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김초엽 두 번째 장편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젊은 SF 작가 중에 한 명인 김초엽 님의 두 번째 장편 소설 <파견자들>을 읽었단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기후 변화의 현상들을 보면
이젠 기후위기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고 현재의 이야기인 것 같아 안타깝구나.
지구의 남아 있는 시간은 점점 빨리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구나.
지구의 미래는 밝은 것보다 무섭고 어둡고 불안한 것만 떠오르게 되는 요즘이란다.
그래서 SF 작가들이 지구의 미래를 그럴 때는
유토피아의 모습보다는 디스토피아의 모습을 더 많이 그리는 것 같더구나.
김초엽 님의 첫 번째 장편 소설 <지구 끝의 온실>도
열악해진 지구 환경을 극복하려는 인간들의 삶이 그려졌는데,
두 번째 장편 소설도 열악한 지구, 정확히 이야기하면 지상 환경을 피해
지하에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살고 있는 지구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단다.
여러 SF 소설들에서 이미 유사한 설정으로
땅속 세상을 그린 것을 보았는데,
김초엽 님이 만든 땅속 지구의 미래는 어떨지 이야기해줄게.
아빠의 개인적인 평을 하자면,
이번 <파견자들>은 조금 실망했단다.
기대하지 않고 읽었던 <지구 끝의 온실>이 괜찮았기 때문에,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던 것이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하고…
아참, 아빠가 하는 이야기는 늘 그렇지만,
읽은 지 좀 되어서 아빠가 잘못 기억하고 있어
책의 내용과 다를 수 있다는 점 양해 바란다.
1. 아포
먼 미래인지, 가까운 미래인지 모르겠지만,
지구의 지표면에 아포라는 물질이 생겨나게 되었단다.
아포가 몸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광증 증세를 보이게 된단다.
그 아포라는 물질은 전 세계로 계속 퍼지게 되자,
사람들은 지하세계를 만들어서 그곳에서 생활하게 되었단다.
그렇다고 아포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야.
나도 모르게 음식물에 포함된 아포가 몸 속으로 들어올 수 있거든…
지하세계에 사는 사람들 중에 ‘파견자’라는 사람들이 있단다.
그들은 엄격한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인데,
파견자들은 지상 세계를 나가 탐험하고 조사하는 임무를 갖는단다.
그리고 아포에 감염되지 않은 지역을 찾는 등 정착지를 찾는 일도 한단다.
…
태린이라는 지하에 살고 있는 소녀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사람들은 보통 7살에 머리 보조기억장치인 뉴로브릭을 심게 되는데,
태린은 좀 늦은 나이인 12살에 뉴로브릭을 시술하게 되었고,
이것이 제대로 이식이 되지 않아서 뇌와 뉴로브릭의 연결이 끊어졌단다.
다른 사람들은 뉴로브릭에 자신의 기억을 저장하여 잊지 않는데,
태린은 뇌에 저장을 하여야 하니 공부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어.
태린은 부모님은 안 계시고 자스완이라는 사람이 법적 보호자였단다.
자스완은 태린 이외에도 선오라는 아이의 법적 보호자이기도 해.
자스완은 파견자 출신이었고, 지금은 지하세계에서 지내고 있단다.
…
태린은 옛스승인 이제프처럼 파견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
그래서 파견자 자격 시험에 응시했단다.
태린은 다른 응시자들보다 외워서 하는 시험에는 약했는데,
아포에 대한 저항 능력은 거의 최고치였단다.
그러니까 별도 장치를 하지 않고 지상에 나가도 아포에 감염되지 않는 수준이었어.
1차 시험이 끝날 즈음, 태린은 갑자기 환청과 환상 증상으로 기절하고 말았단다.
머릿속에 연결이 제대로 안된 뉴로브릭 부작용으로 보였어.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뉴로브릭이 마치 태린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어.
선오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이름을 붙여주고 대화를 해보라고 했어.
그렇게 태린은 머릿속 이 존재를 쏠이라고 불렀단다.
그 이후에도 쏠은 자주 나타났는데,
쏠은 자아의식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자신이 뉴로브릭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어.
그리고 파견자 2차 시험.
여러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태린은 쏠이 잘 알려주어서 난관을 해결해 나갈 수 있었고,
결국 높은 성적으로 2차 시험도 합격을 했단다.
그리고 마지막 최종 시험에서도 태린은 쏠과 협심하여 1등으로 통과를 했단다.
파견자 자격 시험은 응시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는 하나의 큰 축제였단다.
합격을 확정 지은 태린과 쏠… 갑자기 쏠이 태린의 몸을 완전히 혼자 조종하여
태린이 손쓸 틈도 주지 않고 테스트용 아포 봉지를 뜯었단다.
그곳에는 파견자들을 응원하러 나온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갑작스럽게 아포가 터지게 되면서 아수라장이 되었단다.
그리고 실제로 아포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나타나고 그랬단다.
2. 범람체들
태린이 이 일로 상벌위원회가 열렸어.
태린도 억울할 거야.
자신이 한 것이 아니고 쏠이 한 것인데 말이야.
처음에는 추방령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지만,
그보다 지원하는 사람이 없어서 못하고 있던
프로젝트의 일원이 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일을 제안했단다.
추방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태린은 그 일을 수락했단다.
멤버로는 팀장인 마일라와 팀원 네샤트와 태린이 전부였단다.
