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탄 향우회원 여러분과 더불어 화탄학교 동창 여러분께 이 글을 지어 올립니다
입춘대길의 좋은 날도 지나고
뜻 깊고 아름다은 미풍양속의 설날도 수일이 지난 즈음
충무공의 혼이 살아 숨쉬는
한반도 남단 여수의 매화는
진한 향기와 무수한 꽃수술을 터뜨려 세상을 일으켜
그 의미를 진동하고 있습니다
설날 아침 나절을 달려서
도착한 고향의 모습은
새하얀 눈과 파아란 고독에 잠기어 있었으나
산의 웅장한 세력과
그 곳에 웅거하는 나무들과
그 사이에서 생활하는 주인들은
여전히 새로운 날들을 분주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까치는 여전하게도
고향을 방문한 우리 가족을 반기어 주었고
편안하고 맑은 공기도 소나무가 품어내는
솔향기로 시퍼런 하늘을 더 푸르게 빛내고 있었습니다
소뿔봉은 음메 음메 소리에 화답하는 듯
소뿔봉의 한 켠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
고향이 맞은 번개에 핏자욱이 선연하였으나
주변의 나무 들풀이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새하얀 눈으로 포근히 감싸고
드러난 곳마다 단단한 얼음으로 갑옷처럼 무장하고
평화로운 듯 아무일 없는 듯
태연하였습니다
부대를 지키는 병사는
옛적 연막중대를 지키던 병사들처럼 장난기는 없었으나
산천이 그들을 변화시키듯
동막골 군인들처럼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큰아버님 산소는 멧돼지들이 건드리어 상처를 냈으나 새봄이 오면 손을 보아 드리려 합니다
큰아버님께서 심으신 자작나무와 소나무들은 그 옛날의 기억을 그대로 살리어 내고
집근처 쌓으신 견고한 성와 감자굴은 여전히 꿈쩍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그것을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마음이 한결 따뜻해 지는 것을 저는 옆에서
무던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옛적 아버지가 소년시절에 그네 매고 노시던 소나무는
무거운 삶의 무게를 버티어 내지 못하고
쓰러져 누군가에 의하여 토막토막 잘려져 있었으나
그 무게를 옮기려면 인간의 힘으로는 아니 되었던 듯
방치되어 처연함만 키우고 있었습니다
아버님 말씀이
안득풍 선생댁의 집자리라 하더군요
그 곳에는 한분의 묘가 고고히 모셔져 있었는데
주변의 소나무는 울창하여
햇볕이 들지 않아 새하얀 눈으로 덮히어 있었으니
땅은 얼었으나 천당인 듯 보였습니다
입구의 밤나무인 듯한 나무는 하늘을 우러르고 있었는데
그 아름다운 자태를 글로 표현하는 것은 가당치 않습니다
돌아서 내려오는 길에
날씨가 추워지고 땅이 얼고 나서야
산속의 소나무는 그 자태를 드러낸다는
옛 선인들의 말처럼
고향을 지키고 있는
초고령의 소나무는 멀리서
보기에도 아름답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속살과 속마음을 모두 드러내는
폭풍한설을
든든하게 견디어 내고
마침내는 봄의 향연을 준비하고 있는
고향의 모습은
우리내 고향 선배들이 이루어낸
역사의 숨결을 그대로 다시 보여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우리의 탯줄과
우리의 영혼과
우리의 내력과
우리의 향기와
우리의 미래가
여기에 살아서
숨쉬고 있음을
쌍솔배기 두 형제는
명증하고 서 있는데
돌고돌아 와 서보니
말그대로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의 심경입니다
각설하고,
여기에 올려진 사진은 샘모테 장규선 님이 찍어서
보관하고 계신 사진입니다
보건데,
사진은 상태는 매우 양호하고
더구나 저 멀리
우각봉이 버티어 있는 모습을 절묘하게 담아서
고인의 뜻을 되살리고 있는 듯 합니다
