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지구와 세상을 끝장낼 것만 같은 두려움에 떨었던 시기가 있었다. 불과 3~4년 전 일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판타지 시리즈 '스위트 투스, 사슴뿔을 가진 소년' 시즌 3이 지난 6일 넷플릭스에 올라왔을 때 솔직히 두렵고 망설여졌다. 2021년 6월 나온 시즌 1과 지난해 4월 공개된 시즌 2를 합쳐 각각 여덟 편씩 모두 스물네 편을 정주행해야 하느냐는 부담 때문이었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의 가족 및 어린이 버전 같은데 굳이? 하는 생각도 솔직히 했다.
그런데 어렵사리 지난 10일부터 시즌 1을 보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무엇보다 우리 모두 힘겹게 통과해 온 팬데믹 시절을 돌아보며 생각할 대목들을 조목조목 건드리고 있었다. 감염된 이들을 마치 이 모든 사태를 불러온 원흉처럼 여기는 짓을 우리 모두 했던 것이 아닌가? H5G9이란 바이러스를 지닌 감염자들은 새끼손가락을 떠는 증상을 보이는데 이런 증상을 발견한 사람들은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비닐로 온몸을 감싼 뒤 집에 불을 질러버린다.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시점에 인류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좇아가야 하는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다시 말해 우리 모두가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 시즌 1을 봤더라면 훨씬 감동이 깊고 넓어졌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거스(크리스천 콘베리)는 반은 인간, 반은 사슴으로 태어나 머리에 숫사슴 뿔과 귀가 달렸다. 10년 전 대붕괴(The Great Crumble)로 세상은 큰 혼란에 빠졌고, 그 와중에 이런 하이브리드들이 무더기로 태어났다. 잡종 인간이 재앙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인간들은 하이브리드를 두려워해 사냥한다.
거스는 아버지가 세상으로 나갔다가 병을 얻어 돌아와 죽자, 그토록 아버지가 못 나가게 말렸던 철조망 밖 세상으로 나간다. 아버지가 남긴 어머니의 사진 하나 달랑 들고 콜로라도로 떠난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 덩치 아저씨 제퍼드(논소 아노지)와 동행해 문명이 얼마 남지 않은 미국을 횡단하는 모험을 떠나게 된다. 예상치 못한 동맹과 적으로 세상은 가득하고 자신이 은거하던 정글과 달리 완전 복잡한 곳인데 거스는 특유의 낙천적 성격으로 헤쳐나간다.
곰(스테파니아 러비 오언)은 동물 군대의 리더로 호랑이에게 배신당해 거스 일행과 함께 하다. 부모가 하이브리드 여동생을 낳은 뒤 감염돼 사망하고, 여동생도 최후의 인류에게 끌려간 뒤 무작정 어른들을 미워하게 됐다. 인도 출신 의사 아디티야 싱(아딜 악타르)은 아내 라니 싱(알리자 벨라니)이 H5G9에 감염됐는데도 이웃들에게 숨기고 백신 개발에 골몰했다.
에이미 이든(다니야 라미레즈)은 전에 상담사였으나 H5G9 유행 이후 해방감을 느끼고 동물원에서 생활하다가 어느날 동물원 앞에 버려진 하이브리드 '피그테일' 웬디(날레디 머레이)를 끔찍히 아낀다. 돼지코를 달고 태어나 귀여운 웬디 때문에 하이브리드 보호소를 운영하다 운명적으로 거스와 함께 한다.
천진난만하고 좌충우돌도 서슴치 않는 거스의 캐릭터, 완벽하게 이를 살려낸 콘베리의 연기력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원작과 시리즈 제목 '스위트 투스'는 단것만 보면 환장하는 초딩 입맛을 의미하며, 덩치 아저씨 젭이 거스에게 붙여준 별명으로 '사탕쟁이'로 옮겨졌다.
제프 러미어가 쓴 DC 코미그 산하 버티고의 그래픽 노블 '스위트 투스'가 원작이다. 영화배우 존 다우니 주니어와 수전 다우니가 제작비를 댔다. 짐 미클이 제작자 겸 공동 연출자로 만들었다. 원작과 영화 배경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알래스카인데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출입국 금지 조치가 내려진 뉴질랜드에서 모두 촬영, 수려한 풍광을 즐기는 맛이 더해진다.
시즌 2와 3까지 정주행한 다음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스위트 투스: 사슴뿔을 가진 소년 | 마지막 시즌 공식 예고편 | 넷플릭스 (youtu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