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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강수물 |
산성강수물이란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이 대기내로 방출된 다음 이 기체상의 산화물질이 구름이나 빗방울 등을 만나서 복잡한 물리적·화학적 반응을 반복하면서(그림 20 참조) 최종적으로 황산이온, 질산이온 등으로 변화함으로써 강한 산성을 나타내는 강수물(비, 눈, 이슬, 우박 등의 총칭) 또는 건조상태의 입자상 물질로서 지구표면으로 강하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물용액의 산도(酸度)를 나타내는 척도로서 pH(페하)라는 값이 쓰이고 있는데 pH값 자체가 물용액내의 수소 이온수를 역대수(逆對數)로 나타내는 값이므로 pH값이 5인 경우에는 pH값이 6인 경우보다 산도가 10배 더 강하다는 뜻이 된다. 즉 pH값이 2인 경우에는 pH값이 4인 경우보다 산도가 100배 더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어떻든 강수물이 지니는 산도의 세기를 나타내는 경우 바로 이 pH값을 사용하고 있는데, pH값이 작을수록 산도는 강하며 pH값이 7인 경우 중성(中性) 그리고 pH값이 7보다 큰 경우 이를 알칼리성이라고 말한다.
<그림 20> : 산성강수물의 생성기구
강수물 속에는 지구상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이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와 화산 분출시 또는 산불 등에서 방출된 이산화탄소 등이 대기내에서 구름입자나 빗물방울에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강수물과 이들 이산화탄소간의 평형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pH값은 5.6정도가 된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강수물의 pH값이 5.6이하인 경우에 한해서 산성강수물이라고 일컫고 있다.
<그림 21>은 기원전 1만 2,500년경부터 1979년까지 스웨덴의 새해안에 있는 G rdj n 호의 퇴적물을 분석하여 호수의 pH값을 역산한 결과인 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극적으로 산도가 강해진 사실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즉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pH값이 6보다 큰 값을 보이고 있었으나 호숫물의 산도가 급격히 산성화된 것이다. 물론 측정장소에 따라서는 주변의 지형, 지질 또는 토양에 의한 영향도 있고 해서 무조건 산성강수물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강수물을 산성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황산화물(강수물의 산성화에 60∼70%정도 기여함)은 공장이나 화력발전소 등 산업시설뿐만 아니라 일반가정에서 널리 쓰이는 화석연료연소에 의한 부분외에도 화산에서의 분연 등 자연현상에 의한 부분도 있다. 한편 질소산화물은 높은 온도에서 연소하는 과정중 공기내에 있었던 질소가 산화된다거나 연료 속에 들어 있었던 질소화합물이 산화되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발생원을 살펴보면 보일러, 연소로(燃燒爐) 등 이른바 고정형 발생원에서 나오는 부분과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 등 이동형 발생원이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림 21> : 기원전 12,500년경부터 1979년까지의 G rdj n 호수의 pH값
대도시에서는 인구가 밀집되고 또 경제활동 등 인간활동이라는 배경이 있기 때문에 교통수단 등 이동성 발생원에서 나오는 발생비율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또 이들 산화물질이 바람 등에 의해서 이송·확산됨으로써 상당히 먼 거리까지 날려 가게 되어 발생원에서 500km 내지 수천km 떨어진 지점에서 산성강수물 형태로 강하한 사실도 관측된 경우가 있다. 특히 북아메리카 대륙이나 유럽에서는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송으로 인한 산성강수물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게 논의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다국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의 삭감배율의 협의 등 국제적인 대처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인류사상 최초의 국제규모 환경회의였던 유엔인간환경회의(UN Conference on Human Environment : UNCHE)를 스웨덴 정부가 유치하여 스톡홀름에서 개최되었는데(1972년 6월) 이것도 독일이나 영국을 발생원으로 하는 이들 산화물질이 장거리 이송된 다음 죄없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산성강수물로 낙하하여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이 고려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1950년대 중반의 대기내 황성분의 농도와 비교해 볼 때 20년 뒤인 1970년대 전반기에는 유럽 전역에서 50% 정도 증가하였고 중부유럽과 남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는 2배만큼 증가하였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 또한 매우 심각했었던 것이다.
