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대 골프가 국내에서 시판되기 시작했다. 세대가 바뀌는 신형 차가 나올 때마다 드는 생각은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이다. 7세대 골프가 A필러 아래쪽에 삼각형의 보조 유리창을 달고 나와서 새로운 경향을 반영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던 게 2013년이었는데, 벌써 9년이 지난 것이다. 9년이라는 시간이 이토록 순식간 이라니…
물론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8세대 모델이 나왔지만, 7세대 골프는 이상하게도 전혀 그런 피로감을 주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9년이 지났다는 것도 필자가 자료를 찾아보고서 깨달은 것이다. 체감상으로는 4년 정도 된 느낌이다. 오늘 살펴보는 8세대 골프는 그야말로 해치백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로 가장 해치백 승용차의 기본기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해치백의 기본기 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결국 경제성과 공간 활용성의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폭스바겐의 차량들이 연비와 배기가스의 딜레마에서 비롯된 문제, 이른바 디젤 게이트가 있었다고 해도 결국은 많은 사람들이 골프 승용차의 연비와 실용성은 그다지 의심하지 않는다. 물론 이건 필자의 견해이고 다른 견해도 있을 수 있긴 하다.
그렇지만 기능적인 합리성을 보여주면서도 지나치게 감각적인 면을 고집하지도 않는 특성은 골프로 대표되는 독일 승용차들의 실용성에는 별다른 이견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해치백 승용차답게 2열 접이식 좌석과 수직에 가까운 테일 게이트의 조합으로 거의 스테이션 웨건에 필적하는 공간을 가졌다는 것이 골프의 특징일 것이다. 물론 유럽 현지에는 어마어마한 공간을 가진 골프 웨건 모델이 따로 존재한다.
8세대에 걸친 골프 승용차의 변화는 문자 그대로 진화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의 모델들이 진화가 덜 된 인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실용성과 기능성이라는 가치를 유지하면서 시대적인 변화를 차체 세부의 감성적 형태 변화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러한 감성적 변화가 논리적으로 수긍 될 만 한-이 말 자체는 모순이긴 하다-정도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8세대 골프의 앞 모습에서는 헤드램프가 계단 형태로 변화된 것 정도가 바뀌었다는 인상을 주긴 하지만, 명확히 이전 세대 모델이 구형이 되고 새 모델이 신형이라는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이건 기존 모델을 타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자신의 차에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이고, 골프 승용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새 모델에서도 골프의 가치가 바뀌지 않았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테일 램프도 계단 형태의 모습이다. 어쩌면 이런 계단 형태들은 디지털적 감각을 입한 것들일지 모른다. 7세대 모델에서는 헤드 렘프와 테일램프에서 사선 형태가 쓰였던 것에 비하면, 그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시대적 감각을 반영하는 조형이다.
차체 측면의 캐릭터 라인은 헤드램프에서 테일 램프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이어진 모습이지만, 앞 펜더에서 커다란 휠 아치로 실질적으로 연결되어 있기보다는 이미지 상으로 연결된 모습이다. 그 대신 17인치 휠이 장착된 커다란 바퀴가 휠 아치와 결합돼 건장함을 보여준다.
17인치라는 휠 크기는 결코 작은 게 아니지만 요즘은 20인치가 기본으로 나오는 등 전반적으로 휠이 커지다 보니 17인치도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 착시가 일어나기도 한다.
실내로 오면 역시 조용하지만 기술의 진보를 보여주는 디자인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볼 수 있다. 수평 기조의 형태이면서 풀 디스플레이 운전석 클러스터와 센터 페시아 디스플레이가 자리잡고 있다. 전자기술의 적용으로 운전석 클러스터는 디지털 콕핏 이라는 기술로 더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변화한 모습이다.
이외에도 시프트 바이 와이어(shift by wire)라고 불리는, 물리적으로 작동되는 레버가 아닌 레버형 스위치로 작동되는 변속기 조작 장치가 적용돼 있다. 물론 아직 상당수의 운전자들은 자동 변속기일지라도 물리적 레버에 의한 변속기가 조작의 오류가 없고 직관적이라고 느끼지만, 자동주행이나 주차 기능 등의 이유 때문에 불가피하게 전기적인 조작 인터페이스가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혜택도 있다. 실내의 엠비언트 조명이 그것이다. 준대형 급에서나 볼 수 있는 사양이 적용된 것이다.
자동화에 의한 편리함의 이면에는 운전 조작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반대의 특징도 분명히 존재한다. 모든 조작 장치나 인터페이스의 발전에는 그것에 반비례하는 측면이 반드시 존재하기에 우리들이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의 관점 역시 다양할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이러한 전자 기술의 적용 확대와 편의성 향상은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성을 높여주기 위한 발전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첫 골프 모델이 등장한 것이 1974년이고 이제 2022년에 이르기까지 50년에 가까운 8세대의 진화를 거쳐온 골프의 모습은 실용적인 해치백 소형 승용차-사실상 최초의 골프는 소형 승용차였지만 지금은 크기로 본다면 중형에 필적한다-가 공간을 키워 거주성을 높이고 보다 운전하기 편안한, 그러면서도 연료 효율성을 가진 가장 보편적인 가치에 충실한 모습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시대를 반영한 감각적인 변화를 추구하지만, 그것이 이전 모델을 구형으로 만들어버리지는 않는, 합리적인 진화를 반영한 독일의 기능주의적 디자인을 보여준다는 점이 새로운 8세대 골프 승용차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