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유리상자 속
바비인형이다.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 한 귀퉁이에
작은 유리상자안에 스스로 자신을 가둬버린 '한다은' 이란 여자가 있다.
그녀는 언제부터 작은 유리상자안에 나 자신을 가두고 살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냥, 문득 정신을 차렸을때 난 감정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아니, 감정이란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 정상인 인형같은 인간이 되어있을 뿐 이다.
[첫만남-]
아무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칠판과 교과서만을 쳐다보며
교사가 내뱉는 지식들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작업을 끝낸 다은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정수기가 있는 휴계실로 향했다.
다은이 복도를 가로지르자
모든 학생들이 다은을 시기 혹은 사심이 담긴 눈빛으로 쳐다보며 쑥댁대지만
다은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무표정한 표정으로 눈과,귀를 모두 닫고 묵묵히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다.
휴계실에 도착한 다은은
자신이 들고온 컵에 물을 받기 위해 정수기로 향했다.
컵 한가득 차가운 물을 채운 다은은 컵을 들고 돌아서다 누군가와 부딪혔다.
그 충격으로 컵속에 가득 담겨있던 물이 다은의 옷으로 다 엎질러졌고,
다은은 무표정으로 젖은 자신의 옷을 바라 볼 뿐이다.
자신때문에 옷을 적신 다은이 자신에게 화를 낼 것 이라 생각했던 현우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다은때문에 당황활 뿐 이다.
현우는 당황한 기색을 급히 감추며 다은을 향해 말했다.
"미안. 나 때문에 다 젖어서 어떡하지?"
"......"
다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채, 그냥 다시 컵에 물을 받고는 교실로 향했다.
다은이 그냥 그렇게 가버리고,
현우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멍하니 다은의 뒷 모습만을 눈으로 뒤쫒을 뿐이였다.
잠시후, 다은의 교실에 어디서 구한 것 인지 모르는 분홍색 담요와 손수건을 든 현우가 들어섰다.
여자반에 등장한, 그것도 학교에서 이름 좀 알려진 잘생긴 한 학년 선배로 인해
여학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술렁이는 여학생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채 현우는 다은에게 다가섰다.
다은은 자신의 곁에 다가온 현우를 아는지, 모르는지 무표정하게 창밖만을 바라볼 뿐이다.
아무런 반응조차 보여주지 않는 다은의 책상앞에 현우가 담요와 손수건을 올려 놓고 나서야,
다은은 현우를 올려다보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다은은 뭐냐는 말 조차 하지 않았다.
현우는 그런 다은에게 머쓱해하며 말을 건네보였다.
"아까, 나 때문에 다 젖었잖아.
이제 좀 따뜻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우리학교 난방도 잘 안해줘서 춥잖아.
여자애들은 추위도 잘타고, 또 넌 좀 갸냘퍼 보이기도 하고.."
머쓱한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는 듯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손을 꼼지락거리는 현우의 모습에
여학생들은 그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 서로의 손을 잡고 알수없는 괴상한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정작, 그런 현우의 어색한 미소를 받는 당사자인 다은은
그런일이 언제 있었냐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현우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릴 뿐 이다.
자신을 단 한번 쳐다보고는 시선을 휙 걷어버린 다은의 행동에
현우는 당황한듯 안절부절 못 할 뿐이다.
"그럼.. 난 그만 가볼게. 수업 잘 들어."
머쓱해진 현우가 교실을 나가고 종이칠때까지 다은은
창밖을 향해 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수업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나서야
다은은 책상으로 시선을 옮겼고, 그제서야 담요와 손수건을 발견한 듯
담요와 손수건을 손으로 만져볼 뿐 이다.
다은은 손으로 한번 쓱- 만져보고는 그것을 비어있는 자신의 옆자리에 올려놓았다.
- - -
[첫만남, 그 이후-]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다은이 점심을 먹기위해 교실을 나서자 기다렸다는 듯 현우가 다은의 팔을 잡아챘다.
(이런식으로 다은에게 현우가 다가온지 벌써, 세달이나 되었다.)
갑작스럽게 전해진 촉각에
살짝 놀란 듯, 다은이 현우를 쳐다보았다.
(사실, 남들이 보기에 다은은 평소와 똑같은 무표정한 얼굴이였을 뿐이였다.)
하지만, 곧 이내 다은은 현우에게서 시선을 떼어 자신의 팔을 붙잡고 있는
현우의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우는 그런 다은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은을 향해 말했다.
"지금 점심 먹으러 가는거 맞지? 밥사줄게."
(다은의 학교는 식권으로 밥을 사먹는다.)
다은은 그런 현우의 말을 듣긴 한건지
아무런 반응 없이 계속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현우의 팔만을 바라볼 뿐 이다.
