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국립극단의 김광보 예술감독 천승세 작 윤미현 윤색 심재찬 연출의 만선
공연작품 만선
공연단체 국립극단
예술감독 김광보
작가 천승세
윤색 윤미현
연출 심재찬
공연기간 2021년 9월 3일~19일
공연장소 명동예술극장
관람일시 9월 11일 오후 3시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의 김광보 예술감독, 천승세 작, 윤미현 윤색, 심재찬 연출의 <만선>을 관람했다.
김광보(1964~)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부산 금성고등학교, 대경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의 연출가다. 2007~2010 서울연극협회 이사, 2008 중앙대학교 연극과 시간강사, 2009 공연예술아카데미 연출과 책임교수, 2009~2011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 2012~2017 한일연극교류협의회 회장, 2015~2020 서울시극단 단장을 역임했다.
1996 문화체육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1999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뙤약볕>, 2007 서울연극제 대상, 연출상 <발자국 안에서>, 2012 히서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 2012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그게 아닌데>, 2014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줄리어스 시저>, 2016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한 한국연극의 주춧돌이다.
천승세(千勝世: 1933-2020) 선생은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났고 소설가이며 극작가이다. 성균관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신태양사 기자, 문화방송 전속작가, 한국일보 기자를 지내고 제일문화흥업 상임작가, 독서신문사 근무, 문인협회 소설분과 이사, 그리고 평론가 천승준의 아우이다.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점례와 소》가 당선, 또한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물꼬》와 국립극장 현상문예에 희곡 《만선》이 각각 당선되었다.
한국일보사 제정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창작과 비평사에서 주관하는 제2회 만해문학상, 성옥문화상 예술부문 대상을 각각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인간이 인간을 찾는 정(精)의 세계를 표현한다. 한결같이 인정에 바탕을 둔 인간 사회의 비정한 세계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작품에 《내일》(현대문학, 1958), 《견족(犬族)》(동상, 1959), 《예비역》(동상, 1959), 《포대령》(세대, 1968) 등이 있다. 단편소설집에 《감루연습(感淚演習)》(1978), 《황구(黃拘)의 비명》(1975), 《신궁》(1977), 《혜자의 눈물》(1978) 등이 있고, 중편소설집에 《낙월도》(1972) 등이 있고, 장편소설집에 《낙과(落果)를 줍는 기린》(1978), 《깡돌이의 서울》(1973) 등이 있다. 꽁트집 《대중탕의 피카고》(1983), 수필집 《꽃병 물좀 갈까요》 그 외 다수 작품집이 있다.
윤미현은 극작가이자 연출가다.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출신이다. 2004년 [통조림] 세계의 문학 중편소설등단, 2012년 [우리 면회 좀 할까요?]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 당선, 2012년 [텃밭킬러]한국공연예술센터 <봄작가, 겨울무대> 작품 선정, 2012년 [평상] 서울연극협회 <2012 희곡아 솟아라> 공모당선 작가다.
젊은 후시딘, 팬티 입은 소년, 우리 면회 좀 할까요, 장판, 궤짝, 택사스 고모, 검은 리코더, 텃밭 킬러를 발표 공연하고, 양갈래 머리와 아이엠에프를 쓰고 연출했다.
심재찬은 깊이 있는 작품 해석과 인간애의 따스함을 함께 지닌 연출가로서 영희연극상과 히서연극상을 수상하였고, <양파>로 베스트7, <유린타운>으로 뮤지컬 대상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금수회의록>, <표류하는 너를 위하여>, <여시아문>, 등을 통해 인간 심리표현에 심혈을 기울여 왔고, 뮤지컬 <틱_틱_붐!>, <유린타운>과 경기소리극 <배따라기> 등을 연출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활동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제1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작인 <침향>(작 김명화)을 연출하여,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 속에 상처받은 인물들의 일상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산울림소극장무대에서 에릭-엠마뉴엘 슈미트의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을 연출하여, 결혼생활이 만들어낸 아이러니의 세계를 직설적이고도 은유적인 시선으로 관객에게 선보였던 그가, 이번에 연출가 임영웅과 함께 공동 연출로 <챙!>을 공연했다. 그 특유의 탁월하고 디테일한 심리묘사를 통한, 한층 더 깊이 있는 연출로 정평이 난 연출가다.
