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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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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10월호의 시와 잔물결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73 15.10.19 09:2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깊어가는 가을날

구좌읍 종달리로 촬영을 갔다.

 

제주시가 끝나는 마을 종달리,

서귀포시가 시작되는 시흥리와 이어졌다.

아니, 바다엔 경계가 없었다.

 

조개를 파다 보리새우도 잡고

맛소금으로 맛조개를 사냥하다

돌아오는 길,

 

가을 햇살에 부서지는 햇빛

모래밭 얕은 물에 어리는 잔물결

욕심껏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 내 시집을 내가 사며 - 박정래

 

커다란 감옥 같은 대형서점에서

그 많은 지식들의 미친 아우성

잘나고 화려한 죄수처럼

실형을 받고 여기 긷힌 수형의 책들

과연 빛을 볼까

혹은 탈옥할까

또는 만기 출소할까

다소곳이 제 구역을 맴도는 감방에서

장기수 병동 시인들의 코너

자꾸 쪼그라지고 작아지는 독방

웅크린 내 시를 내가 면회하네

마지막이라며 책을 내준 이선배

입에 풀칠도 어렵다던 북디자이너 아티스트 김형

삶에 도움도 되지 못하는 영어(囹圄)의 시란 무엇일까

익숙해지는 불균형의 밸런스

문명진의 노래 한 소절도 못한 시집 한 권

내가 내 죄를 탈옥시키려

얼굴을 가리고 사 온 내 시집 한 권

 

 

♧ 질경이 - 최명률

 

벌판에 무초(蕪草)가 말이 없다고

아무런 생각이 없을소냐

 

된바람에도 이토록 곧게 자랐고

지천에 삶의 궤적이 남아 있거늘

 

보잘 것 없다고

밟히기만 한다고

 

뿌리 뽑힌 나무처럼, 순한

길손의 생길을 막는다거나

 

만경의 노도처럼, 순풍의

돛을 내리게 한 적은 없다

 

수레바퀴 아래서도

소발자국 속에서도

질경질경 되살아난 목숨

 

남루해도 대지를 떠받치고

짓밟혀도 에움길을 터주는

그대, 남루한 성자

   

 

♧ 꽃무릇 - 최병암

 

누가 그리 하염없이 그리워

핏기 어린 김 속눈썹

저리 파르르 떠는가.

누가 그리 사무치게 그리워

가는 허리 잠시라도 눕지 못하고

수절하는 여인네처럼

저리 꼿꼿이 서 있는가.

바람 불어 꽃대 흔들리면

혹 쓰러질까 너는 울고

빗방울 들어 꽃잎 떨어지면

바람처럼 스치는 가을 햇볕

니 꽃잎 다 지기 전에

내 님 만나야겠는데

소소한 가을바람에

꽃잎 한 장 떨어진다.

 

 

♧ 단풍을 보며 - 성숙옥

 

단풍의 축제가 열렸다.

발소리를 반기는 나무의 기운

모두 돌아가고 난 뒤를 생각하며

나무의 몸피를 만져본다

가을은 와서 잎 속에 자리하고 있는데

나의 몸 어딘가도 붉어지고 있는가

이 고운 풍경에 서글픔이 스며드는 것은

축제가 끝난 후의 빈자리 때문

장미가 붉은 입술을 닫고 푸른 침묵으로 들어간 후

국화가 노란 등을 켰다

저 국화도 머지않아 빛을 거두리라

잠깐의 시간과 영원의 아쉬움 사이에서

불꽃놀이같이 주위를 밝히는 잎과 꽃을 본다

내가 봄에 심은 꿈,

그 속에 들어있는 바람과 구름의 무채색을

잠깐이나마 저 찬란한 색에 물들이고 싶다

잎들의 화려한 곳에

바람의 씨앗이 뿌려지는 걸 본다

나무와 잎 사이

오랜 기다림이 있을 단풍에서

 

 

♧ 북 - 채들

 

 날 쳐 다오 침묵의 늪에서 터져 나온 소리 파랗게 하늘 멍들이도록

 

 물컹한 심장이 각혈하듯 튀어나와 서녘하늘 해로 떠 묽게 물들이도록

 

 줄줄 흘러내린 피 끌어안은 바다가 쉴 새 없이 파도치도록

 

 눈앞 아득한 세상에 별들이 도려낼 수 없는 암세포로 돋고 초승달이 말기 암으로 불어 보름달로 떠오른다

 

 아플 새도 없이 고통이 가락이 되어 흘러나오게 쳐 다오, 힘껏 쳐 다오!

 

 그 다음엔 신이 손이 둥둥둥 달북을 치리니

   

 

♧ 진양조 - 임보

 

흑산도 갯가에서

홍어회도 먹어 보고

 

횡성군 산골에서

한우갈비 뜯어도 보고

 

한산의 앉은뱅이 술

소곡주도 마셔 보고

 

가야금에 거문고

젓대에 대금 소리

 

육자배기 흥타령에

신명나는 판소리

 

북 치고 장구도 치고

놀다 보니 해 저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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