현우는 그런 다은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다은의 팔을 잡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한 현우는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다은을 앉혀놓고 점심을 받기 위해 자리를 떴다.
다은은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그저 창밖만을 쳐다 볼 뿐이다.
잠시후, A정식이 든 2개의 식판을 들고 온 현우가
다은의 앞에 식판을 내려 놓고 다은의 앞 자리에 앉았지만,
다은은 현우가 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창 밖 만을 바라보았다.
현우는 그런 다은의 모습을 바라보다 다은의 이름을 나즈막하게 불러보였고,
그제서야 다은은 창밖에 두었던 시건을 거두어 현우를 바라보았다.
현우는 그런 다은에게 다은의 앞에 놓인 식판을 가르키며 제스처를 취해보였고,
다은은 자신의 앞에 놓인 식판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만 볼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 다은의 모습에 현우는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다은의 손에 직접 숟가락을 들려주었고,
그제서야 다은은 점심을 먹기시작했다.
- - -
다은은 식판에 놓여있던 음식의 절반이상을 남겼다.
식사를 끝내고 현우는 다시 다은의 팔목을 붙잡고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 문 앞에 선 현우는 잠긴 옥상문의 손잡이를 몇번 돌려보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실핀하나를 꺼내 다은에게 보이며 말했다.
"이거 하나면 이거 금방열려. 잠깐만 기달려봐."
현우의 말대로 현우가 문고리에 실핀을 넣고 몇번 돌리자 옥상의 문을 열렸고,
현우는 웃어보이며 다은의 팔을 이끌고 옥상에 올랐다.
"여기 처음와봤지?
난 답답할때마다 올라오는데."
다은은 무표정한 얼굴로 하늘만 쳐다보았고,
"자자, 그 맨날 보는 하늘 그만 보고 좀 앉아."
현우는 그런 다은의 어깨에 힘을 주어, 다은을 바닥에 앉히고는 곧, 자신도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하늘을 바라보는 다은을 바라보던 현우가
다은과 같은 곳에 시선을 두며 기지개를 힘껏 켜보였다.
"으~~ 따뜻하다~! 따뜻하고 기분 좋지?"
"....네. 따뜻하고 상쾌하고.. 기분 좋네요."
3달전, 다은과 처음 만났을때 부터 옥상에 올라와서.. 아니 방금 그 한마디를 내뱉기 전까지,
단 한번도 다른 어떤 표정을 지어보이거나, 말을 한적이 없는 다은이였다.
그런 다은이 지금 현우를 향해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내뱉은 것 이다.
현우는 놀라움과 감격으로 눈물이 나올 지경이였다.
현우는 하늘에 두었던 시선을 급히 거두어 다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은이 현우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현우는 이게 꿈은 아닐까 싶어 자신의 팔을 살짝 꼬집어 보았다.
아픔이 느껴졌다.
이것은 꿈이 아니였다.
바비인형 '한다은'이 드디어 자신을 향해 마음을 열어준 것 이다.
다은은 살짝 미소를 띄운 얼굴로 현우를 향해 말했다.
"그렇게 살짝 꼬집어서 아픔이 느껴지겠어요?. 더 쎄게 꼬집어야지."
현우는 아무 말 없이 그냥 다은을 끌어안았다.
다은은 아무런 말 없이 그냥 그렇게 현우의 품에 안겼다.
그래. 그녀는 드디어 유리상자를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것 이다.
사랑받지 못해, 사랑 받는게 뭔지 알지 못해서 사랑받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 두려워
자신을 유리 상자안에 가둬두고 다른 사람들로 부터 스스로 단절시켜 버렸던 그녀가..
세상.. 아니, 자신을 사랑해주는,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한 사람과 마주보기위해..
첫댓글 자신을 가두고 살았던 세월이 아까울만큼 그렇게 예쁜 사랑 많이 하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헉ㄷㄷㄷㄷㄷㄷㄷㄷㄷ소설내용정말좋네요 ! 근데제친구이름이한다은인데 .....조금이기적인아이랄까!?ㅋㅋㅋ뭐여주랑딴판이지만 ...
제 친구중에도 다은이가 있답니다ㅋㅋ 그 친구 역시 여주랑은 딴판..ㅋ
헙..글씨가안보여요...
글씨 안보이나여? 전 잘 보이는데;;
ㅠㅠ글씨가 안보여서 도저히 못보겠어요.ㅠㅠ
글씨 안보이나요? 전 잘보이는데.. 작아서 안보이는 거에요?
잘 안보이면 보기>텍스트크기>작게 하면되요 크게하면 정말 크게보임..-_-작게가 적당해요 이글에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