천승세의 <만선>은 어민들의 언어와 삶을 재현한 작품으로서, 1960년대의 희곡으로는 토속성이 강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오직 바다를 운명으로 알고 만선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어부 곰치를 통해서 인간의 삶에 대한 강인한 집념과 끈질긴 도전 의지를 그린 이 작품은, 억센 사투리로 된 절묘한 대사가 인물의 우직한 성격과 잘 결합되어 짙은 향토 성을 보여 줌으로써 한국적 비극성을 한결 돋보이게 한다.
전3막 6장의 비극인 이 작품에는 어민들의 삶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부서 고기 떼의 출현에 만선의 꿈으로 가득 차 있던 곰치는, 자기 이익을 한껏 챙기려는 선주(임제순)이 배를 묶어 버리자 그의 요구대로 다음 날까지 빚을 갚겠다는 각서를 쓰고 난 뒤 배를 빌리나, 폭풍과 풍랑에 아들(도삼이)과 연철이(딸이 애인)를 잃고 자신만 간신히 구조되어 돌아온다. 이에 충격을 받은 곰치의 아내(구포댁)는 실성하게 되고, 마지막 남은 곰치의 희망(어부를 만들겠다고 마음먹고 있던)인 업둥이를 빌린 남의 배에 실어 육지로 보낸다. 이에 곰치는 구포댁과 싸움을 벌인다.
제목인 ‘만선’은 인간이 이루고자 하는 삶의 목표이자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를 상징한다. 곰치는 이것을 성취하려는 욕망으로 행동하고 의지를 발하는 인간의 실존적 초상(肖像)으로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곰치라는 독특한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개성 창조에 성공하고, 그로 인한 인생의 비극을 형상화하는 데 어느 정도 수확을 보았다. 또한 <만선>에는 곰치와 그의 아내 구포댁을 중심으로 한 인간과 자연의 대결, 부성과 모성의 갈등, 인간의 도전과 한계, 희망과 비극이 잘 나타나 있다. 이렇게 바다를 운명으로 알고 살아가는 어민들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강인한 집념, 그들의 욕망과 일상, 그리고 비극적 한(恨)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 <만선>이다.
무대는 마치 파도가 넘실거리는 듯싶은 경사진 무대다. 상수 쪽 양철 슬레트 지붕으로 된 초라한 집이 한 채 있고, 하수 쪽은 여러 개의 말뚝이 세워져 있다. 여기 저기 바위가 있어 출연진이 앉기오 하고 용왕께 기도도 드린다. 배경은 낚시대 같은 대나무를 좌우에 세워놓고, 기를 달아놓았다. 어선의 도착과 출발을 알리는 징소리가 효과음으로 깔리고, 폭우장면을 연출해 내기 위해 엄청난 양의 비오는 장면을 천정에서 무대로 내려오도록 장치를 했다. 연극은 도입에 무녀가 용왕께 제사를 드리는 굿장면에서 출발하고, 마을사람들이 곰치네로 몰려들고, 어촌의 상황이 소개가 된다. 선주의 독단과 그에 응할 수밖에 없는 어부들의 실상이 전개되면서, 돈푼깨나 있다고 젊은 여인에게 눈독을 들이는 남성과 젊은 여인의 연인이 등장하고, 곰치 부부의 일상적 모습, 그리고 만선을 염원하는 곰치의 배가 출항을 한다. 그러나 청명하던 날씨가 갑자기 천둥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면서 결국 곰치의 염원을 실패로 끝이 나고 동시에 아들마저…. 대단원은 곰치부부가 염원를 포기하는 비참한 모습에서 공연은 폭우와 함께 마무리를 한다.
김재건이 범쇠, 정상철이 임제순, 김종칠이 성삼, 김명수가 곰치, 정경순이 구포댁, 조주경이 무당 동네아낙, 김경숙이 동네아낙, 정나진이 마을어부, 이상홍이 도삼, 김명기가 순경 마을어부, 송석근이 연철, 김예림이 슬슬이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물론 연출가의 분위기 창출로 연극은 도입부터 말미까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예술감독 김광보, 무대 이태섭, 조명 신호, 의상 최원, 음악 김철환, 음향 안세운, 분장 이동민, 소품 정윤정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연출력과 조화를 이루어, 국립극단의 김광보 예술감독, 천승세 작, 윤미현 윤색, 심재찬 연출의 <만선>을 전국 문예회관 순회공연이 바람직한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9월 11일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