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보고 걸어오는 사람만 보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사람들 많은 곳에서 걸어 다니는 게 두려워요." 광주광역시 동구에 사는 조모(여·63)씨는 지난 2월 금남로 지하상가에서 건장한 체격의 20대 남성에게 부딪혀 크게 다쳤다.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걸어오던 김모(25)씨가 마주 오는 조씨를 미처 보지 못하고 어깨로 친 것이다. 조씨는 오른쪽 대퇴골 골절상을 입고 두 달간 병원 신세를 졌다.
스마트폰에 빠져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걷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찔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좀비 같다고 해서 스몸비(smombie)라고 불린다. 스마트폰 때문에 마주 오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고 어깨로 치는 일이 잦아지면서 '어깨빵'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외국인들은 어깨빵을 '코리안 범프(Korean Bump)'라고 부른다. '부딪치다'는 의미의 범프(bump)와 한국인을 합성한 것이다.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10~20대는 45%, 30~40대는 41%, 50대 이상은 17%가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연령별 스마트폰 이용자 수로 계산하니 1332만명이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인구(5172만명) 가운데 25.8%가 스몸비라는 것이다. 또 한국소비자원이 만 15~60세 스마트폰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61명(36.1%)이 '스마트폰을 보며 걸어오는 사람과 하루에 한 번 이상 부딪힌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몸비(Smombie)란 스마트폰과 좀비(zombie·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시체)의 합성어.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사람을 뜻한다.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운전 중일 때처럼 위험한 상황에서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사람,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사용하는 사람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25%(약 1300만명)가 스몸비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