옆에 서 있는 느티나무도 그 때 같이 옮겨 심은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뒤로 논과 옥수수 밭이 예전처럼 보이고
옥수수 수염은 할어버지 모습처럼 고고하노니
띄어띄엄 전봇대는 자작나무처럼 희기만 합니다
송가네 속세메기 일군 밭이 너른 듯 보이고
그 위의 산천은 헐벗기 전 모습을 보입니다
기념비의 방향이 소뿔산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것은
고인의 뜻이
마치 무소의 뿔처럼 고독하게 정도를 찾고자 하신
고향을 살리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학생을 일으켜 마을을 반듯하게 하고
마을을 일으켜 태평성대를 이루고자 한
천지신명의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요
홍익인간의 정신과
부처의 자비와
공자의 인의예지신
노장의 순리를 행하시고
마을의 안위를 걱정하시며
어려운 사람들을 인근에서 보살피시고
지으신 열배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풀어주시고
마을의 대소사를 내 일인듯 챙기시며
본인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으셨던 분
학당의 후배들을
제 아우인듯
제 자식인듯
제 가족인듯
제 형제인듯
선생님을
마을의 훈장인듯
임금의 신하인듯
옥당의 충신인듯
여기시어
장작 패고 풀 뽑고 약치고 씨 뿌리고 거두어 주시고
학교의 발전을 위하여
인제 먼 길을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드시고
밤길 어두운 길
시내를 열두번도 넘게 빠지시면서
달빛을 밝히시며 동분서주 하던 날
장마비에 불어난 냇물에
목숨을 여러번 내 맡기셨을 그 분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안타깝게 보내시던
아버지의 눈물을
이제 저의 눈물로 씻어버리려 합니다
찬 소주 한잔 따라서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을을 모두 내주고
나와서 뿔뿔이 흩어진 이 마당에
무어라 형언할 변명할 여지도 남아 있지 않고
고향을 잃고
서당을 잃고
뿌리를 잃고
아름다운 터전을 잃고
할 것을 예견한 그 분은
끝내 그곳에서 산화하여 생을 접으셨으니
고향의 아름다운 산천에서
의연히 잠들어 계신 그 분은
영원히 살아서 우리를 지키고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제 보건데
숯둔의
세종이요
퇴계이고
율곡이고
충무공이고
백범이고
신사임당이고
한마리 학이요
한톨의 쌀알이요
한 줌의 소금이고
목은이요
포은이요
야은이요
매천이요
의사이고 열혈 청년이고
효자이고 충의로 무장하였고
지혜 또한 깊었으니
애향의 불사조요
고향을 지키는 사천황이시니
우리의 마음에 고이 모시고
험난한 인생길 같이 간다면
큰 은덕으로 우리의 길을 밝혀 주실 것으로
굳게 믿어마지 않습니다
저의 글로 미치지 못함이 지대하다 생각하여
위대한 문장가의 글을 아래에 덧합니다
추신
그 뜻이 다름이 있을 것이나
나름의 뜻이 통함이 있는 듯 하니
아름다운 목소리로
자녀들께 읽어 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고인께서도 그리 하시고자 했을 것으로
넘겨 짚어 봅니다
이상 졸글을 올리오니
혹여 심려가 있으시거든
맑은 깊은 고향의 시냇물과
넓고 끝없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어여쁘게 보아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봄내움 물씬 풍겨오는
남도의 겨울 바다에서
17회 졸업생 구본준 배상 (구자훈 + 김옥란 님의 장남)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저근듯 빌어다가 머리 우에 불리고자
귀밑의 해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
봄이 된 산에 눈을 녹인 봄바람이 잠깐 불고 간 데가 없다.