이것은 1950년대의 연평균 pH값이 4 내지 4.5인 비교적 강한 산도를 지닌 산성강수물 강수역(降水域)이 고작 벨기에, 네덜란드 및 룩셈부르크를 덮는 정도였으나, 1960년대에는 도이치란트, 프랑스 북부, 영국동부의 섬 및 스칸디나비아 반도 남부까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그림 22 참조). 그 결과 스웨덴에서는 8만 5천여개에 달하는 호수 가운데 2만 1,500개의 호수가 산성강수물의 영향을 받게 되었으며, 이미 산성화된 1만 5천개의 호수중 4,500개의 호수에서는 물고기류가 멸종되고 말았다. 또 노르웨이에서는 2,650개의 호수 그리고 캐나다에서는 4천개에 달하는 호수에서 물고기류가 멸종되었으며, 뉴욕주의 애듸론 데크고원을 중심으로 해서 산재한 약 220개의 호수도 산성화되었던 것이다.
<그림 22> : 산성강수물의 산도증가와 강수역의 확대
다만,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점은 호수의 물고기류가 멸종하는 원인이 다 자라난 성어(成魚)가 산성화된 물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어란이 산성화된 물에 의해서 죽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그 물고기의 종(種)이 멸종되고 마는 것이다. <그림 23>은 담수에 서식하는 수권(水圈) 동·식물의 pH값에 대한 감수성(感受性)을 예시해 주는 것인 바, 뱀장어류의 경우 pH값이 4.5라는 강산성 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림 24>는 산성화된 하천물에 석회를 투입해서 중화시키는 작업을 하기전과 한 후의 송어 수를 크기별로 비교한 것인 바, pH값이 4.5 내지 5.0이던 석회 살포전에는 길이가 11cm 내지 15cm인 송어가 겨우 있는 정도였으나, 석회를 살포한 후에는 pH값도 5.4내지 6.9정도로 높아졌고 송어의 수도 많아졌으며 그 길이도 19cm까지 고르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23> : 담수중 수생 동·식물의 pH값에 대한 감수성
<그림 24> : 하천물에 석회를 투입하기 전과 후의 숭어의 수와 크기의 변화
한편, 철로(기차궤도)가 산성강수물의 세례를 받아 부식됨으로써 기차운행속도를 시속 40km 미만으로 제한했어야 했었던 폴랜드 공업지대인 Katowice에서의 피해라든가(그림 25참조), 자산으로써의 가치가 큰 생산시설이나 구조물(특히 대리석은 산에 부식되기 쉬움) 그리고 고고학적 가치가 큰 유물이나 사적(史蹟)까지 부식시킴으로써 막대한 미적(美的)·경제적 손실을 빚고 있는 것이 산성강수물에 의한 전형적인 피해의 예이다. 가령 아테네 아클로폴리스 언덕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神殿)이나 로마의 유적(그림 26 참조), 독일 쾰른 대성당(大聖堂) 등 역사적 유적과 건조물 및 석상(石像) 등에 대한 피해가 유명하다. <그림 27>은 독일 루르(Ruhr) 공업단지 외곽에 소재한 헤르텐(Herten) 성에 있는 1702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상(石像)의 사진이다. 즉, 우측 사진은 1908년에 촬영한 것이고 좌측의 사진은 60년이 지난 1969년에 촬영한 것인 바 거의 윤곽조차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부식되고 만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25> : 토양의 pH값과 철강의 부식율
<그림 26> : 로마유적의 하나인 콜러시엄(원형 대연기장)
<그림 27> : 독일 무르공업단지 외곽소재 해르텐성에 있는 석상의 산성강수물로 인한 부식
