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첫 기독교 입문서, “파혹진션론”(1897)을 중심으로-
당당뉴스
노종해 | rochai@hanmail.net
초기 기독교에 대한 한국인들의 의혹들과 변증
-한국인의 첫 기독교 입문서, “파혹진션론”(1897)을 중심으로-
왜, 동양인들이 서양의 예수교를 믿으라 하는가?, “나”만 착하면 됐지
나라가 잘되고 못되기는 그 나라의 종교에 달려 있어
예수 믿고 따르는 자들이 금해야할 것과 종신토록 지켜야할 도리
한국인 정서와 부합하는 한국인들의 기독교신앙문서들이 발굴되고 밝혀져야
노 종 해 선교사(CMR리서치)
*노병선:“파혹진선론”(1897) / 초기 권서인의 순회전도 모습 |
1. 시작하는 말
한국인으로써 첫 기독교 입문서를 저술한 이는 전도인 노병선(盧炳善) 선생이시다. 노병선 선생은 1897년에 “파혹진선론”(破惑進善論)이란 기독교신앙 변증서를 저술하여, “조선성교셔회”(朝鮮聖敎書會. 현,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발행하였다. 가로 15.5cm, 세로 21.5cm 국판크기의 한지8장16쪽으로 한글로 기록된 첫 기독교신앙 소개서로 저자의 이름은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1) 그러나 저자가 “노병선” 임은 “대한그리스도인회보”와 “그리스도신문”에 게재된 책 소개에서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교우 로병선씨가 파혹진션론이라 하는 책을 지어 출판하였는데…, 누구든지 이 책을 보기 원하는 인는 배재학당이나 종로 대동서시 가셔 사 보시기를 바라노라.”2)
또한 조원시 목사(Rev, H.G. Jones)는 “그리스도신문”에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파혹진션론> 이 책은 우리 션배 로병선 씨가 져술한 책이니 우리나라 사람의 마음과 언행은 어떠하며 영미국 같이 부강한 나라사람의 마음과 행하는 일은 무엇이며, 또 션교사들이 무삼 일노 우리나라에 와서 각쳐 대도회에 우거하며 사람을 모집하여 가르치는 뜻을 알고져 하시거든 이 책을 보시면 파혹될가 하노라.”3)
노병선 선생은 이 책 외에도 “聖人賀樂傳”(The Story of Saint Harak, “하락”은 중국 명 표기의 한글이름)도 저술하였는데, “성인하락전”에서 그는 올링거 목사(Rev, F. Olinger)의 권면과 천거로 홀 박사(Dr, W.J. Hall)의 한국어 선생이 되어, 1893년 9월에는 홀 박사와 함께 평양 의료 순회선교에 동행하여 7개월 동안 거주하며 생활하였음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그는 홀 의사의 헌신과 사랑의 생활에서 기독교를 받아 들이고 신앙에 확고히 서게 된 것도 고백하고 있다.4)
2. 파혹진선론(破惑進善論)의 내용
“파혹진션론”(영문제목:”Introduction to Christianity”)의 내용은 표제에서 보듯이 기독교신앙에 대해 의혹을 파하고 진리를 밝힌다는 뜻이다.