잠깐동안 봄바람을 빌려서 머리 위에 불게 하여
귀 밑의 오래된 서리 (흰 머리카락)를 녹여 보고 싶구나
* 우 탁 (1262-1342) ; 고려 말기의 학자, 성리학에 뛰어남. |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데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배꽃에 달이 환히 비치고 은하수 흐르는 시간이 자정인데
한 가닥 봄날의 애뜻한 마음을 소쩍새가 알겠는가마는
정이 많은 것도 병인 것 같아서 잠을 이루지 못하겠구나
* 이조년 (1268-1343) ; 고려 말의 학자, 시와 문장에 뛰어남. |
녹이 상제 살찌게 먹여 시냇물에 씻겨 타고
용천 설악 들게 갈아 두러 메고
장부의 위국충절을 세워 볼까 하노라
날래고 훌륭한 말을 살찌게 먹여 시냇물에 깨끗이 씻겨서 타고
좋은 칼을 잘 들게 갈아서 둘러 메고
대장부의 나라 위한 충성된 절개를 세워 볼까 하노라
* 최 영 (1316-1388) ; 고려 말의 명장, 이성계에게 죽임을 당함. |
가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난 가마귀 힌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좋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까마귀(간신)가 싸우는 골짜기에 백로(충신)야 가지 마라
성낸 까마귀가 백로의 횐 빛을 시기하여
맑은 물에 깨끗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걱정이다
* 지은이가 정몽주의 어머니라고 하나, 연산군 때 김정구라는 설이 확실함. |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 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몸이 죽고 또 죽어 백 번이나 다시 죽어서
백골이 썩은 흙이 되어 혼백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임금(공양왕)을 향한 변함 없는 충성심이야 변할 리가 있겠는가
* 정몽주 (1337-1392) ; 고려 말의 위대한 충신, 이방원에 위해 피살됨. |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흰 눈이 자욱한 골짜기에 구름(이성계 무리)이 험하게 일어나는구나
반가운 매화(우국지사)는 어느 곳에 피어 있는가
석양(망해 가는 고려 왕조)에 홀로 서서 갈 곳을 몰라 하는구나
* 이 색 (1328-1395) ; 고려 말의 학자, 조선 건국 후에 벼슬을 그만 둠. |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 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고려 오백 년의 서울이었던 개성에 혼자 말을 타고 돌아오니
자연은 옛날과 변함 없으나 훌륭한 옛사람들은 간 곳이 없구나
아아 고려의 태평성대가 허무한 꿈이라 여겨 지는구나
* 길 재 (1353-1419) ; 고려 말의 학자, 고려가 망하고 고향에 숨어서 살았다. |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
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쳤으니
석양에 지나는 객이 눈물 겨워 하노라
흥하고 망함에 운수가 있어 궁궐터인 만월대에는 가을 풀이 쓸쓸하구나
오백 년 고려 왕조의 업적이 목동의 피리 소리에 깃들어 있을 뿐이니
해질 무렵 지나가는 손이 슬퍼 눈물 겨워 하노라.
* 원천석 ( ? ) ; 고려 말의 학자, 절개의 선비. |
눈 맞아 휘어진 대를 뉘라서 굽다 턴고
굽을 절이면 눈 속에 푸르르랴
아마도 세한고절은 너 뿐인가 하노라
눈을 맞아서 휘어진 대나무를 누가 굽었다고 말하는가
쉽게 휘어질 절개일 것 같으면 눈 속에서도 푸르겠는가
아마도 추의을 꿋꿋이 견디는 절개는 너뿐인 것 같구나
* 주제 ; 대나무를 통해서 선비의 절개를 노래함. |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렇게 지내면 어떻고 저렇게 살아가면 어떻겠는가
만수산에 자란 칡넝굴이 얽힌 것처럼 살아가도 어떻겠는가
우리도 이처럼 어울려서 오래오래 살아가자꾸나
* 이방원 (1367-1422) ; 이성계의 다섯재 아들, 뒤에 태종 임금이 됨. |
내해 좋다 하고 남 싫은 일 하지 말며
남이 한다 하고 의 아녀든 좇지 마라
우리는 천성을 지키어 생긴대로 하리라
나에게 좋다고 해서 남에게 싫은 일 하지 말고
남이 한다고 해도 올바른 일이 아니면 따라 하지 말라
우리는 천성을 지켜서 타고난 본성대로 착하게 살아야 한다
* 변계랑 (1369-1430) ; 고려말 조선초의 학자, 시와 문장에 뛰어남 |
가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겉 희고 속 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까마귀의 색깔이 검다고 해서 백로야 비웃지 말라
겉이 검다고 해서 속까지 검을 것 같으냐
겉은 희면서 속이 검은 것은 백로 너뿐인 것 같구나
* 이 직 (1362-1441) ; 고려말 조선초의 학자 |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탁료계변에 금린어 안주 삼고
이 몸이 한가하옴도 역 군은이샷다
아름다운 자연에 봄이 돌아오니 미칠 듯한 흥이 절로 일어난다
