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경기도시공사 수필공모전에 응모를 했습니다.
23일 금일에 당선작 발표가 났습니다 .
비록 입선에 그쳤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제목: 아내가 해온 목화솜 이불과 며느리가 해온 이불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33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살림을 차린 곳은 임진강이 보이는 경기도 파주시 대덕리 한적한 농촌마을 이었습니다.
그 당시 전세 70 만원에 부엌 하나가 달린 단칸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전방지역이라 겨울이면 날씨가 추워서 첫째 아이를 낳고는 방안에 연탄난로를 피우고 살았습니다.
방안 난로 주위에 철망을 두르고 연통을 연결해서 집 밖으로 연탄난로에서 나오는 연기를 빼냈습니다. 연탄재를 버리고 새로운 연탄을 갈아 넣을 때마다 곤욕을 치릅니다.
갓난아기도 얼굴을 찡그리면서 괴로워합니다. 방안에 난로를 피워도 외풍이 심해서 이불을 겹겹이 덮고 잠을 청하곤 했습니다.
그런 시절이 다 지나고 수십 년 세월이 흘러 아들과 딸이 장가를 가고 시집을 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러한 풍습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 시절에는 여자가 시집을 올 때 혼수품으로 꼭 이불을 가져왔습니다.
집사람이 시집올 때 혼수품으로 두꺼운 목화솜 이불을 두 채를 해 왔는데 한 채는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께로 보내고 한 채는 우리들 신혼방 장롱에 보관을 하였습니다.
수십 년 세월이 흘러갔지만 지금도 여전히 장롱 속에 보관을 하고 있습니다.
이사를 여러 번 다녔지만 무슨 보물처럼 챙겨서 이사 갈 때 가져가곤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니 우스운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솜 이불을 우리 부부가 덮고 잠을 자본 기억이 없습니다.
시골에 계시던 부모님은 한겨울 날씨가 몹시 추워도 며느리가 해온 이불이 아까워서 장롱 속에서만 보관을 해오고 아주 귀한 손님이나 집에 와서 잠을 자고 가면 꺼내 놓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이불을 한 번도 못 덮어 보고 아버님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것이 한이 되어 어머님은 명절 때 자식들 찾아오면 덮고 자게 하려고 멀리 솜틀집을 찾아가 솜틀 기계 옆을 지키고 앉아서 목화솜을 틀고 이 불집에서 두꺼운 이불을 얇은 이불로 여러 채 만들어 왔습니다.
지금은 솜틀집 찾기도 어렵습니다만 예전에는 목화솜 이불을 솜틀집에서 솜틀을 하면 인조 솜으로 바꾸어서 준다는 소문에 우리 집사람도 솜틀집에 목화솜 이불을 가져갔다가 미심쩍어서 도로 가져오곤 했는데 지금은 도시에서 솜틀집 하는 곳을 찾아가려면 멀리까지 수소문을 해야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달에 아들을 장가를 보내면서 며느리가 이불을 해왔습니다.
보석이 박힌 듯 황금빛이 나는 고급스럽게 보이는 얇은 이불세트 여러 채를 가져왔는데
시골에 계시는 팔순 연세의 어머님을 비롯해서 가까운 친척들에게 나누어 드렸습니다.
이번에 아버님 기제사 때 시골 고향집에 내려갔는데 어머니께서 한 번도 덮고 잔일이 없는 손자며느리가 해온 이불을 우리 내외가 덮고 자라고 장롱 깊숙이 숨겨둔 이불을 꺼내 놓으셨습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앞으로는 아끼지 말고 덮고 주무세요.”내가 그렇게 말을 해도 무슨 귀한 보물인 것처럼 생각하시고 지금도 장롱 깊숙이 넣어두고 낡은 이불을 덮고 주무십니다.
나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고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아버님이 나를 낳으시고 늦은 나이에 의무복무를 하러 군에 입대를 하였습니다.
그 당시에 시집을 안 간 고모님이 한 분 계시었습니다. 지금도 살아 계시는데 나에게는 친 고모님은 아니지만 지금도 소중한 고모님이십니다. 일찍 부모님을 여윈 작은집 고모임을 우리 조모께서 돌보고 계시었습니다. 아버님이 3년 군대에 가있는 동안 할머니는 나를 돌보고 어머님이 주로 농사일을 하셨습니다.
내가 어린 시절 우리 고향마을 산비탈에 조그만 목화밭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께서 그 목화밭을 소중하게 생각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고모님 시집보낼 때
어려운 집안 여건 속에서 목화솜 이불이라도 한 채 해서 보내려고 무척이나 애를 쓰신 것 같습니다.
먹을거리가 귀한 시절 고모님께서 나를 등에 업고 목화 다래를 따서 입에 넣어주시곤 했던 기억이 또렷합니다. 목화 꽃이 피면 처음에는 하얀색에서 분홍색으로 변하고 열매가 익으면 그 속에서 하얀 구름 솜이 피어 나오는데 예전에 목화솜을 따다가 씨앗을 분리해서 솜 이불을 만들고 또 무영 옷을 해 입었는데 시골마을 집집마다 물레를 돌리고 배틀을 짜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수십 년 세월이 흐른 지금 고향집 목화밭은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지만 유년시절 추억 어린 그 목화밭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래서 요즘도 나는 목화꽃 피는 계절이 오면 우리나라에서 목화를 키우는 곳을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사진도 남겨보고 그러합니다.
지금은 목화를 솜 이불을 만들 용도로는 재배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근에 목화를 재배하는 곳도 많이 늘었고 서울 영등포 도심에서 목화를 직접 재배해서 지역 목화 축제를 열고 목화 솜 이불 만들기 행사 및 어린아이들에게도 목화씨 빼기와 물레 돌리기 체험을 하는 것을 본 일이 있습니다.