첫째, 당시 한국의 내 것만 옳다하고 외국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 배타적인 쇄국주의 폐습을 지적하면서 시작하고 있다. “부국강병”과 “국태민안”의 길에 유익하다면 받아들여야 함을 논하며, “나라가 잘되고 못되기와 사람을 화하기는 그 나라의 종교에 달렸거늘”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오늘날 우리나라에 들어 온 예수교가 사람에게 유리한지 나라에 해가 되는지 이유를 아는 대로 대강 말하여 모르는 사람에게 의혹을 씻게 하노라”고 하였다.5)
“슬프다 우리 조선 대소 인민이 소문 소견이 주어 외국 사람에게 조소 거리요 없임 받음이여 내가 배운 것과 들은 것과 본 것만 옳다 하고, 남이 배운 것과 들은 것과 본 것은 서로 비교도 아니 하여 보고 덥혀놓고 그르다 하며, 혹 보고 들은 사람들은 이유는 교계치 아니하고 말하기를 우리나라에서 몇 백 년을 행치 아니한 것이라 하고 그르다 하니 어찌 그리 고집하며 미련한고…”6)
“몇 백 년 지켜 내려오던 법과 규모라도 사람에게 유조치 아니하면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아무리 외국법이라도 사람에게 유조하면 모본하여 쓰니 이것이 어찌 나라의 부하고 평안할 장본이 아니뇨.7) (이하 옛 한글을 원문을 살려 필자정리)
둘째로 노병선 선생은 당시 한국인들이 미국인 선교사들의 활동에 대한 의혹을 다루고 있다. “왜,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세우며 출판소를 세워 무식한 사람들을 가르치고 병든 사람을 치료하며 유익한 책을 보급하는가?”고 의심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전일 여러 친구들의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 온 여러 나라 사람들의 하는 일을 알아본즉, 일본사람은 장사로 취리하러 왔고, 청국사람도 또한 그렇고, 불란서 사람은 벌써 여러 십년 전부터 천주교를 가르치러 왔거니와 미국 사람들은 또한 무엇하러 와서 자꾸 돈을 쓰고 다니면서 예수교를 가르친다 하니 무슨 의미인고…”8)
“왜 그 사람들이 와서 학당을 설립하고 무식한 사람을 가르치며, 무의가한 불쌍한 사람들을 의식주어 아무쪼록 잘되게 하며, 병원을 설립하고 병든 사람에게 약을 주며, 녀학당을 설립하고 빈한 녀아들을 데려다가 교육도 시키며, 각색 책을 박혀 헐가로 방매하며, 돈 없는 사람들은 거져 주고, 교사들이 각처로 다니면서 보는 사람마다 착한노릇 하라고 권하는지 우렁 속 같아서 모르겠다 하는 사람도 있어…”9)
노병선 선생은 당시 한국인들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밥알로 리어를 낚는다”고도 하며, “자기나라에서 월급을 많이 받기 때문이고, 우리나라의 산수(山水)가 좋기 때문이라고도 하나 그 의혹이 풀리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자신도 이러한 의혹을 가졌음도 고백하고 있다. 10)
*초기 권서인의 순회전도(1902) |
셋째, 노병선 선생은 이러한 의혹을 풀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들이 지니고 있는 사상과 신앙을 알아야 함을 논하고 있다. 여기서 노병선 선생은 세 가지로 구분하여 기독교를 소개하고 있다.
1. 인류를 사랑하셔서 예수로 이 땅에 탄생하심을 설명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죄 있는 사람을 불쌍히 여겨서 1897년 전에 예수를 동양 유대국 베들레헴에 탄생케 하심이다. 즉, 동정녀에게서 나시고 죄에서 구원하시며, 악한 자를 불러 회개시키시는 활동을 하신 예수님이 33세에 부활승천 하시며, 그 문도들에게 천하만국이 다 형제임을 가르치시고 만국만민에게 사죄하는 도를 전하라 하셨음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도를 믿는 사람은 어느 곳에 있든지 한 형제자매로 서로 사랑하여 전도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수 씨의 말씀을 믿고 그 행적을 본받는 사람은 은혜를 받은 고로 믿는 사람은 원근을 무론하고 서로 몸은 각각이나 마음이 피차 교통하여 마치 사지백대가 합하여 한 몸이 된 것 같이 한 교회가 되니…, 서로 믿고 서로 사랑하여 무론 어느 나라이던지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죄악이 관영하여 죽을 지경이 된 나라가 있다 하면 기어이 부비를 구취하여 전도 교사를 보내어 그 나라 사람들을 형제로 여기고 천로로 인도하여 자기와 동등한 사람이 되기를 일구월심으로 원하는 고로…”11)
*초기 한국교인들(1895)-인천 내리예배당(내리교회) |
2. 하나님은 동방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먼저 믿는 미국인들을 한국에 보내어 이 진리로 인도케 하였음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노병선 선생은 “서양의 하늘과 동양의 하늘이 다르다 하리오”라 하면서, “동양의 도(道)와 서양의 도(道)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논하고 있다. 예수교 자체가 본래 동양에서 시작되었다고 변증함으로써 기독교는 서양종교 일 수 없다고 변론하고 있다.