시냇가에서 탁주를 마시는데 싱싱한 물고기를 안주로 삼아
이 몸이 이렇게 한가하게 지낸는 것도 또한 임금님의 은혜이시도다
* 맹사성 (1360-1438) ; 세종 때의 대신, 효성이 뛰어나고 청렴한 관리임 |
대추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듣드리며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 익자 체 장수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대추가 빨갛게 익은 골짜기에 밤이 뚝뚝 떨어지며
벼를 베어낸 그루에는 게가 기어 내려가는구나
술이 다 익자 체를 파는 장사가 오니 새 술을 걸러서 먹어야 겠구나
* 황 희 (1363-1452) ; 조선초의 훌륭한 재상, 청렴한 관리였음. |
강호에 봄이 드니 이 몸이 일이 하다
나는 그물 깁고 아희는 밭을 가니
뒷 메헤 엄기난 약을 언제 캐랴 하나니
아름다운 자연에 봄이 오니 이 몸이 할 일이 많다
나는 그물을 깁고 아이는 밭을 갈고 있는데
뒷산에 많이 핀 약초를 언제 다 깰 것인가
* 주제 ; 봄이 되어 바쁜 생활을 즐겁게 노래함. |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 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 파람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에라
찬 겨울 바람은 나뭇가지에 스치고 밝은 달은 눈 속에서 싸늘한데
서울에서 머나먼 변방의 성루에 큰 칼을 짚고 서서
긴 휘파람과 큰 고함 소리에 감히 거칠 것이 없구나
* 김종서 (1390-1453) ; 세종 때의 뛰어난 장군, 뒤에 수양대군에게 죽음. |
장백산에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 씻기니
썩은 저 선비야 우리 아니 사나이야
어떻다 인각화상을 누가 먼저 하리오
백두산에 깃발을 꽂고 두만강 물에 말을 씻기니
쓸모없는 선비들아 우리가 바로 대장부가 아니냐
공이 큰 신하의 그림이 걸리는 누각에 누구의 얼굴 그림이 먼저 걸리겠느가
* 주제 ; 나라 위한 장군의 참된 충성과 당당한 자부심 |
가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야 밤인들 어두우랴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
까마귀가 눈비를 맞아 흰 듯하지만 속은 검구나
야광주 명월주 구슬은 밤이 되어도 어둡지 않고 빛난다
단종 임금을 향한 충성심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 박팽년 (1417-1456) ; 사육신의 한사람, 단종을 다시 모시려다 사형당함. |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이 몸이 죽은 뒤에 무엇이 될 것인고 하니
봉래산(서울 남산) 높은 봉우리에 우똑 솟은 큰 소나무가 되어서
흰 눈이 온 세상에 가득 찰 때 홀로 푸르고 푸르리라
* 성삼문 (1418-1456) ; 사육신의 한 사람, 훈민정음 창제에 공이 큼. |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진정 채미도 하는 것가
아무리 푸새엣 것인들 그 뉘 땅에 났더니
수양산 바라보며 옛날 중국(은나라)의 절개의 선비 백이와 숙제를 한탄한다
절개를 지키려면 굶주려 죽을 것이지 고사리는 왜 캐어 먹었는가
비록 풀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누구(주나라)의 땅에 났던 것이냐
* 주제 ; 백이 숙제를 들어서 자기의굳은 절개를 나타냄. |
초당에 일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어
태평성대를 꿈에나 보려터니
문전에 수성어적이 잠든 나를 깨워라
조용한 집에 한가하게 있다가 거문고를 베고 누워
훌륭한 임금이 다스리는 태평한 세상을 꿈 속에서 보려 하였는데
문 앞에서 고기잡이들이 부는 피리소리가 잠든 나를 깨우는구나
* 유성원 (?-1456) ; 사육신의 한 사람, 당시에 집에서 자결했음 |
간밤에 불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 다 기울어 지단 말가
하물며 못다 핀 꽃이야 일러 무삼하리오
지난 밤에 불던 바람에 눈과 서리까지 몰아쳤단 말인가
우뚝 솟은 큰 소나무(단종 따르는 충신들)가 다 쓰러져 가는구나
하물며 아직 못다 핀 꽃(이름 없는 선비들)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 유응부 (?-1456) ; 사육신의 한사람, 사육신은 세조에 의해 죽은 충신들임. |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여 울어 밤길 예놋다
천만 리 머나먼 길(강원도 영월)에서 고운 임(단종)을 이별하고
내 마음을 둘 데가 없어서 시냇가에 앉아 있으니
저 물도 내 마음과 같아서 울면서 밤길을 흘러 가는구나
* 왕방연 ( ? ) ; 사육신 사건 때 단종을 귀양지 영월까지 모셨던 사람. |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오노라
가을의 강물에 밤이 깊어가니 물결이 차구나
낚시를 드리워도 고기가 물지 않는구나
욕심도 잡념도 없는 달빛만 배에 가득 싣고 돌아온다
* 월산대군 (1455-1489) ; 조선 성종 임금의 형, 문장과 풍류가 뛰어남 |