그러나 흔히 산성비의 영향으로 알려져 있는 산림의 피해는 반드시 산성강수물만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지표고도에서의 오존 등 여러 가지 대기오염물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림에 대한 피해는 독일의 슈바르트 발트(검은 산림)나 유럽의 알프스, 네덜란드, 스위스, 영국 등의 경우 전체산림면적의 거의 절반이상이 나무의 황화현상(그림 28 참조) 또는 눈이나 잎을 잃는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그림 29>은 유럽에서의 산성강수물 및 대기오염물질에 의한 1987년도 산림피해 상황을 보여 주고 있는 바, 그 엄청난 피해정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림 29> : 수국의 황화현상. 좌로부터 SO2농도가 각각 0, 0.4, 0.7 및 1.5ppm인 공기에 노출시켰을 경우임(기온 : 주간 20℃, 야간 15℃, 습도 70% 안팎)
또 캐나다에서는 그 나라 특산물인 메이플 시럽(maple syrup)을 채취하고 있는 단풍나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하다고 하는데, 가령 쾨벡주에서는 단풍나무의 90%가 고사했으며, 전국평균 30% 이상의 단풍나무가 다소간의 피해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산성강수물이 미치는 또다른 피해는 준정체(準停滯) 상태(거의 유동하지 않은 상태)의 호수물을 산성화시킴으로써 물고기류에 대한 생태학적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호수물을 저수하고 있는 호수의 밑바닥 지반을 구성하는 토양이나 암석 및 퇴적물 속에 함유되어 있는 유독성 중금속까지도 용출(溶出)시킴으로써 담수의 산성화에 더하여 용출된 중금속에 의한 독성화 현상까지 일으킨다는 가공스런 사실이다(그림 30 참조).
<그림 30> : 토양의 pH값이 작은 경우 토양중 중금속류의 용출량이 증가하는 위험성이 있다.
다소 학술적인 얘기가 될지는 모르지만 눈송이가 빗방울보다는 낙하속도가 느리고 표면적도 크기 때문에 눈이 비보다 대기내에 부유중인 황산화물을 더 많이 부착(附着)시키게 되고 또 세척된다는 주장도 있으나, 기온이 섭씨 0도 이하에서는 눈이 건조하고 결정질(結晶質)로 되어 있기 때문에 황산화물 등의 세척률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는 것을 첨언해 둔다.
어떻든 한국에서의 산성강수물에 의한 영향이 아직까지는 현재화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 세계적 차원에서 본 에너지 수급과 환경문제, 특히 북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문제와 관계시켜서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세계의 에너지 수요가 제2차 석유파동이후 1985년까지는 연평균 1.1% 정도의 신장률을 보이면서 보합세를 유지하였었으나 1986년 이후부터는 연평균 3.3%과는 증가세로 전환하였으며, 특히 한국을 비롯한 선발형 개발도상국인 아시아 각국 및 중국, 북한 등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개발도상국들이 연간 10%이상의 신장률을 보이면서 매우 높은 속도의 이산화황(SO2) 방출량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산성강수물은 황산화물 등의 발생원 근처에서의 국지적 대기오염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는 지역적 내지 국제적 문제로 진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경제개발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과 북한 및 러시아공화국의 연해주지방 등에 둘러 쌓여있는 우리 나라 입장에서는 1979년 1월 UN유럽환경위원회 환경장관 회의에서 체결된 "장거리 월경 대기오염 조약"과 비슷한 국제협약 같은 것을 구상하고 하루빨리 북동아시아 지역내 당사국간의 전향적인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며, 우선적으로 동 지역내 대기오염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관계되는 당사국들의 이해를 전제로 한 참여를 유도하여야 한다고 본다.
