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꿈….
가슴속에 남아있는 유년시절의 열정…
열정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고단한 현실
그.러.나
진실한 삶을 추억하며….
잊혀졌던 그 꿈…
현실의 간극을 주는 서글픔속에서 다시 시작되는 희망
다시금 이어지는 희망의 끈
다시찾은 희망의 꿈.
나는 아주 한참을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이 글을 쓴다.
감히 리뷰라는 말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삶에 대해 내가 과연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도 나의 망설임은 끝없이 이어지곤 했다.
러닝타임 150여분의 영화를 120여분이 넘도록 보고싶지 않은 마음과 싸워야만 했으니 말이다.
내게 이 영화를 보도록, 건네준 그 손을 떠올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너무나 선명히, 그리고 절박히 드러나는 남루하고 지난한 삶이 진솔하기에 차마 고개돌릴 수 없음이 가슴아팠다.
인생이 이렇다는 것을, 아니면 앞으로 살아나가야 될 인생이.. 또는 내가 꾸었던 어린시절의 꿈들이 계속 내 발목을 잡고, 영화의 엔딩이 올라가는 순간까지도 나를 그 자리에 머물게 만들었으니….
“ 너 행복하니?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하고 살아서 행복하냐구? 우리중에 꿈을 이루고 사는 사람 너뿐인데…..”
이렇게 내일이면 세상떠날 친구는 성우에게 묻는다.
그러나 성우는 예의 그 입가에 걸치는 쓸쓸한 미소만 지을뿐….
성우가 행복했던 시절…
그건 유년시절의 꿈과 열정이었던 음악을,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을거라 믿었던, 그 패기만만하던 고등학교 시절후에 이미 멈춰버렸다.
열정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고단한 현실.
‘음악을 한다’고 조차 말할 수 없는, 유흥가와 지방소읍을 전전하는 밴드생활.
비틀즈를 꿈꾸었던 소년이 이제는 초라한 중년이 되어 거친 취객의 요구에 따라 벌거벗은 몸으로 기타를 칠 때, 꿈은 사라지고 메마르고 강팍한 현실만이 온몸으로 부대껴 올 때...... 문득 더없는 쓸쓸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그래, 우리는 그렇게 나이를 먹어갔어’하는 낮은 탄식과 함께.
10여년만에 전전하다 흘러든 고향.
대단한 음악적 재능과 당돌함으로 성우를 가슴설레이게 하던 첫사랑 인희는 거친 세월이 야채행상을 하는 여인으로 바꾸어 놓았고, 간절한 열정을 노래방 기계에다 푸는 중년의 여인이 되어 있다.
7명으로 시작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어느덧 생활에 타협한 이들은 모두 떠나 버리고, 홀로 남는 성우.
꿈은 퇴색했을뿐 변하지 않았으되, 세월따라 변해버리는 사람들…
간직할 꿈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한없이 쓸쓸한 모습으로 등을 보이고 그렇게 멀어져가는 꿈의 잔영.
그의 미래가 될지도 모를 학창시절 기타스승의 알코올중독자로서의 말로, 음악의 음자도 모르는 웨이터 출신 기태로 인해 밤무대에서 밀려났음에도 더 초라한 유흥업소에서 기타를 다시잡는 성우…
나로서는 모르겠다.
그렇게 가난한 밑바닥 인생이면서도 부서진 꿈들을 안은 채, 그들끼리 미워하고 부대끼면서도 그렇게 떠난 놈 뒤에서 울어줄 수 있는지…
결국은 고향에서도 발붙일 수 없어 여수로까지 떠나는 길.
첫사랑의 인희.
‘나도 바다 본 지 오래됐는데…..’ 성우에게 희망의 주문을 건다.
마지막 엔딩.
그들은 함께 어느 항구도시 밤무대에 서 있다.
