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쑥’ 자라나는 시간
2023.03.21
행복지기는 겨울이면 깊은 동굴 속에서 겨울잠을 자듯 잔득 웅크린 채 기력 유지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먹으며 간신히 그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 기간엔 마치 곰이 된 것처럼
느긋하고 편한 마음으로 에너지를 모아 다음 창작에 힘을 보태기도 하는 것이죠.
겨울이면 곰이 되는 행복지기와는 달리 아주 멀고 먼 시절 고조선에 살았던, 단군신화에 등
장하는 곰은 왜 그토록 인간이 되고 싶었던 걸까, 문득 이상한 의문이 생겼는데 이 궁금함
을 글로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물론 중간에 포기한 호랑이의 생각은 언젠가의
의문으로 미루어 두겠습니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 이야기를 하자면, 그의 지아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바
로 환인의 둘째 아들 ‘환웅’이죠. 환웅은 인간세상을 좋아하고 부러워하여 하늘 아래 온 세
상을 자주 보았다고 합니다. 환인도 아들의 모습을 지켜 보다 문득 내려다 본 태백산이 무
척이나 멋져,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만하다.’ 해서 아들 환웅에게 검, 방울, 거울(천, 부, 인)
세 개를 주어 세상을 다스리도록 했는데요. 그를 보좌하는 3천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
기 신단수 아래로 내려 왔는데 환웅의 행복한 모습을 동물들도 부러워하여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게 해 달라 빌었다고 합니다.
환웅은 이타심을 베풀어 “쑥과 마늘만 먹고 동굴에서 100일 간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 말하였고 곰과 호랑이는 쑥과 마늘을 가지고 어둡고 음침한 동굴로 들어
가게 되는 것이죠. 그 이후로도 신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호랑이는 중도 포기자가 되었고, 곰은 끝끝내 아름다운 여자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그 아름다운 여자와 환웅 사이
에서 태어난 이가 신화의 주인공 ‘단군’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환웅도, 단군도 아닌 ‘곰’이, 이 글의 주인공이라는 것입
니다. 동굴 안에 고여 있었을 물로 목을 축이고 그 거대한 몸이 숨을 연장할 수 있을 만큼 쑥
과 마늘을 먹었던 그 인내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곰이 먹은 마늘은 본디 달래나 산마늘인
명이나물였을 가능성도 높다고 하네요. 곰은 그 동굴에서 약성과 독성으로 이루어진 쑥과
마늘을 먹으며 온 몸을 정화(항균 및 소독)시키는 동안 그의 생각과 마음은 어떻게 사람이
되어 갔을까요. 쑥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라고도 하는데요. 그런 쑥을 먹었던 곰은 아름다
운 여자로 변모해서도 신체의 상태가 아주 건강하고 다부진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런 상상
도 슬쩍 해보았답니다.
처음에는 인간이 되고 싶었던 곰이 궁금했고, 그 다음에는 곰이 먹었던 것이 왜 하필 쑥이
었나 그것이 궁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결국은 ‘이타심’에 생각이 하나로 모였습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타인을 향한 이타심. 누구든 자신만의 동굴을 만들 때가 있죠. 때로
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도 있습니다. 그래야 세상으로 다시 나아갈 에너지를 가득 채울 수 있으니까요. 행복지기는 내 안의 내가 조금 괜찮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여러분의 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