짚 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 온다
아희야 박주산챌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짚으로 만든 방석을 내지 마라 낙엽 위에 못 앉겠는가
관솔 불을 켜지 마라 어제 진 달이 다시 환하게 돋아온다
아이야 막걸리와 산나물이라도 좋으니 푸짐하게 차려 오너라
* 한 호 (1543-1605) ; 조선시대 명필 한석봉,떡장사 어머니 이야기가 유명함 |
장검을 빠혀 들고 백두산에 올라 보니
대명천지에 성진이 잠겼에라
언제나 남북풍진을 헤쳐 볼까 하노라
큰 칼을 빼어 들고 백두산에 올라 보니
밝고 맑은 천지에 전쟁의 기운이 덮혀 있구나
언제 전쟁을 없애고 평화로운 세상 만들 수 있을까
* 남 이 (1441-1468) ; 조선초 훌륭한 장군, 간신 유자광의 모함으로 죽음. |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 운산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마음이 어리석으니 하는 일이 모두 어리석구나
구름이 첩첩한 깊은 산속에 어느 임이 찾아 올 것인가마는
낙엽이 지고 바람 부는 소리에 행여나 임이 왔는가 싶구나
* 서경덕 (1489-1546) ; 조선 전기의 대학자, 평생을 벼슬하지 않고 학문만 함. |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에 눈비 맞아
구름 낀 볓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 지다 하니 눈물 겨워 하노라
추운 겨울에 베옷을 입고 바윗굴 속에서 눈비를 맞고 살면서
구름 낀 햇빛(임금의 은총)을 쬔 적이 없지만
서산에 해가 진다(임금의 죽음) 하니 눈물이 나는구나
* 조 식 (1501-1572) ; 조선 전기의 큰 학자, 초야에 묻혀 학문에만 전념함. |
풍상이 섯거 친 날에 갓 피온 황국화를
금분에 가득 담아 옥당에 보내오니
도리야 꽃이온 양 마라 임의 뜻을 알괘라
바람 불고 서리가 내린 날에 막 피어난 노란 국화꽃을
(명종 임금께서) 좋은 화분에 담아 홍문관에 보내 주시니
복숭아 오얏꽃은 꽃인 체도 하지 마라 국화를 보내신 임금의 뜻을 알겠구나
* 송 순 (1493-1583) ; 조선 전기 학자, 벼슬 그만 두고 독서와 문장을 즐김 |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태산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하늘 아래에 있는 산이로다
마음을 먹어서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가 없겠는데
사람들이 스스로 오르지 않고 산만 높다고 말하는구나
* 양사언 (1517-1584) ; 조선 전기 학자, 서예에 뛰어남. |
오리의 짧은 다리 학의 다리 되도록애
검은 가마귀 해오라비 되도록
항복무강하사 억만세를 누리소서
오리의 짧은 다리가 학이 다리처럼 길어질 때까지
검은 까마귀가 백로처럼 희게 될 때가지
끝없이 복을 누리시고 길이길이 사시옵소서
* 김 구 (1488-1543) ; 조선 전기 학자, 서예와 문장에 뛰어남 |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
초야우생이 이러타 어떠하료
하물며 천석고황을 고쳐 무엇하료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시골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선비가 이렇게 산들 어떠하리
더구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고쳐서 무엇하리
* 주제 ; 초야에 묻혀 살며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 이 황 (1501-1570) ;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 도산서원에서 후진 양성함. |
고인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뵈
고인을 못봐도 예던 길 앞에 있네
예던 길 앞에 있거든 아니 예고 어쩔꼬
옛날 훌륭한 사람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나도 예사람을 못 보는데
옛사람은 못 보아도 그들이 행하던 훌륭한 길이 가르침으로 남아 있네
옛적의 훌륭한 길이 앞에 있는데 올바른 도리를 따르지 않고 어쩌리
* 주제 ; 옛날 성현들의 가르침을 배우고 따르려는 학문의 바른 자세. |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고 만고상청하리라
푸른 산은 어찌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 푸르르며
흐르는 물은 어찌하여 밤낮으로 그치지 아니하는가
우리사람들도 그치지 말고 영원히 푸르게 살아야 하리라
* 주제 ; 자연을 통해서 변함 없는 삶과 학문의 자세를 배움. |
고산 구곡담을 사람이 모르더니
주모복거하니 벗님네 다 오신다
어즈버 무이를 상상하고 학주자를 하리라
고산에 있는 아홉 굽이 계곡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이 모르더니
내가 조그만 집을 짓고 지내니 벗들이 다 모여든다
아아 중국에 있는 무이산을 상상하며 주자(중국 최대의 학자)를 배우리라
* 주제 ; 아름다운 자연을 벗하며 주자학을 연구함.
