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의 원형,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는
옛날 커다란 사진기 뒷판에 끼우는 우유 빛 유리처럼
대상을 미리 보고 구도를 잡는데 편리해서 그걸 써먹는 화가들이 많았다.
사진기가 나오고 인화한 사진이 생기자
화가들은 ‘밥 줄 끊어지게 생겼네’하고 사진을 배우거나
사진처럼 똑같이 그리기를 기피했다.
인상파: 보이는 대로 그리면 그게 사진이지 뭐야. 나는 내가 느끼는 대로 그린다.
그래서 우후죽순으로 표현주의, 상징주의, 추상화, 입체파, 야수파….
사진사: 나도 느끼는 대로 찍을 수
있다. 그림같은 사진을 찍겠다.
극사실파: 사진이 다 진실은 아녀. 사진보다 더 사진같은 그림을 그린다.
어떤 화가들은, 사진 여러 장 걸어
놓고 느긋하게 그린다.
‘땡볕에
고생할 일 있어?
모델 고생 시킬 것도 없고,
그리다 말고 해 떨어질 걱정도 없고,
그리다가 힘이 들면 쉬엄 쉬엄…’
사진의 출현이 그림을 엄청나게 바꾸었다는 말씀.
호크니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사진만 아니라
건축사들이 도면 그릴 때 사용하는 앱이나
그림 그리기 앱이나,
최신 전자기술은 다 써먹는다는 느낌이 든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그가
나이 먹고 대작 그리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
요즈음 잘 사용한다는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기 체험도 해 볼 수 있다.)
서명만 없으면 피카소작품으로 여길 작품도 몇 점 있다.
130여점이나
되는 전시작품을 보면서 갖게 된 느낌:
1. 그 많은 현대 미술 유파를 어지간히 섭렵,
베꼈구나.
2. 그 많은 현대미술 유파 중에 자기 그림에 잘 맞는 스타일을
용케 잘도 찾아내 그때 그때 써먹었네. (천재다!)
3. 한 가지 찾아냈다고 거기 머물지 않고 잘도 바꾸는구먼.
특히 나는 3번에 한 표.
X 빠지게
노력해서 자기 트레이드 마크 찾는 게 어디 쉽나?
그걸 또 바꿔?
(최고로 존경!)
금년 나이 82세.
이 형님의 끝없는 변신을 찬양하고 싶다.
이수회원 여러분,
이 형님의 기를 싸그리 내려 받읍시다.
미국화가 에드워드 호퍼를 연상하게 하는 작품이 다수 걸려 있는데,
미국 그림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분을 위해
전시회 가기 전에 예습 삼아 아래에 두어 점 올려 둔다.
호퍼의 대표작 'Nighthawks'

같은 화가 '소도시 사무실'

미국화가들도 예전에는 파리에 몰려갔지만
나중에는 미국식 화풍이 생겼다. 파리여, 안녕.
에드워드 호퍼는 대표적인 미국식 화가다.
호크니는 듣지를 못한다.
그래서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적지 않겠지.
그게 뭘 지 우리 5분만 귀 틀어 막고 상상해 봅시다.
위의 두 그림을 보면,
'에드워드 호퍼는 귀가 들렸을까?'
싶을 것이다. 그의 별명은 '침묵의 화가'.
그도 실제 귀머거리인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두 사람의 공통된 분위기가 있다.
호크니는 한 작품 안에서도 현대미술의 수많은 유파를 베끼고 실험해본 듯.
아래 작품은 마티스, 클레, 일본 우키요에(파도 무늬,
아니 아라베스크 또는 우리 당초무늬 같기도 하고 ) 등을
짬뽕한 게 아닌가 싶은 4쪽 병풍인데
병풍 뒷면에도 본인이 뭘 쓰고 다듬어 둔 별난 작품이다.
마치
‘회화도
2차원 예술이 아니네’
라는 듯이.
(작은
팸플릿을 스캔해서 화질이 나쁘니 양해하시기 바람)

-끝-
첫댓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만 이글 씨리즈 읽고 나면 백견이 불여일독!!!
성님,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