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단신 등 2103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16호(2021.03.15)
1. 화제의 신입생 - 시각장애 딛고, 백혈병 이기고, 쌍둥이도 나란히
“솔직히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꼭 서울대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싶어 최선을 다했습니다.” 올해 시각장애인 최초로 모교 작곡과에 입학한 유지민씨와 가족은 전화 너머로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음악은 희망이고, 서울대는 오랜 목표였다.
체중 800g의 작은 아이로 태어난 유씨는 망막 이상으로 세상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일찍 음악에 두각을 보였다. 장난감 피아노를 곧잘 가지고 놀더니 세 살 무렵부터 피아노로 즉흥 연주를 시작했다. 이듬해엔 월광 소나타를 듣고 그대로 재현했다. 7세에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9세에 예술의 전당 음악영재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화성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고 즉흥 연주도 능했던 그는 작곡 공부도 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그의 스승인 작곡가 유진선씨는 “첫 테스트 시간부터 무슨 음악이든 한두 번 듣고 연주하는 대단한 청음력에 놀랐다”고 했다. 피아노와 함께 작곡을 배웠고 어렵고 복잡한 점자 악보도 척척 익혔다. 어머니 서영주씨는 “나에겐 그저 하얗기만 한 점자 악보를 보면서 우리 딸이 다른 세상에 있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음대 진학을 목표로 삼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맹학교에서 공부하며 음악을 계속했다. 자작곡 악보집에 이어 한예종 영재원에 다니며 17세에 자작곡 음반 ‘내 마음의 정원’을 냈다. 유튜브(채널명 ‘유지민’)에 꾸준히 연주 영상을 올렸고 오케스트라 협연도 여러 차례 했다. “행복하게 음악을 하는 방법을 찾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피아노 연주도 좋지만 조금 더 잘 맞고 즐거워서 작곡을 전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활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작곡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전공 수업이다. 피아노 연주는 수준급이고 클라리넷과 바이올린도 다룰 줄 알아 협주곡을 여럿 썼다. 합창곡도 발표한 적 있다. 멜로디가 떠오르면 ‘한소네’라는 점자 단말기와 휴대폰을 이용해 녹음한다. 약간의 도움을 받아 멜로디를 악보로 만들면 홀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듬어 곡을 완성한다. 힘든 것보다 음악을 만드는 기쁨이 더 크다.
그는 훗날 훌륭한 작곡가이자 연주자라는 말로 오롯이 자신의 이름을 수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모교에 장애인학생지원센터가 잘 갖춰져 있는 것 같다. 교양 수업을 듣는 일이 가장 걱정이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실하게 대학생활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사회교육과 신입생인 황 건씨는 입학 전부터 서울대 동문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김성훈(정치92-96) 의정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와 2015년 12월 경주에서 결연 학생과 후원자로 연을 맺었다. 법무부 법사랑위원 경주지역연합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서다. 당시 대구지검 경주지청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김성훈 동문은 타 지역으로 전보한 후에도 매월 10만원씩 황씨를 지원해왔다.
한 부모 가정의 자녀로 교사를 꿈꾸던 황씨는 그 돈으로 책을 사서 열심히 공부했다. 합격 후 김 동문에게 특히 감사하다며 “도움 주신 모든 분의 은혜를 가슴에 새겨 반드시 사회에 환원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겠다”고 전했다. 김동문은 “작은 후원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이 바르게 성장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된 것 같아 기쁘다”며 “너무 큰 보람을 느끼게 해주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법사랑위원 경주연합회 관계자는 “지청 검사가 지역 청소년을 결연 후원하는 것은 경주지청의 오랜 문화”라며 “많은 검사들이 혹 업무에 누가 될까 지청을 떠날 무렵 시작해 다른 곳에 가서도 10년 가까이 경주의 결연 청소년을 후원한다. 서울대 동문 검사들도 다수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3 직전에 백혈병을 확진 받은 채예원씨는 투병과 학업을 병행한 끝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에 입학했다. 채씨의 이야기를 알린 매일신문에 따르면 1년간 휴학하며 4차례 항암치료를 견뎠고,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모교인 경북외고와 친구들이 채씨를 도왔다. SNS와 헌혈을 통해 헌혈증을 모으고, 교직원과 함께 성금을 걷었다. 학교는 코로나19 고위험군인 채씨를 위해 주기적으로 기물을 소독하고 기숙사 1인실을 내줬다. 이런 노력 덕분에 무사히 수험 생활을 보내고 수능을 칠 수 있었다. “외교관이 되어 환경보호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초·중·고에 이어 서울대 사범대에서 함께 공부하게 된 쌍둥이 김영현씨(사회교육과)와 김영채씨(윤리교육과)의 이야기도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평소 책을 읽고 이야기하면서 서로 긍정적인 자극을 준 것을 합격 비결로 꼽았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은 학사과정 3,489명, 석사과정 2,718명, 박사과정 780명으로 총 6,987명이다. 박수진 기자
2. “비대면도 즐겁게” 온라인 학위수여식 개최
사전 촬영한 온라인 학위수여식 축하 공연의 한 장면.