그들의 임무는 지상에서 정착지 후보지를 찾는 일이었단다.
네샤트는 약간 모난 성격의 소유자로,
팀장인 마일라와 자주 의견 충돌이 있었어.
…
그들은 팀장 마일라의 리더 속에 지상 세계를 조심스럽게 탐험하기 시작했고,
‘범람체’라고 하는 새로운 생물체들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을 발견되게 되었단다.
그들은 분명 아포에 의해 중독되어 있는 것 같았지만, 미치지도 않았어.
그저 점액질로 이루어진 징그러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단다.
태린은 벌을 받는 대신 프로젝트에 참가를 했는데
다른 이들은 왜 참가를 했을까.
알고 보니 마일라는 파견자로 파견 나갔다가 실종된 자신의 옛 애인 오웬을 찾으러 온 목적도 있었어.
마일라의 설정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앤 해서웨이가 맡았던 역과 비슷한 것 같구나.
잃어버린 사랑하는 이를 찾기 위해 위험한 곳을 자원하는 캐릭터.
마일라와 네샤트, 태린은 탐험을 하다가
늪에 빠지게 되고
그것에서 범람화된 인간들을 만나게 되었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범람체가 동물들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변화시킨 거야.
그들은 늪인이라고 불렀단다.
이렇게 늪인이 된 것 역시 아포라는 물질 때문인데,
원래 아포 물질에 감염되면 광증을 일으켜야 하는데,
늪인들은 그렇지 않았어. 상당히 이성적이었고, 겉모습만 다르지 인간과 비슷했어.
마일라와 태린은 늪인들에게 협조하고 이해하려는 입장이었으나,
네샤트는 늪인들에게 적대적이었고,
나중에 폭탄과 칼을 이용하여 늪인들을 공격하였는데
결국 늪인들의 반격으로 죽고 말았단다.
…
태린은 탐사 도중 늪에 빠지게 되는데
늪인이 아닌 범람체 자체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
그들 범람체 하나하나가 존재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그들은 마일라가 찾고 있는 애인 오웬도 범람체들로 융화되었다고 했어.
범람체들은 늪에 빠진 태린을 구해주기도 했단다.
그리고 그들은 태린의 머릿속에 있는 쏠이라는 존재도 사실은 범람체라는
놀라운 진실을 알려주었어.
태린은 오웬의 존재를 마일라에게 알려주자,
마일라는 오웬을 찾기 위해 늪 속에 스스로 빠지게 되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단다.
아마 마일라도 오웬처럼 범람체들로 융화되지 않을까 싶구나.
앞서 네샤트가 죽기 전에 지하세계에 도움을 청해서
지하세계의 반격이 예상되었단다.
태린은 늪인들에게 도망치라고 했지만,
늪인들은 그곳을 떠날 수 없었어.
늪에 있는 범람체들만 착해서 늪인들과 공존할 수 있는 것이지,
다른 지역의 범람체들은 그들을 어떻게 할지 몰랐어.
늪인들이 광증 증세를 보이지 않는 것도
늪에 있는 범람체들이 착한 범람체이기 때문이었단다.
3. 공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지하세계로 돌아온 태린.
임무 수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면서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정식 파견사 자격증을 받게 되었어.
….
사실 태린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었단다.
태린과 선오는 어린 시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들은 사실 범람화된 아이들이었어.
그래서 그들을 실험체라고 부르고 보호 시설에서 그들을 조사하였단다.
범람화된 아이들은 실험을 하다가 대부분 죽고
몇 명만 생존했던 거야.
태린이 스승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제프도 사실은 그 보호시설 연구원이었단다.
물론 태린을 잘 보살펴주긴 했어.
그리고 이미 어린 시절에도 태린은 머릿속에 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태린이 12살에 뉴브로릭 시술을 받았다고 기억하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 머릿속 범람체인 쏠을 제거하려고 했던 수술인데
실패해서 쏠이 그대로 머릿속에 있다가 나중에 다시 나타나게 된 것이란다.
그 실험체들, 그러니까 범람화된 지하 세상 사람들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고,
그들은 여전히 갇혀 있다는 것을 태린이 알게 돼.
그리고 그것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 존경하고 있던 이제프라는 것도 알게 되고…
태린은 그들을 구출하려고 하고,
이제프도 태린이 하려는 일을 알게 되어 그를 막으려고 했단다.
둘의 충돌은 불가피한 일…
결국 태린은 그들을 구출하는데 성공하고 이제프는 결국 …
….
시간이 흘러 7년의 시간이 지났단다.
그 사이에 지하세계의 사람들과 지상세계의 범람체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들은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었단다.
해피 엔딩.
새롭게 바뀐 지구의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은 전쟁이 아닌 평화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인가.
지금 이 세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을 일으킨 이들도
이 쉬운 진리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디스토피아는 어떤 모습일까?
잘 적응하고 잘 공존할 수 있을까?
디스토피아가 오지 않게 지금이라도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SF 소설을 읽다 보면 지구의 암울한 미래가 떠올라 우울해 지는구나.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그 애는 겨울에 도착한 불청객이었다.
책의 끝 문장: 어디선가 아득한 곳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책제목 : 파견자들
지은이 : 김초엽
펴낸곳 : 퍼블리온
페이지 : 432 page
책무게 : 562 g
펴낸날 : 2023년 10월 13일
책정가 : 19,000원
읽은날 : 2024.04.22~2024.04.25
글쓴날 : 2024.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