* 이 이 (1536-1584) ; 이황과 함께 큰 학자, 어머니가 신사임당이다. |
청초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웠난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나니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슳어 하노라
푸른 숲이 우거진 골짜기에 잠을 자느냐 누워 있느냐
아름다운 얼굴은 어디 두고 흰 뼈만 묻혀 있느냐
술잔을 잡고 권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슬퍼 하노라
* 주제 ; 조선시대 뛰어난 기생이었던 황진이의 죽음을 슬퍼함.
* 임 제 (1549-1584) ; 조선 전기의 풍류 남자, 문장에 뛰어남 |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길 일란 다 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 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어버이가 살아 계실 때 섬기는 일을 잘 하여라
돌아가신 후에 슬퍼한들 무엇하리
평생에 다시 못할 일이 부모 섬기는 일이라 생각하노라
* 주제 ;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효도를 잘 해야 한다.
* 정 철 (1536-1593) ; 조선 전기의 문인, 가사 문학의 일인자. |
38. (오늘도 다 새거다) - 정 철
오늘도 다 새거다 호미 메고 가자스라
내 논 다 매어든 네 논 좀 매어주마
올 길에 뽕 따다가 누에 먹여 보자스라
오늘도 날이 다 밝았다 호미를 메고 들로 나가자꾸나
내 논을 다 맨 뒤에는 네 논도 좀 매어 주겠다
돌아오는 길에는 뽕잎을 따서 누에를 먹여 보자꾸나
* 주제 ; 농사를 서로 도와 주고 누에치기에도 힘쓰자 |
39. (마을 사람들아) - 정 철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스라
사람이 되어 나서 옳지 곧 못하면
마소를 갓 고깔 씌어 밥 먹이나 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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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여 옳은 일을 하자꾸나
사람으로 태어나서 옳은 일을 하지 못하면
말과 소에 갓이나 고깔을 씌어 밥을 먹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 주제 ; 사람은 언제나 옳은 일을 해야 한다. |
40. (이고 진 저 늙은이) - 정 철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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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이고 등에 짐을 진 저 늙은이 짐을 풀어서 나에게 주시오
나는 젊었으니 돌덩이인들 무겁겠소
늙은 것도 서러운데 무거운 짐까지 지셔야 되겠소
* 주제 ; 노인을 공경하고 도와야 한다 |
41. (지당에 비 뿌리고) - 조 헌
지당에 비 뿌리고 양류에 내 끼인 제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매었는고
석양에 짝 잃은 갈매기만 오락가락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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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는 비가 내리고 버드나무 가지에는 안개가 끼었는데
강가에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매어 있는가
저녁놀 속에 외로운 갈매기만 오락가락 날아다니는구나
* 주제 ; 한가하고 아늑한 시골의 풍경을 노래함.
* 조 헌 (1544-1592) ;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싸우다가 전사하였음. |
42. (청산리 벽계수야) - 황진이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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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산 속을 흐르는 맑은 냇물이여 빨리 흘러간다고 자랑하지 말라
한 번 바다로 흘러가 버리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것이다
밝은 달이 빈 산에 가득 비치고 있으니 놀다가 가는 것이 어떠한가
* 주제 ; 황진이가 풍류남자 벽계수를 유혹하는 내용.
