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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건설현장 [사진=박새롬 기자]
수도권 내 아파트 건립 사업 수탁심의를 준비하던 한국자산신탁이 최근 해당 사업 검토를 중단했다. 집값 하락으로 사업 수지가 악화하고 본PF로 전환이 불발되며 브릿지론만 연장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며 부동산 신탁사들의 수주고가 비어가는 와중에 사업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우려는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은 최근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282-2 일원에 500가구 미만 규모의 공동주택을 건립하는 사업 수탁 심의를 검토하다가 중단했다.
당초 한국자산신탁은 본PF 전환을 앞둔 사업장을 심의해 신탁계약을 맺을 계획이었으나, 검토를 중단하고 8월 말까지였던 브릿지론을 1년 연장했다. 대주단 모집도 어려워지며 본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불발됐다.
업계 관계자는 "주변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해당 아파트 사업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없었고, 금융비용 등을 따졌을 때 사업 수지가 안 나와 결국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안다"며 "대주단 모집이 어려운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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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낮은 분양률과 높은 이자부담 우려가 여전해 부동산 PF사업이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부동산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지방 PF사업장 손실로 신탁사들의 사정이 좋지 않다"며 "PF대출 자체가 꺼려지며 대출실행이 완료되는 프로젝트가 줄어들며 신탁사의 먹거리(신규 딜) 자체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금조달 환경이 안 좋다보니 수주고도 비어가고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은 지난 1분기 차입형 토지신탁과 책임준공형(관리형) 토지신탁 수주잔고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한자신의 1분기 신규 수수료 약정액은 203억원으로 전년 동기 446억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업비를 신탁사가 직접 조달해 개발사업에 투입하는 차입형토지신탁의 경우 올해 1분기 신규수주를 단 한 건도 하지 않았다.
한국자산신탁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매출액 기준 부동산신탁사 5위권에 드는 KB부동산신탁도 마찬가지로 차입형, 책준형 수주고 모두 줄었다. 한국토지신탁도 차입형 수주고가 소폭 줄었다.
수주고는 비어가는데 사업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우려는 커지며 재무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한자신의 신탁계정대여금(신탁사가 고유계정에서 빌려준 사업비)은 지난해 말 224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770억원으로 증가했다. 자금을 빌려준 사업장에서 분양이 잘 안 될 경우,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953억원으로 전 분기(1조3583억원) 대비 19% 감소했다.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신탁업계 전반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 결과로 신탁사들의 공매가 최근 2~3개월 동안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신탁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일으키거나, 신탁사에 사업을 위탁해 진행하려 했던 곳들에서 사업 진행이 여의치 않자 어쩔 수 없이 사업장을 공매로 내놓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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