여전히 그들의 무대는 환호하는 관객들의 갈채가 있는 무대가 아니지만, 성우는 ‘내게도 사랑이’를 연주하고, 야채트럭을 버리고 따라온 인희는 어두운 노래방이 아닌 무대에서 ‘사랑밖에 난 몰라’를 열창한다.
노래를 하는 그녀 인희, 어느때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노래하는 인희를 옅은 미소 걸며 바라보는 성우.
결코 그들은 어린시절의 꿈을 이룬 것은 아니다.
아마 내일이면 더 나쁜 지방밤업소를 떠돌지 모르며, 술취한 취객에게 수모를 당할지도 모른다.
여인숙 방을 전전하며, 작곡을 한 성우의 곡들은 결코 고속도로변에서 파는 ‘테이프’로도 만들어지지 못할 것이고, 인희는 ‘I love rock & roll’를 부르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삼류밴드가 되었지만, 노래할 수 있는 무대가 주어진 그 순간만은 온전히 행복한 것이 아닌가…
‘컴백’을 열창하던 패기만만하던 소년시절은 가고 이제는 ‘내게도 사랑이’와 ‘사랑밖에 난 몰라’를 부르는 그들이 되어 버렸지만, 감히 이들의 삶이 불행하다 그 누구라서 말할 수 있을까?
가슴 먹먹함으로 그들의 뒤를 따라왔던 나는 조금은 안도의 숨을 내쉬어본다.
살아온 삶이 비록 남루하며, 살아갈 삶도 애써야 하지만, 해안선 끝을 한없이 달리던 소년시절에서 너무 멀리 왔지만, 그래도 계속 이어지는 삶은 살아볼만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꿈을 이루고 사는 자 몇이며, 꿈을 이뤘다 한들 그것이 꼭 행복이 될 수 없는 현실안에 우리는 서 있다.
퇴색된 꿈들은 빛이 바래가겠지만, 살면서 아무리 덧칠을 한다해도 얼룩이 남겠지만 그래도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상처투성이일지언정, 조각난 꿈을 안은 채라도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며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라고….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진심어린 손짓과 촌스럽기까지한 영상들로 막막한 감동을 주며 우리에게 말을 건다.
그저 꿈이라는 걸 아직 가지고 있냐고 그거면 충분하지 않냐고, 꿈을 이루지 못했으되 기억할 수 있다면 그래도 다행아니겠느냐고 말이다.
사랑밖에 난 몰라 - 와이키키 브라더스
그대 내곁에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땜에 내일은 행복할거야 얼굴도 아니 멋도 아니 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했어요 지나간 세월 모두 잊어버릴래 당신없인 아무것도 이젠 할 수 없어 사랑밖엔 난 몰라
무심히 버려진 날 위해 울어주던 단 한사람 커다란 어깨위에 기대고 싶은 꿈을 당신은 깨지 말아요 이날을 언제나 기다려왔어요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주세요 그리운 바람처럼 사라질까봐 사랑하다 헤어지면 다시 보고싶고 당신이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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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영화 메냐....물꼬기 작가님.....
매니아라고 칭하기는 너무 건성건성하여서....ㅎㅎ
사진에도 있지만.. 사랑밖에 난몰라.. 심수봉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영화가 끝난 뒤 한참 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좋았던 영화..
정우성에 "비트"도 한 번 올려주세요.. 제 인생 최고의 영화ㅋㅋ 어렸을 때.. 영화 대사 전체를 외우고 다녔었는데요
나에겐 꿈이 없었어.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리운 것들이 너무 많아.
환규와 태수, 그리고 너와 함께했던 수많은 시간들...
그 모든 것들이 아름다운 꿈처럼 느껴져..
백만년전에 스치듯 제대로 보지도 않은 영화라...이상하게 이 영화에 편견이 있었어요. 연기도 못하는 아이들이 주르륵나왔구나 해서요.. 기회를 만들어서 제대로 함 봐야겠어요.
헉.. 저한텐 인생 최고의 영화였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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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넬리도 참... 가슴먹먹하며 본 영화인데 말이죠. 시간이 참 많이도 지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