<표 4>는 북반구 중위도대에서 우세한 편서풍대에 위치하고 있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주변 각국의 이산화황 발생량을 추정한 값을 총괄한 것인 바 북동아시아 각 개발도상국에서 방출하고 있는 이산화황의 연간 총발생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표 4>는 또 연간 2,000만톤을 웃도는 북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연간 이산화황발생 총량중 약 78.6%가량인 1,620만톤(이 중 50% 이상이 황해 연안지구인 중국 중부지방에서 발생되고 있다)이 중국에서 방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북동아시아 지역내 이산화황 총배출량은 산성강수물에 의한 환경영향이 심각하게 논의되었던 1970년대로 유럽북서부에서의 연간 배출총량인 2,200만톤 내지 2,500만톤에 상당하며, 또 북미 대륙 북동부에서의 연간 배출총량인 2,480만톤에 거의 육박하는 값이기 때문에, 만일 중국과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황함유량이 비교적 많은 석탄에 의존하는 연료정책을 지속할 경우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북동아시아지역의 대기환경문제, 특히 산성강수물과 관련된 문제는 날로 심각해질 것이 뻔하므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따라서 국가를 위해서라는 기치하에 가속화의 길을 더듬고 있는 경제성장 일변도의 의욕적 투자와 노력이 과연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한 결과를 맺을 수 있겠는가 라는 점에서 자성해 보아야 한다고 본다. 최근의 외신기사에 의하면 지금 중국대륙은 온통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점 편서풍 풍하측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 나라로서는 고비(Gobi) 사막에서 2천km 내지 3천km 떨어진 한국에 황사가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불과 2일 내지 3일밖에 안 걸린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공장가동과 가정난방용 연료를 석탄에 크게 의존함으로써 강한 산성비가 내리고 있는 중국이 풍상측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림 31> : 지하 50cm까지의 산림지 토양의 pH값
<그림 32> : 각종 비료가 경작지의 pH값에 미치는 영향
산성강수물은 또 토양의 산성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림 31>은 지하 50cm 깊이까지의 여러 지점에서의 산림토양 산도분포상황을 보여주고 있는데, 토질에 따라서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깊이에 따라 상당히 산도가 작아짐을 알 수 있다. <그림 32>는 이미 시비한 각종 비료가 경작지 토양의 pH값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 주고 있는 바, 해마다 경작지 토양의 산도가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특히 각종 비료에 의한 토양의 산성화에 더하여 산성강수물까지 추가될 경우 그 상승효과는 땅힘의 저하와 농작물 수확량의 감소를 가속화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Ο 우리 나라에서의 산성강수물 문제
우리 나라에서는 1983년 7월말부터 산성강수물에 대한 측정을 개시하였으며 91년말 현재 전국 26개 주요도시에 38개 자동측정소(서울시 관할 5개측정소 포함)를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다(표 5 참조).
도시 | 1985 | 1986 | 1987 | 1988 | 1989 | 1990 | 1991 |
서울 | 5.5 | 5.3 | 5.1 | 5.7 | 5.6 | 5.0 | 5.4 |
부산 | 5.1 | 5.2 | 5.4 | 5.2 | 5.2 | 5.2 | 5.1 |
대구 | 5.4 | 5.4 | 5.3 | 5.6 | 5.3 | 5.7 | 5.9 |
광주 | 6.1 | 6.1 | 5.8 | 5.7 | 5.7 | 5.5 | 5.5 |
대전 | 5.7 | 5.4 | 5.5 | 5.7 | 5.8 | 5.4 | 5.6 |
울산 | 5.0 | 5.2 | 4.9 | 5.1 | 5.6 | 5.6 | 5.7 |
최근 7년간의 강수물 산도는 <표 6>과 같으며 특히 91년도의 산도는 부산이 5.1로서 가장 강한 값을 보이고 있으며 서울은 5.4로 약한 산도 그리고 대구·울산 등의 도시는 5.6이상을 나타냄으로써 정상적인 강수물이 내린 것으로 통계되어 있다. 또 월별 측정결과는 대기오염도가 높은 겨울철 즉 12월과 1월에 대체로 산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표 7 참조). 앞으로 '95년까지는 전국 39개도시 54개소로 확충해서 산성강수물에 대한 측정망을 강화할 계획인바, 보다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측정을 통한 대책마련에 한층 더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