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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신화 속 이야기는 시적인 텍스트처럼 단지 의미의 다양한 구성을 통해서만 다의성을 띠지 않는다. 신화 속 이야기는 한 가지 결정적인 형태로 고정되지 않는다. 언제나 이야기꾼이 기분 내키는 대로 약간씩 변형할 수 있는 다양한 변이형과 해설이 존재하고, 이야기꾼은 상황이나 듣는 사람에 따라 또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그중 하나를 선택하여 좋다고 판단되면 삭제하기도 하고 첨가하거나 변형하기도 한다. 전설들이 구전되며 살아 있는 한, 그리하여 한 집단의 사고방식이나 풍습과 관련되는 한, 신화는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그래서 신화 속 이야기는 어느 정도 혁신적이기도 하다. _ 머리말 10-11쪽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기 위해 불씨를 감추어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가엾은 인간들은 밀의 씨앗과 보리 낟알들을 대지의 배 속에 감추어야 했다. 싹을 틔워 이삭이 여물 수 있도록 땅에 고랑을 파고 그 속에 씨앗을 숨겨야 했다. 간단히 말해서 갑자기 농업이 필요해졌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고랑에 씨앗을 심어야만 빵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1년 동안 씨앗을 잘 보살펴야 했고, 생산해낸 농작물을 한꺼번에 모조리 먹어치우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농부의 집에서는 수확물들을 저장해놓을 항아리가 꼭 필요해졌다. 겨울부터 춘궁기까지 식량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창고도 지어야 했다. 인간들은 이제부터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만 했다.
_ 인간들의 세상이 열리다 / 104쪽
신이 되지 못한 아킬레우스는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도 죽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아킬레우스가 비범한 인물이라고 해서 불멸이 보장되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 시대의 모든 전사와 그리스인에게 귀감이 되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던 아킬레우스의 운명은 여전히 현재의 우리에게도 매혹적이다. 아킬레우스는 빛과 어둠, 기쁨과 고통, 삶과 죽음이 굳게 얽혀 있는 비극적인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일깨운다. 태생부터 절반은 인간이고 절반은 신인 아킬레우스는 온전히 어느 한쪽에 속하지 못하는 모호한 존재였다.
_ 트로이 전쟁 153쪽
물론 그 침대 다리는 여러 가지 의미를 띤다. 그 의미는 확고부동함이다. 그리고 그 확고부동함은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비밀이 불변함을 표현한다. 즉 페넬로페의 정절과 오디세우스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동시에 페넬로페와 오디세우스가 다시 합쳐지는 그 침대는 영웅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케의 왕이라는 확고한 지위를 주고 영원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왕과 왕비가 자는 침대는 이타케 땅의 가장 깊숙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것은 그 땅을 다스릴 부부, 그 땅의 번식력과 관계가 있는 왕과 왕비의 합법적인 권리를 표현한다. 또한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그들을 여전히 이어주는 것, 두 사람을 부부로 만드는 것은 생각의 공유임을 일깨운다.
_ 오디세우스 또는 인간의 모험 / 238쪽
다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온 영웅, 그 무공으로 오랫동안 ‘불사신의 영웅’으로 불렸던 페르세우스 역시 때가 되자 누구나 그렇듯이 삶을 마쳤다. 그러나 모든 것을 돌로 만드는 눈빛을 가진 고르곤과 용감히 싸운 젊은 영웅을 기리기 위해, 제우스는 페르세우스를 하늘로 보내 그곳에서 별이 되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어두운 밤하늘에서 영원히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빛나는 별이 되었다.
_ 페르세우스의 모험 / 333쪽
출판사 서평
전 세계 32개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이야기꾼이자 학자가 들려주는 살아 숨쉬는 그리스 신화
“신화는 이야기꾼이 서술을 시도하기도 전에 이미 존재하는, 세월의 깊이를 지닌 이야기다.”
장 피에르 베르낭은 이 책을 쓸 때 오래전 손자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으로 썼다고 밝혔다. 신화의 이야기는 전달과 기억의 영역에 가깝고, 따라서 이야기꾼의 선택에 따라 고대 그리스의 세계관을 흥미로우면서도 긴장감 있게 재구성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신화를 이야기로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 덕에 이 책은 기존의 그리스 신화 책들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시간의 순서, 사건의 자초지종을 지루하게 따라가지 않고, 자신이 특히 애착을 갖는 일화들을 중심으로 풀어가되 그 안에서 인간의 삶과 운명에 대한 비유를 끌어들인다. 우주의 탄생부터 제우스를 둘러싼 올림포스 신족과 티탄족의 싸움에서는 인간의 유한함과 관련된 시간성의 문제를 보여주고,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와 인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창조되어 인간 세계에 보내진 판도라의 이야기에서는 인간 삶의 이중성을 이야기한다. 즉 탄생과 죽음, 행복과 불행, 고된 노동과 풍요라는 인간 삶의 두 가지 측면을 그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후반부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 오디세우스의 방랑 이야기에서는, 칼립소가 제안한 불멸을 거부하고 끝내 필멸의 운명을 지닌 인간이기를 택한 오디세우스의 선택을 통해 인간답게 살고 인간답게 죽는다는 것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지금-여기, 다시 그리스 신화에 주목해야 할 이유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당연히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다. 또 마치 인간에게 직업이 있듯이 신들마다 특유의 직능과 지혜, 능력이 있다. 바다의 신, 숲의 신, 바람의 신, 하늘의 신 등 자신만의 영역을 가진 신들도 있다. 그들은 영원한 삶을 살고 시공을 초월하며 자연과 우주를 마음대로 부린다. 그럼에도 그 많은 신들의 모습에서 보이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다. 자식을 두려워하는 아비, 서로의 능력을 질투하는 형제, 의심하고 반목하는 부부, 겉으로는 잘 어울리나 속으로는 뼛속까지 시기하는 친구 등 신들의 면면과 행동은 인간사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문신원은 그리스 신화에는 “자연스럽게 세상과 인간의 조건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어서 시간과 존재의 유한함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즉 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조건과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오래전 그리스인들의 세계관과 사상을 담은 이야기임에도 그리스 신화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신화 안에 시공간을 뛰어넘는,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한 사상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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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서사시다
희랍 로마 서사시를 통해 본 고전 읽기의 해법
강대진 저자(글)
안티쿠스 · 2007년 0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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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427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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