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 심보선
구름이 내게 모호함을 가르치고 떠났다
가난과 허기가 정말 그런 뜻이었나?
나는 불만 세력으로부터 서둘러 빠져나온다
그러나 그대들은 나의 영원한 동지로 남으리
우리가 설령 다른 색깔의 눈물을 흘린다 한들
굳게 깍지 꼈던 두 손이 침착하게 풀린다
좋은 징조일까?
그러나 기원을 애원으로 바꾸진 말자
붙잡고 싶은 바짓가랑이들일랑 모두 불태우자
깃발, 조국, 사창가, 유년의 골목길
내가 믿었던 혁명은 결코 오지 않으리
차라리 모호한 휴일의 일기예보를 믿겠네
지나가던 여우가 어깨를 다독여주며 말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
그 모든 것들로부터 멀리 있는
너 또한 하찮아지지 않겠니?
지금은 원근을 무시하고 지천으로 꽃 피는 봄날
그렇구나, 저 멀리 까마득한데
벚꽃은 눈 시리게 아름답구나
여우야, 나는 이제 지식을 버리고
뚜렷한 흥분과 우울을 취하련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
저 꽃은 네가 벚꽃이라 믿었던 그 슬픈 꽃일까?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는 것은
알 수 없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나가던 여우는 지나가버렸다
여기서부터 진실까지는 아득히 멀다
그것이 발정기처럼 뚜렷해질 때까지 나는 가야 한다
가난과 허기는 또 다른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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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하는 詩
착각 - 심보선
미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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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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