얼마 전 집사람이 며느리가 해온 이불을 함께 장롱 속에 보관을 하면서 자기가 해온 이불에 좀이라도 먹을까 봐서 겉이불을 벗기고 손세탁을 하고 풀을 먹여 빳빳하게 새 이불처럼 만들어서 자신이 해온 이불과 지난달 며느리가 시집올 때 혼수품으로 해온 이불을 나란히 장롱 깊숙이 보관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앞으로 이 목화솜 이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목화솜 이불이 커서 장롱 이불 칸 거의 차지하고 있습니다.
딸내미 시집을 보낼 때 솜틀집에 가져가서 여러 채로 만들어 혼수이불로 보낸다는데
요즘에 얇고 예쁘고 따듯한 카시미론 이불도 많은데 솜이불은 보관하기도 세탁하기도 어려운데 혼수품으로 목화솜 이불을 받는 사람들이 좋아하겠는지 모르겠습니다.
나 역시 이제는 집사람이 시집올 때 혼수로 해온 목화솜 이불을 밤에 잠을 잘 때 덥고 자는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앞으로 20 여년은 더 살아갈지 모르지만
같은 날 같은 시각 집사람과 함께 목화솜 이불 속에 덮여서 하늘나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잔잔한 흐름의 삶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시집올때 친구가 멋지게 미싱자수한 커버에 목화솜이불 걷어치웠습니다ㅠㅠ
무겁고 자리차지만 하기에요
같은날 같은시각 갈수 없으리니
남은분이 추억하게 끝까지 간직해도
좋을것 같습니다ㅡ뭐든 잘버리는ㅡ정아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시구요
츄캬 함니다 ^^
잔잔한 일상을 흐르는 삶속에서
정겨운 모습이 보임니다 ^^
상을 받기위해 글을 쓴것은 아닌데 ,
칭찬 고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수상작인가 봅니다.
"축 우수회원으로 승급 합니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자주 올려 주세요. ~
감사합니다
겨우 입선했습니다
경남 단성 목화 시배지
목화식당에선 지금도 목화를 재배하고 있어요
산행후 들려 추어탕 먹으며
밭에 핀 목화송이를 보면 얼마나 탐스럽고 복스러운지....
한채 털면 여러채 가볍게 다시 재생되는걸로 압니다..
아기 이불 만들면 아주 근사하죠....
수상 축하드리며 좋은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경남단성에 목화재배 하는곳이 있군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세월이 지나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것 일상에 활용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기 어릴 때. 그렇게 추웠다면서
왜 그 이불을 사용하지 안았는지...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었듯이...
수상을 하기위해
그 이불 그렇게 모셔 두기만
하셨나 보옵니다
축하 축하 드리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그렇게 되면 좋으련만 바램입니다 그저
축하드립니다
이런 훌륭한 인재분이
우리 삶방에 계셨군요
어느 집에나 목화솜 이부자리가 한채씩 있지요
처음엔 아끼느라 못 덮다가
지금은 유행에 밀려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갑자기 이불장안이 눈에 선해집니다
인재는 아니구요
아무글이나 자주 쓰다보니 좀 늘기는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ㅎ 우린 아내가 해온 두툼한 솜이불 분해해서
큰딸아이 시집보낼때 재활용했습니다.
나도 딸내미 시집보낼때 그리 해야할것 같은데
받는분이 좋아라 할른지 모르겠습니다
따뜻한 보물!
그때는 엄청 귀중하고 좋은 선물이었지요.
공감 잘 하고 갑니다.
예전에는 춥기도 많이 추웠지요
예쁘지도 않고 무겁기만한
목화 솜이불 장롱만 차지 하고 있어
젊은날엔 그게 좋은줄 모르고
버렸답니다
한참후에 그 이불이 좋은거란걸 알고
쬐끔 후회가 되더라구요
입선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이불 오래 가지고 있었는게 잘한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목화솜 이불이 따스합니다.
한가지 흠이 어르신들이 취급하시기엔
좀 무겁지요ㅎ
묵직한게 누르면 포근함을 느끼지요.
집사람이 해온 목화솜 이불 애용자입니다^^
일상생활에 느낌을 잘 풀어내셨습니다.
에쎄이에 정점을 보여주셨습니다..
입선 축하드립니다^^
무겁고 귀찮아서 나도 잘안덮고 잔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메리크리스마스
감사합니다
우리 목화솜 타서 요두개 이불 두개를 만들어서
요긴하게 잘 쓰고있어요.. 입선을 축하합니다..
솜들집에 가져 갈려고 그럽니다
감사합니다
그때는 얼마나 두꺼운 목화이불을 해왓느냐에 따라서
칭찬도 듣고 나무람도 들었던것 같습니다
지금은 무거워서 못덮고 이불장에 남아 있지만요 ..
목화솜의 아름다운 추억이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네 그런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저희 집에도 목화 솜 이불이 있습니다 ㅋ그리고
님 처럼 똑같이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언제 덮고 깔고 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냥 생각에 그치고 있습니다 ㅋ
예상외로 솜이불을 가지고 계신분들이 많이 있더군요 ㅎ
좋은밤되시구요
요즘 다시 목화솜 이불이 뜬다던데요~^^
실짝 눌러 주는 따뜻한 맛은 목화솜 이불 따라갈게 없어요
요즘 이불은너무 가벼워서..
빳빳하게 풀먹인 이불호청 때문에 생긴 우스개도 생각나구요~^^
너무 무거워 장롱에 넣으려면 숨이 들숨날숨해서 진작에 이불두게 요한개 맹글었어요^^
이불때문에 쓰신 글이 입상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네
좀더 글을 수정해서 응모를 했더라면 아쉬움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