* 황진이 (?-1530) ; 조선시대 최고의 기생, 시와 문장과 음악에 뛰어났음. |
43. (동지달 기나 긴 밤을) - 황진이
동지달 기나 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룬 님 오신 남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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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달 긴긴 밤의 시간 한가운데를 베어 내어
봄바람 따뜻한 이불 아래 서리서리 뭉치어 넣어 두었다가
사랑하는 임이 오시는 날 밤에 굽이굽이 펼쳐서 긴긴 시간으로 이으리라
* 주제 ; 사랑하는 임과 함께 오래오래 같이 지내고 싶은 애뜻한 마음. |
44. (한산섬 달 밝은 밤에) - 이순신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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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섬 달이 밝은 밤에 망루에 혼자 앉아서
큰 칼 옆에 차고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며 깊은 근심에 잠겨 있는데
어디서 들려오는 한 가락 피리소리에 애간장이 다 끊어 지는구나
* 주제 ;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는 장군의 근심 가득한 충성심.
* 이순신 (1545-1598) ; 임진왜란 때 거북선을 타고 왜적을 물리친 명장. |
45. (철령 높은 봉에) - 이항복
철령 높은 봉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원루를 비 삼아 뛰워다가
임 계신 구중심처에 뿌려 본들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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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령 높은 봉우리를 쉬어서 넘어가는 저 구름아
귀양가는 외로운 신하의 억울한 눈물을 비처럼 띄어가지고 가서
임금님 계신 깊은 궁궐에 뿌려서 나의 충성심을 알려 드리려무나
* 주제 ; 귀양가는 신하가 자신의 충성심을 임금께 호소함.
* 이항복 (1556-1618) ; 오성과 한음의 이야기로 유명한 오성 대감임. |
46. (심산에 밤이 드니) - 박인로
심산에 밤이 드니 북풍이 더욱 차다
옥루고처에도 이 바람 부는 게오
긴밤에 치우신가 북두 비겨 바래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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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에 밤이 깊어가니 북쪽에서 불어오는 겨울 바람이 더욱 차다
임금님 계시는 궁궐에도 이 찬 바람이 불고 있을까
긴긴 겨울 밤에 춥지는 않으신지 임금님을 북두성 별에 견주어 바라본다
* 주제 ; 임금을 걱정하는 신하의 지극한 충성심.
* 박인로 (1561-1642) ; 조선 중기의 무신, 가사와 시조를 많이 남겼음. |
47. (세상 사람들이) - 인평대군
세상 사람들이 입들만 성하여서
제 허물 전혀 잊고 남의 흉 보는 괴야
남의 흉 보거라 말고 제 허물을 고치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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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입들만 살아서
자기의 잘못은 다 잊어버리고 남의 흉을 보는구나
남의 흉을 보기 전에 자기의 잘못을 먼저 고쳤으면 좋겠구나
* 주제 ; 사람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조심할 것을 일깨워 줌.
* 인평대군 (1622-1658) ; 효종 임금의 동생, 청나라와의 외교에 공이 큼. |
48. (동창이 밝았느냐) - 남구만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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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창문이 벌써 밝았느냐 종달새가 우지짖고 있다
소를 먹이는 아이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느냐
고개 너머에 있는 이랑이 긴 밭을 언제 갈려고 하느냐
* 주제 ; 농가의 부지런한 생활을 일깨워 줌.
* 남구만 (1629-1711) ; 조선 중기의 재상, 법을 공정하게 잘 처리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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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화탄 故장태호선생 추모방개설에즈음하여 화탄분들이올린글감동적이어서 펌해봤습니다..
좋은말은 여기에 다 모아놓은듯하네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나머지 반은 낼 다시 보러와야징![~](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남에흉 보지말고 제 허물을 고쳐라....와 ` 닫는 구절이네요....명심하겠습니다
본받을 점이만은 내용이네요
구자훈, 김옥란님 안부가 궁금 합니다, 특히 아드님 본준씨는 대학교시절 공부를 아주 잘하여 부모님의 부담을 많이 덜어드린걸로 알고 있는데 역시 훌륭하신분이 되신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욱더 승승장구 하시길 빌고, 항상 고향을 생각하여 주시기를 기원 합니다.
장동일 어르신께...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글을 다시 읽어 보았는데 고칠 곳이 많이 보입니다...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와서 쓴 글이었습니다...나중에 뵙고 인사 올리겠습니다...구본준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