 경계경보 내용도 충실했다. 이날 일본 당국이 국민들에게 발송한 경보 메시지에는 무슨 일이 발생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간명하면서도 핵심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미사일 발사’라는 문구를 2차례 반복한 뒤 ‘북한으로부터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 또는 지하로 대피해 달라’고 명기했다.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보낸 재난문자에는 ‘서울지역 경계경보 발령. 대피 준비를 하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하라’고만 돼 있을 뿐 경보 이유와 대피 장소 등에 관한 정보가 없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 자국 영공을 지나가거나 영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J-얼러트를 발령한다. 전국에 동시 전달되는 경보 시스템이어서 어떤 대피소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안내까지는 하지 않는다. 한국은 포털사이트에서 ‘대피소’라는 검색어만 입력하면 정부 국민재난안전포털로 연결돼 도로명 및 행정동 주소에 근거해 인근 대피소를 검색할 수 있다. 일본에선 이런 정보를 신속히 찾아보긴 어렵다. 평소 대피소를 숙지하거나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유사시 대피 가능 시설은 9만4125곳이지만, 이 중 방어 효과가 큰 지하시설은 1591곳 정도다.
그 대신 일본에는 지진 대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2018년 9월 홋카이도에서 규모 6.6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 NHK 라디오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마을은 ○○초등학교”라는 대피소 안내방송을 수시간 반복했다. 라디오만 듣고 있으면 지진 등 재해 시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지진 등 재해가 발생하면 정전으로 TV나 인터넷 연결이 안 될 수 있어 라디오가 주된 정보 전달 수단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비상식량, 식수, 안전모 등과 함께 휴대용 라디오가 재난키트 필수품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