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도슨트(작품 해설가)협회에서 호크니 작품에 대해 발표를 한 친구가
어제 쓴 내 글을 읽고 보내온 쓴소리다.
글을 읽어보니 호크니 그림이
具象으로 쉽게 보여,
그저 쉽게 보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호크니는 "본다"는 것에 대해 세잔느 이후에 제기된 "사람은 원근법대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 연구하여 다중투시법(multi perspective)을 개발,
풍경화에 적용하여 관람자에게
현장감을 크게 높힌 작품을 제작했지.
"예술가의 초상" 에서
풀장은 호크니의 지인인 영화 감독 토니 리차드슨의
빌라 수영장 (남 프랑스 생 트로페) 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이 작품이 천억원 넘는
이유는
호크니의 많은 작품들이
뛰어난 예술성과 독창성 때문인데,
이런 것들은 호크니에 대한
관심과 자료를 들여다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데,
그냥 아무 준비 없이 보면
알아볼 수 가 없는가 보다.
독창성.
만약 당신이 어느 화가에게,
‘너는 독창성이 없어’
라고 죽어도 해서는 안될 소리를 지꺼렸는데도
그의 손에 맞아 죽지 않았다면
운이 진짜 좋은 것이고,
그가 자살(또는 자살미수)하지 않았다면, 자존심 1도 없는 화가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원근법은,
먼 것과 가까운 것을 구분하고, 2차원을 3차원으로 보이게끔 하는 트릭이다.
그렇게 하는 상투적인 수법:
1. 소실점을 설정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선을 긋거나
2. 멀수록 푸르스럼하고 희미하게 보이는 인간 시력의 한계(?)를 색칠에 응용한다.
호크니의 1에 해당하는 작품(이번 전시회에 유사한 작품 두어 점 있다)의 예.
아래는 반 고호의 “파이프와 의자”
문제: 위 두 그림의 차이를 알아보시오.
(좋은 답을 하시는 분께는 이수회날 시원한 막걸리 한 잔 더 부어 드리겠습니다.)
다중 투시법이란,
두 눈 달린 내가 한 시점에서
보는 게 아니라
대상의 각 지점과 평행하는
시점으로 보는 것이다.
눈이 열 개, 스무 개 달린 가로로 넓적한 얼굴을 가진 것도 아닌데,
어떻게?
카메라를 열 대 스무 대 늘어놓고 하던지
좌우간 그렇게 해서
이미지는 하나로 만든다는 말씀.
스테레오 카메라나 최신형
스마트폰의 파노라마 촬영과 비슷하겠네?
그려.
그림을 그렇게 그려 놓으면
관람자는 현장 아니, 작품 속에 풍덩 빠진다.
물론 그림이 엄청 커야
한다.
아이맥스 영화나 디즈니랜드
360도 영화처럼?
글쎄, 가보면 안다.
이번 전시회 제2실에 그런 작품 2백호도 넘어 보이는게 대여섯점
(멕시코 어느 호텔에 투숙할 때 본 정원풍경이래나...)
그리고 제3실에는 5백호는 넘어보이는 대형 작품이 서너 점 걸려있다.
우선 이번에 걸린 작품
중 그런 예의 대표작.
(인터넷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아서,
서울 전시회에서 받은 손바닥만한
팜플릿을 스캔했더니
화질이 거시기 하다.)
<어제의 내 글에 대한 친구의 짧은 훈수를 소개했지만 실은 긴 글이 따로
있었다.
이 글마저 보내 훈수를
청하면 성경말씀에,
“장님이 장님을 인도한다더니, 네가 그꼴이구나” 하겠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