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발사체 ‘가분수’… 정찰위성 여러개 동시발사 노린듯
[北 정찰위성 발사 실패]
‘광명성’과 달리 탑재부 확 키워
ICBM 발사용 ‘백두산 엔진’ 장착
軍, 15m길이 동체 발견 인양작업
북한이 지난달 31일 쏘아 올린 위성발사체 ‘천리마-1형’의 발사 모습. 북한 관영매체가 하루 뒤(1일) 공개한 사진이다. 조선중앙통신 AP 뉴시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발사에 실패한 위성발사체 ‘천리마-1형’은 2016년 2월 북한이 쏜 ‘광명성호’와 비교해 위성 탑재부가 눈에 띄게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를 집중 감시할 목적으로 군사정찰위성 여러 기를 한 번에 발사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단으로 구성된 발사체의 총길이도 광명성호보다 다소 길어졌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엔진인 ‘백두산 엔진’ 2∼4기를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전날 1단 분리 직후 추락한 잔해물 중 2단 추진체가 포함된 동체를 찾아 이날 현재 인양을 시도 중이다.
북한이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전날 발사 사진 속 ‘천리마-1형’은 광명성호와 외관이 확연히 달랐다. 광명성호는 1단에서 3단으로 갈수록 지름이 확연하게 좁아지다 발사체 맨 위 위성 탑재부가 가장 작은 구조였다. 반면 이번엔 3단까지 눈에 띄는 지름 변화가 없다가 위성 탑재부만 가분수 형태로 커진 형태였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실전용인 만큼 위성 크기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위성 여러 기를 동시 탑재하기 위해 크기를 키웠을 수도 있다”고 했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천리마-1형의 총길이는 30m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광명성호는 28∼30m로 알려져 있다. 발사체에 더 무거운 위성을 실어 보내기 위해 길이 등 전체 덩치를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엔진은 준중거리 노동미사일 엔진 4기를 사용한 광명성호와 달리 액체연료 ‘백두산 엔진’을 장착해 추력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두산 엔진은 여러 차례 시험발사로 성능을 입증한 ‘화성-17형’ 등 북한의 ICBM용 엔진이다.
전날 발사체가 추락한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쪽 200여 km 해상에선 우선 2단이 포함된 15m 길이 동체가 발견돼 군 당국이 이틀째 인양 작전을 진행 중이다. 인양 작전에는 통영함, 광양함 등 함정과 해군 해난구조대(SSU) 등이 투입됐다.
전체 발사체 길이의 절반에 가까운 이 거대한 동체는 전날 수심 위로 떠올랐다가 1일 현재 75m 아래 해저에 가라앉은 상태다. 이 해역 주변 100km 일대에 1단 동체를 포함해 3단 및 위성 탑재부, 위성 등이 모두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을 모두 찾아 인양하는 데 성공할 경우 사실상 ICBM인 북한 위성발사체의 기술력·성능 등을 확인하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北발사체, ICBM 엔진 2~4기 묶어 성능 강화… 총길이 30여 m
7년前 ‘광명성호’보다 향상 평가
4기 묶으면 누리호 1단 추력 능가
비행안전성 위해 1단 길이 짧게
“기립직후 발사한듯… 기습력 더해”
북한이 1일 공개한 위성발사체 ‘천리마-1형’은 앞서 수차례 ‘화성-17형’ 등 액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사용한 ‘백두산 엔진’을 장착해 성능을 기존보다 업그레이드했다. 이 엔진을 최소 2기에서 최대 4기까지 묶어 1단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백두산 엔진 1기 추력은 80tf(톤포스)로, 2기를 묶으면 160tf, 4기면 320tf의 추력을 갖는다. 4기를 묶으면 지난달 25일 첫 실전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 강국 진입을 알린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1단 로켓 추력(300tf)까지 능가한다. 1tf는 1t 중량을 밀어 올리는 힘을 가리킨다.
● 백두산 엔진 2기 이상 묶어 추력 대폭 높여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광명성호 발사 때보다는 엔진 추력 등이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백두산 엔진을 2기만 묶었더라도 북한이 2016년 2월 발사한 ‘광명성호’보다 추력이 향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북한은 한국 및 일본 타격용 준중거리미사일인 노동미사일용 액체연료 엔진 4기를 묶어 1단 로켓에 장착했는데 추력은 120tf에 그쳤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광명성호 1단 길이가 15m에 달했던 것에 비해 이번엔 1단 길이가 짧아졌다”고 했다. 이어 “백두산 엔진 4기 장착 시 강한 추력으로 발사체에 붙는 가속도가 너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해 비행 안전성이 떨어진다”며 “이 가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료를 최대한 적게 넣으려고 (1단) 길이를 최대한 짧게 만들었을 수 있다”고 봤다. 실제 과거 광명성호는 1·2단이 각각 15m·9.3m로 1단이 훨씬 길었던 반면, 이번 천리마-1형은 1·2단 길이가 거의 비슷했다.
천리마-1형의 총길이는 30m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발사체가 추락한 해상에선 우선 2단 추진체가 포함된 15m 길이 동체가 발견됐다.
천리마 1형에서 또 눈에 띄는 부분은 가분수 형태로 커진 위성탑재부였다. 광명성호는 발사체 중 머리 쪽인 위성탑재부가 가장 작았지만 이번엔 지름 기준으로 위성탑재부가 가장 컸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천리마-1형의 발사 능력을 대내외에 과대 선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성탑재부 크기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대형 탑재부 안에 위성 여러 기를 넣어 동시에 발사할 수도 있는 형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군 일각에선 북한이 빠른 시일 내 추가 발사를 공언한 만큼 조만간 위성 여러 기를 넣어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누리호가 이미 주탑재위성 1기와 큐브 위성 7기를 동시에 탑재해 발사된 만큼 북한도 남한 못지않은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여러 기의 위성을 넣을 수 있다는 것. 군 소식통은 “북한은 이번 발사 당시 300kg 안팎의 위성을 탑재했는데 추가 발사 때는 누리호를 따라잡기 위해 무게가 300kg을 크게 웃도는 위성 여러 기를 발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 “발사 실패 공개했지만 북한 주민들은 못 봐”
급조된 새 발사장서 발사 북한의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이 신설된 발사대에서 지난달 31일 발사되는 모습.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이날 이례적으로 발사 실패 장면을 공개한 배경을 두곤 ‘정상국가의 정당한 우주발사체 개발’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실패 장면을 공개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외부에서만 볼 수 있고 북한 주민들에게는 차단돼 있다.
군은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 속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 내 발사대를 새로 만들어진 발사대로 평가하고 있다. 광명성호를 발사한 기존 발사대에서 약 3km 떨어진 곳에 세워진 신규 발사대란 것.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북한이 발사체에 연료까지 모두 주입한 뒤 이를 기립시킨 직후 곧바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발사 절차는 과거보다 대폭 줄이고 기습력은 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효주 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