또한 “텬주학“이란 뜻도 ”하나님의 학“이란 뜻으로 소중한 것임을 밝히면서, 천주교와 예수교의 차이도 설명하고 있다. 즉, 천주교와 예수교는 400년 전까지는 하나였으나, 이태리 교황 레오10세의 행위불측으로, ”덕국사람 루터와 영국사람 요한 낙쓰와 셔사 사람 요한 칼빈 등인이 교황의 하는 일을 불합리 여겨 서로 분파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12)
3. 노병선 선생은 예수를 믿고 따르자 하는 이들이 지켜야할 도리(道理)를 밝히고, 금해야 할 일과 종신토록 지켜야 할 일을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초기 평양 여성 성경학교(1897) |
1). 금해야 할 일- 하나님이 미워하시고 예수님이 금하신 일이다. 즉, 살인, 강도, 간음, 절도, 망령된 증거, 탈선, 거짓말, 시기 등이다. 또한 우상과 미신을 타파해야 한다.
“미륵이나 부처에게나, 성황에나 산현의 아들 낳고 명 길고 부자 되기를 원하여 축수 말며, 산음보저고 풍수드리고 부모의 해골을 끌고 다니지 말며, 점장이에게 택일 말며, 상장이에게 상보지 말며, 소경과 무당불녀경 읽지 말며…”
또한 남의 자녀를 유인하여 범죄케 하는 것을 금해야 하며, 후취 두는 일과 잡기도 금해야 한다. 즉, “남의 귀한 자식을 유인하야 외도에 빠지지 말게 하며 후취와 잡기말나 이것은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바이오.”13)
2) 종신토록 행해야 할 일- 첫째는 하나님을 공경하는 것이요, 둘째는 사람을 사랑하기를 내 몸과 같이 하는 것이라 했다. 여기서 노병선 선생은 당시 기독교 신앙에 대한 비난이나 질문에 대해서 변증하고 있다. 즉, “하나님을 누가 모르는가?”란 질문에 대해서는 “부모를 알기만 하면 무엇하는가 봉양해야 하지 않는가?” 되묻고, 하나님을 알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공경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하나님을 공경하는 자는 “효제충신에도 막히지 아니하며”라 하였다.14)
사람을 사랑하는 교훈에 대해서는 “나만 착하면 됐지 예수 믿을 필요 무엇인가?”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즉, 역적이 타국에 가서 아무리 선행하여도 본국에서는 여전히 역적이요, 임군에게 사죄 받아야 역적에서 해제됨과 같이 예수 믿고 사죄 받아야 할 필요성을 논하고 있다.
또한 “예수를 모르는 성현들은 모두 지옥에 갔는가?”란 물음에 대해서 노병선 성생은 “예수 이 전 사람은 선행으로 예수의 공로 힘입어 천당 간 줄 믿는다”고 변증하였다. 또한 “죽으면 혼미백산 하여 천당 지옥 없고 그만”이라는 데 대하여, “삼가 할 지어다 이 말이여 만일 천당과 지옥이 없다 하고 이 세상에서 허랑 방탕이 더욱 함부로 넘어간다가 사후에 천당과 지옥이 과연 있어 그 영혼이 천당으로 못가고 지옥으로 갈 지경이면 그 형벌이 더욱 심하리니, 동포 형제들은 빨리 예수교에 나아와 도에 근본을 궁구하여 육신과 영혼, 구하기에 만시지탄이 없기를 바라노라”고 응답했다.15)
3) 마지막으로 노병선 선생은 성경66권이 신앙과 생활의 규범임을 밝히면서 끝을 맺고 있다. 즉, “우리가 주장하야 보는 책은 구약 삼십구권과 신약 이십칠권이오”라 하였다.
*인천 내리교회 교인들(1905년)-앞줄 갓 쓴 이 김기범 목사(1901.5.14. 목사안수 1호) |
3. 맺는말
이상에서 우리는 첫 한국인의 기독교 신앙서인 노병선의 “파혹진선론”(破惑進善論)을 살펴보았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초기 한국 기독교인의 기독교이해와 신앙을 밝혀 주며, 주체적인 신앙의 확신과 증거, 고백을 보여주고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또한 선교 초기에 부딪친 사상이 무엇인지도 밝혀 주고 있으며, 초기 전도인들의 증거도 밝혀 주고 있다.
한국인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신앙과 체험 및 생활과 증거는, 오늘날 21세기의 한국기독교에도 주체적인 기독교사상, 신앙증거에 도전해 주고 있다. 한국 기독교사 연구에 있어서, 사상사와 신학사의 분야에 자료의 빈곤을 느끼고 있는 때에 이 책은 새로운 전망을 열어 주는 자료이다. 앞으로도 한국인들의 기독교신앙 증거문서들이 발굴되고 밝혀져야 진정한 한국기독교가 될 것이다.(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