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 근처에 위치한 조그마한 동네ㅡ에,
개천에 용났다고 자신할만큼 '빼어난' 소녀가 한명 살고 있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윤서화.
윤상범의 차녀로,
얼굴은 아니고 머리 하나만큼은 수재에 천재라고 자칭할 정도.
그런 천재 소녀가 서울에서도 이름난 도성고에 진학하고,
천재 소녀의 사촌 여동생ㅡ윤초이는.........
「싫어,싫단말야! 내가 왜 서화 언니 있는 학교에 가야 되는데!?」
...성적으로 비교를 당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화가 있는 도성고 진학을 극구 거부 中=_=
성적이 우수한 대신 얼굴이 메주 그 자체인 사촌 언니 윤서화.
반대로 얼굴이 예쁜 대신 성적이 도성고 개교 사상 최악인 윤초이.
동생이라고 하나 있는(남동생)게 공부도 잘해서 유학까지 갔다니.
17세 고딩이에게 이 정도 상황은 지옥 그 자체건만.
그 상황까지 눈물을 머금고 버티는 '천재의 친척' 윤초이.
...는 차고 넘치는 후줄근한 교복을 걸친채 울상을 지었다.
'도성고'에 가야하는거다,이젠.
그것도 똥통 학교에서 '전학'이란 명분으로ㅡ
수재들만 모인다는 '도성 고등학교'에.
.........
.....
초이는 별로 든것도 없어 보이는 가방을 들쳐매고 입을 삐죽이 내밀며 집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집이라고 해봤자 초가삼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집'
초이는 이 모든걸 한눈에 보더니 내밀었던 입을 일자로 다물고,
가방끈을 꾹 쥔채 천천히 전학 갈 학교로 향했다.
○도성 고등학교○
황량하기 짝이 없는 넓은 운동장.
그 운동장 옆 테두리에 도배된 녹색 잔디.
잔디 옆 부분마다 심어져 있는 정원수들까지ㅡ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학교의 외관에 초이는 난감하다는 듯 자뭇 신경질을 부렸다.
스피리스ㅡ(Spiris,메이커 있는 비싼 운동화ㆀ)로 작은 정원수들을 짜증스럽게 걷어찼고,
괜시리 툴툴 거리며 자신의 앞날에 대해 미리 비관까지 일삼으며 중앙 현관으로 들어섰다.
「뭐야,이게ㅡ이러면 학교 다니기 짜증나는데.」
누가 들을새라 목소리를 한톤 낮추고 중얼거리던 초이는
운동화를 벗고 학교 내빈용 실내화를 집어들며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명문 고등학교답게 실내화까지 고급=_=
실내화 때문인지 초이는 어이를 잃고 얇은 허리라인에 손을 얹은채 피식,하고 웃었다.
...피식,피식 웃던 초이.
기가 막혀,라고 수없이 되니며 실내화를 벗고 양말채로 교무실로 올라갔다.
[교무실]
엄숙하기만 한 자칭 '명문고'의 교무실.
문을 열고 그 교무실에 발을 내디뎠을때,초이는ㅡ
'인문계 계열의 고등학교를 다니긴 했어도 교무실이 이 정도까지 어두운건 처음이다'
...라고 생각했다.
(어둠의 자식도 아니고ㆀ)
'공부벌레 양성소'를 연상시키는 교무실에 뿔테 안경의 선생들이며,
책상마다 쌓여있는,보기만 해도 눈이 자지러지게 아픈 두꺼운 책들.
초이는 순간 밀려오는 현기증에 이마를 짚고 섰다가
뭔가가 생각난듯 어두웠던 표정을 펴고 한 선생을 향해 다가갔다.
브라운 계통의 머리색깔에 갸름한 얼굴의 남자 선생.
사무 처리에 바쁜듯 머리를 쓸어올리는 자태(?)가 엘레강스,그 자체.
그 엘레강스 선생을 향해 다가간 초이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저어,선생님?」
「...응?..아,네가 그-」
「네^-^」
마침 인기척을 느낀듯 고개를 돌리던 선생은 초이를 금방 알아보았고,
전학에 관한 일은 일사분란하면서도 전광석화처럼 해결되었다.
'원빵'으로.
초이의 엄마가 쥐어 준 전학 관계 서류와, 전 학교 통지서-
그 외의 주민등록 등본과 신상 명세서같은 개인 기록이 적힌 문서들을 보던 선생은-
아니,이제 '권익규 선생님'이라 칭하겠다.
초이의 개인 기록이 적힌 문서들을 보던 권익규 선생은
고개를 두어번 주억이더니 초이가 매너상 뽑아온 자판기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3반에 윤서화랑 친척이구나.」
「아,네ㅇ_ㅇ」
「음ㅡ그럼 얘기가 빠르겠구나. 1학년 5반으로 수속 밟자.」
1학년 5반으로 전학을 확정 지은 권익규 선생은 야릇한 미소를 머금으며
초이를 보며 이것저것 지시사항을 말했다.
물론 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띄었다.
「...그래. 그럼, 내일 아침 8시까지 등교하고ㅡ아,일단 8시되기 전에 먼저 교무실에 와.」
「네? 그건 왜...」
「아아,그건 말이지- 선생님이 초이 너한테 이것저것 말해줄게 있어서말야.」
「...네. 그럼,이만 가보겠습니다.」
담임 선생님과의 통성명이 끝나자 초이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목례를 하고 일어섰다.
덩달아 일어서는 담임...을 한심한듯 쳐다보던 초이.
애써 표정관리를 하다 적당한 타이밍에 교무실을 빠져 나왔다.
초이의 표정은 가히 밝지 않고, 오히려 힘든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매우 지쳤다'는 표정을 짓던 초이는 가방을 벗어 손에든채 손가락으로 오른쪽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그 스트레스 만빵에 불지옥같은 교무실과 중앙 현관을 벗어나
사방으로 트인 넓은 운동장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거기서 보았다.
.....................
약간 이상해 보이는 남자 아이 한명을.
...핸섬해 보이는듯 하면서 '포커 페이스'의 산물같은...
한마디로 '신비로운 소년'....을.
.......
...
나중에 자신이 만나게 될 사람을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