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족상락(知足常樂) ♧
어느 가을날, 한 청년이 배가 너무 고파서
햄버거 하나를 사서 밖으로 나와
야외 벤치 그늘에 앉아 혼자 쓸쓸히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그때 고급 승용차 한 대가
햄버거 가게 앞에 멈추어 서더니
차에서는 비서인 듯한 여자가 내려
햄버거를 사서 차 안의 어떤 이에게 건네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청년은 부러워하며,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나도 누군가가 사다 주는 햄버거를
저런 멋진 차 안에서 편히 앉아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청승맞게
공원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는 내 신세가 정말 처량하구나.”
그런데 같은 시간, 차 안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던 남자도
벤치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는 청년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했다.
"나도 저 청년처럼, 다리가 건강해서
햄버거를 사먹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저렇게 벤치에 앉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점심을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미국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4년 전
세계 143개국의 행복 순위를 공개했는데,
한국인의 행복감은 118위였다.
작년 기준 한국은 GDP기준 세계 11위,
1인당 GDP기준으로는 세계 28위로
잘 사는 나라 상위 그룹인데도
자신이 느끼는 행복감은 하위 수준이다.
그래서 행복은 경제력 순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지 않고
나보다 나은 타인과 비교해서 부러워하며,
불만스러워 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사고로 온 몸이 마비되고 왼쪽 눈꺼풀만
움직이게 된 저널리스트였던 프랑스의
장 도미니크 보비란 여성이 한 말이 있다.
"고이다 못해 흘러내리는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기묘사화 때 동부승지(同副承旨) 직에
있다가 관직을 박탈당하고 파주에 낙향한
김정국(1485-1542)은 만족함을 모르는 것이
최고의 병이고 최대의 불행이라 했다.
만족할 줄을 알면 인생이 항상 즐겁다
(知足常樂 -노자)라든가, 만족을 아는
사람이 제일 큰 부자다(知足第一富 -불경)라는
말이 있듯 욕심을 버리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의 제1의의(意義) 요건임을
가슴에 다시 새긴다.
-2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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