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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문학/기자 |
월마트와 함께 중국 할인점 시장을 개척했던 까르푸가 24년 만에 사업을 접는다. 최근 2년 간 적자가 16억 위안(약 2800억 원)대로 늘어나자 서둘러 지분 80%를 쑤닝(苏宁)에 전격 매각한 것이다.
매각 가격은 48억 위안이다. 210개에 달하는 까르푸의 대형매장 수나 300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감안하면 그야 말로 헐값이다.
지난 1995년 유통시장 개방에 맞춰 중국시장에 진출한 까르푸는 100호점을 내는 데 몇 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이른바 유통혁명을 주도한다. 아무도 까르푸의 기세를 꺾지 못한다.
14여년 만에 점포 수가 319개에 이르고 매출도 1500억 위안을 돌파한다. 중국 유통업체는 너도나도 까르푸의 현지화 성공 모델을 부러워하며 모방한다.
잘나가던 까르푸의 중국 사업이 삐꺽거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사건 직후다. 올림픽 성화가 봉송 도중 파리에서 봉쇄당하자 성난 중국인들이 바로 까르푸 불매운동을 벌인다.
중국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불매운동은 인터넷에서 시작돼 거리로 퍼져나간다. 프랑스에서 난 사건으로 인해 잘나가던 까르푸가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셈이다.
까르푸의 매출은 2009년부터 뚝뚝 줄기 시작한다. 이듬해에는 경쟁업체인 월마트에 추월당한다. 월마트가 까르푸를 인수할 것이란 소문도 돈다.
매년 10% 대의 매출 감소로 고민하던 까르푸에 두 번째 시련이 닥친다. 이른바 허위 가격 표시로 야기된 신뢰 위기다.
상하이(上海) 매장에서 가격표에는 저가로 표시해 놓고 계산할 때 값을 올려 받는 속임수를 쓴 사건이 2011년 1월 발생한다. 이른바 화살모양 차 주전자 가격표를 36.80위안으로 해놓고 실제 계산하면서 49위안을 받았다는 게 사건의 핵심이다.
이후 쿤밍(昆明)매장에서는 138위안짜리 오징어채 가격을 13에만 큰 글씨로 표시하고 나머지 8.0을 작은 글씨로 썼다며 항의를 받는다. 한 소비자자 13.80위안짜리인 줄 알고 물건을 골랐다가 체면을 구겼다고 글을 올리자 중국 전역에서 난리를 친다.
까르푸는 가격을 조작한 행위를 했다며 거액의 벌금도 문다. 여론의 뭇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9년 12월부터 까르푸 상하이점은 점포 경영에 대한 기장잡기에 나선다. 점장에게 상품 구매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현지화 경영을 하던 까르푸가 여론 악화에 대비해 점장들에 대한 감사를 벌인 직후다.
공급상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직원도 나오면서 이듬해 6월까지 5명의 까르푸 점장급 직원들이 이직을 한다. 까르푸 직원들의 집단 사직 사건은 중국식 경영의 붕괴로 이어진다.
까르푸 본사에서 중국 점포의 점장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엄격한 평가와 비용 절감을 요구한 결과라는 보도로 이어지면서 여론은 더 악화된다. 인터넷에는 까르푸에 대한 악평이 넘쳐난다.
소비자 불평은 가격이 싸지도 않고 애프터서비스도 나쁘고 품질에 문제도 있다는 내용부터 파점포에 바퀴벌레가 나온다는 것까지 다양하다. 아예 파손된 채로 배달된 물건을 댓글로 올리며 소비자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드디어 2010년 7월말 중국서 처음으로 문을 닫는 점포가 나온 이후 문 닫는 점포는 계속 늘어난다. 급기야 2012년부터는 개점 속도도 느려지고 실적도 정체된다.
경쟁업체인 월마트에 추월당한 것도 이때다. 이번에는 중국 유통업체인 화룬(华润)과 중량(中粮)이 까르푸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이듬해에는 월스트리트저널까지 까르푸의 중국 사업 매각설을 보도한다. 2017년말 프랑스 언론 Capital에서 폴란드와 아르헨티나 사업 정리에 이어 중국사업을 매각하기 위해 3개 투자은행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할 때까지 매각설은 이어진다.
까르푸 중국 사업 매각이 기정사실화되자 이때부터는 인수할 기업이 화제에 오른다. 1순위는 단연 알리바바 그룹이다.
지난해에는 텐센트와 중국의 유통업체인 융후이(永辉)와 매각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지더니 결국 지난 5월에는 매물 가격이 10억 달러로 떨어진다.
2017년 11억 위안 적자에다 지난해 5억7800만 위안의 적자가 쌓인 결과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까르푸 중국의 총 자산은 115억4200만 위안으로 총 부채 137억8800만 위안을 밑돈다.
210개 대형 슈퍼와 6대 도시에 물류센터를 비롯해 3000만 명을 웃도는 회원 값을 합쳐도 까르푸 중국 법인의 기업가치는 60억 위안 대로 뚝 떨어진 상태다. 잘못 하다간 전 세계 까르푸 그룹 경영에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48억 위안에 쑤닝에 넘어간 것이다.
결국 까르푸는 잡화점과 도매시장 백화점이 분점 하던 중국시장에 창고 형 할인점이라는 새로운 유통을 선보이며 14년간 승승장구한다. 상권이 도심에서 변두리로 확장해나가는 상황을 잘 활용한 데다 외래 유통방식을 잘 흡수하는 중국 스타일에 편승해 빠른 성장을 구가한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사건 하나로 10년 간 내리막길을 달린다. 전자상거래에 뛰어들어 배송도 하고 최근 유행하는 편의점도 24개나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끝내 실패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까르푸의 실패원인으로 공급업체 관리를 잘 못한 점을 꼽는다. 중국서는 융후이(永辉) 슈퍼처럼 공급 업체를 철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대규모 구매로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야하는 공급업체들이 알아서 까르푸를 통해 파는 방식이다보니 경쟁력에서 밀린다. 공급 상을 장악해야 가격 할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책임자들에게 최대한의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독립관리하다 보니 자체 배송망을 갖추는 데도 실패한다. 공급상과 지역 책임자 사이에 형성된 부패 고리도 까르푸의 경영에 걸림돌이다.
뒤늦게 집중구매제도를 만들고 자체 배송센터에 투자한 것은 2015년부터다. 24개 도시에 6개 배송센터를 만든다.
이미 월마트 등 경쟁업체에서 하던 구매와 운영을 분리하는 방식을 뒤늦게 채택한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 것도 2014년 이후다.
까르푸 소형점에 대해서도 편의점 같지도 않고 축소판 까르푸 같다며 푸대접을 받는다. 한마디로 수산물슈퍼나 무인편의점 등이 경쟁중인 상황에서 눈길을 끌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번에 까르푸를 인수한 쑤닝도 동네슈퍼를 만들어 2년 만에 1000점을 돌파하며 약진중이다.전 세계 할인점 강자로 60년간 군림해온 까르푸도 유통업계의 무덤이라는 중국에서 일격을 당한 형국이다. [현문학]
첫댓글 좋은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