“코로나도 뛰어넘은 여러분의 졸업, 그 용감하고 멋진 새 출발을 축하합니다”.
서울대(총장 오세정)는 2월 26일 모교 홈페이지와 모교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제75회 전기 학위수여식을 열었다. 지난 2학기에 이어 두 번째 온라인 학위수여식이다. 학사 2,403명, 석사 1,587명, 박사 763명 등 총 4,753명이 학위를 받고 본회에 입회했다.
오세정 총장은 식사에서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이 위기와 격변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이며, 불확실성을 창의성의 자원으로 바꾸어나갈 역량이 서울대 졸업생 여러분께 있다”고 격려했다.
이희범 본회 회장은 축사를 통해 “이제 여러분들이 겪게 될 망망대해에는 충고자보다는 경쟁자가 더 많다.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감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겸손과 성실을 강조하며 “코로나 세대라고 자조하기보다,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던 자부심을 가지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길을 모색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졸업생 대표 인사를 맡은 권세희(경제15입)씨는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활동에 매진했던 대학생활을 돌아보며 “나누려 할수록 받는 것이 많아졌다. 세상이 우리를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을 가치관을 세우자”고 말했다.
학내 구성원의 릴레이 응원인사, 졸업생들이 제공한 추억사진과 비대면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모교 합창단과 OB합창단은 비대면으로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합창했다. 졸업생 김태욱(의학15입)씨 등으로 구성된 밴드는 자작곡 ‘관악을 그리다’를 선보였다.
한 동문은 “졸업 35년 만에 온라인 졸업식을 보니 감개무량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모교 유튜브 채널에서 학위수여식을 다시 볼 수 있다.
3. 온라인으로 보는 1:1 음악 레슨
“송어가 뛰어 노는 모습을 표현하려면 무거워야 할까?” “가벼워야 하죠.” “그럼 노래도 가볍게 하는 거야. 어떻게? 특정 음을 통해서.”
모교 음대의 레슨 과정을 영상화한 ‘서울대 음대 레슨노트’가 이달부터 네이버 TV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음대(학장 민은기)와 EBS가 협업해 성악, 피아노, 바이올린 등 각 분야 전공 교수들이 1대1로 학생을 가르치는 장면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간 음대 강의처럼 도제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동영상 강의로 제작하는 일은 드물었다. 서울대 음대 레슨노트는 실제로 음대생이 되어 수업을 듣는 듯 생생한 분위기 속에 각 곡의 연주법과 역사적 배경, 교수들의 노하우까지 알려준다. 우수한 음질과 영상미로 곡의 요모조모를 뜯어보며 귀를 틔울 수 있다.
현재 슈베르트 가곡 ‘송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등의 레슨 영상이 공개됐다. 앞으로도 바로크 시대부터 한국 가곡과 민요까지 폭넓은 음악 수업을 업로드할 계획이다.
민은기 음대 학장은 “한국 최고의 연주자이기도 한 모교 음대 교수들의 레슨 장면을 공개함으로써 일반 대중들도 클래식 음악을 새롭게 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에서 ‘서울대 음대 레슨노트’ 검색
4. 송해붕 엠브로상사 대표 10억원 쾌척
2월 16일 송해붕(AFB 수료·사진) 엠브로상사 대표가 모교 생활대에 선친의 이름으로 명명한 ‘송관용 기금’ 10억원을 쾌척했다.
피츠버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송동문은 1999년 자동차 시트용 재봉 및 화학섬유 직물 직조업체 엠브로상사를 설립했다. 평소 장학사업과 인재 양성에 관심이 많았던 선친 송관용 전 부림흥산 주식회사 대표에게 받은 유산을 기부했다. 송관용씨는 고향 전북 여산면에 ‘두여 장학회’를 설립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2014년 작고한 후 아들 송 동문이 장학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5. 정문 앞 ‘관악산역’ 내년 개통
내년 상반기 모교 관악캠퍼스 정문 부근에 개통하는 신림선 경전철 역 이름이 ‘관악산역’으로 최종 확정됐다. 관악산역에서 모교 정문까지는 도보로 약 5분이 소요돼 대중교통을 이용한 모교 방문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신림선은 서울 여의도에서 관악구 모교 정문까지 7.8km 구간을 16분 만에 주파하는 노선이다. 샛강역(9호선), 대방역(1호선), 보라매역(7호선), 신림역(2호선)과 신림동 녹두거리 지역 등 10개 역을 거쳐 현재 관악산 주차장 자리의 관악산역에서 종착한다.
관악구 측에서는 신림선 종점역을 ‘관악산(서울대)역’으로 병기하자고 제안했으나 서울시는 2호선 서울대입구역과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이같이 명명했다. 녹두거리 지역에 들어설 역의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28년에는 은평구와 관악구를 잇는 서부선이 모교 정문 앞에서 신림선과 연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