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떠났던 강릉여행의 기억이 너무 좋았던지라
딸들과 또한번의 강릉여행을 계획한다
이번 숙소도 지난번과 같은 세인트존스 호텔인데
예약방법을 바꾼 듯하다
복불복인 뷰를 기대하느니
각종 정보력을 동원한 맞춤뷰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호텔을 지을 때 일정부분을 개인이나 회사에 따로 분양하는 형식이 있나보다
(돈 많고 사업수완있는 사람들의 일이라서 잘 모름)
그래서 좋은 뷰를 소유한 개인이 에어비엔비를 통해 영업을 한다.
그러다보니 미리 방에 대한 뷰나 형태를 보고
계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랑블루 스위트룸 1427호
미리 우리가 묵을 룸을 살펴볼 수 있어 기대감을 높였다
와우! 우리가 묵을 곳이 이렇게 멋지다고?
체크인 시간이 4시라서 강릉 가기 전에 대관령 양떼목장부터 들르기로 한다
아직 한번도 털을 깎지 않은 아기양이 열심히 풀을 먹고 있다
몽글몽글한 털을 쓰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가까이 오는 양을 만져보니
털이 굉장히 강하고 쫌쫌하다
복실거리며 영켜있는 게 왠만한 추위쯤은 거뜬히 이겨낼 것 같다
'목가적인 풍경'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 아니던가
양이나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넓은 초지와
나무 울타리, 그리고 샬레풍의 지붕을 가진 집들.
알프스 소녀 하이디와 양치기 소년이 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면
더 완벽하겠지.
양 모양으로 만든 빵을 어떻게 먹죠?
근데 붕어빵은 너무 잘 먹는 모순
대신 강원도 감자떡이나 먹어보자
감자떡은 따끈할 때 먹어야 제맛!
강릉하면 왠지 테라로사 커피공장을 꼭 들러줘야 할 듯.
아주
당연한 코스인냥 이 곳을 찾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실내에 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오늘은 한산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지난번 앉았던 야외테라스는 바람이 심해
오래 앉아있기가 어려울 듯해 실내로 자리잡았는데
격자창으로 보이는 테라스 풍광이 아주 이쁘다
난, 뭔가를 가미한 커피보다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데 이 곳의 커피는 진해서 좋다
빛깔만 봐서는 거의 에스프레소 수준이다
가족이 카페에 가는 일이 언제부터인지 자연스러워졌다
꼭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가끔씩 카페에 갈까?
하며 나서는 길이 참 좋다
카페에 가면 그냥 집에서 편안히 늘어져 하는 대화보다
뭔가 모를 진지한 대화들이 많이 오가는 것 같기도 하고
여행지에서의 추억담도 자연스레 나오니 더 낭만적인 시간이 되어준다
테라스에 앉았던 사람들이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 실내로 들어가 유럽풍의 테라스는 온전히 우리 차지다
2년전에 앉았던 자리에도 앉아보고
이쁜 테라스 정취를 잠시 느껴본다
오면서 차 안에서 정동진도 잠시 보고 싶다고 하니
강릉 바다 보는데 굳이? 하는 딸내미들 아랑곳 않고
남편이 정동진이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다며 차 방향을 정하고 일어선다
히히 역시 내편이야.
예전엔
정동진 역 앞까지 가서 소나무도 보고 그랬는데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이렇게 역앞으로 가는 철길 옆의 작은 길을 막아놨다
모래시계에서 보았던 그 놀랍고도 낭만적인 정경은
이제 더이상 볼 수가 없다
아이들 어렸을 때 와서 찍었던 사진이나 꺼내봐야 할 듯 하다
딸들이 시키는 대로 온갖 포즈를 다 취해주는
말 잘 듣는 엄마아빠
덕분에 폰 앨범엔 맘에 드는 사진이 많이 쌓인다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추억을 반추하는 일이라서 참 좋다
폰에 담아둔 앨범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저녁을 먹기 전 체크인하고 룸에 들어와서는
멋진 뷰에 환호성을 지르며
호텔 탐색시간을 갖는다
그랑블루 스위트룸 오션뷰
코너에 있어 발코니가 시원하게 2개 방향으로 나있다
바다를 향해 더블침대 2개가 놓여있다
누워서 바다를 감상하는 호사를 맘껏 누리자
룸 탐험을 끝내고 딸들이 미리 예약했다는
가오리 찜 먹으러 '이모네 생선찜' 식당으로 간다
생선찜은 예약이 필수라고 한다
와 맛있다
매콤한 양념이 배인 가오리 살이 아주 쫄깃하다
홍어찜 비슷하다
홍어와 가오리 잘 구별못하는 사람이라
홍어를 주고 가오리라 해도 잘 먹을 것 같다
난 오돌뼈를 잘 먹는데
세 사람은 이걸 왜 먹냐며 다 골라낸다
어어~~이거 씹는 맛이 일품인데 쩝....
호텔로 들어가는 길에 꼬막비빔밥을 또 꼭 먹어줘야한다며
테이크아웃해온다
룸에서 마실 음료와 맥주 등을 사들고 들어오면서
내일 아침은 '우럭미역국'을 먹는다고 한다
에어비엔비 예약인데 조식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우럭미역국 먹으려고
"딸들아 너희들은 먹을 계획이 다 있었구나"
룸에 들어와 발코니에서 오션뷰를 맘껏 즐겼다
2년전에는 논밭뷰(?)였는데
왜 다들 오션뷰 오션뷰 하는지 이해가 간다
룸에 있는 포근한 담요를 들고 나와 덥고 있으면
전혀 추위를 느끼지 않고 오래 앉아있을 수 있다
짠딸도 한참을 즐기다 들어갔다
나 혼자 선베드에 누워
무아지경으로 파도소리만 들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무의 세계에 들어와 앉은 기분이다
얼굴은 차가운데 몸은 포근하니 전혀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
가족들이 걱정 되는지 자꾸 들어오라고 한다
잠자기 전 발코니에 나와 해안선을 내려다보니
조명으로 모래밭에 눈이 하얗게 쌓인 것 처럼 보인다
강풍이 불어 파도소리 시원하게 들린다
파도소리에 잠이 잘 오려나
내일은 실로 깜짝놀랄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