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시작은 밥 한 끼다.
그저 늘 있는, 아무것도 아닌 식사 자리
접대가 아닌 선의의 대접, 돌아가며 낼 수도 있는
다만 그날따라 내가 안 냈을 뿐인 술값
바로 그 밥 한 그릇이, 술 한 잔의 신세가
다음 만남을 단칼에 거절하는 것을 거부한다.
인사는 안면이 되고 인맥이 된다.
내가 낮을 때의 인맥은 힘이 되지만,
어느샌가 약점이 되고 더 올라서면 치부다
첫 발에서 빼야 한다, 첫 시작에서.
마지막에서 빼려면 대가를 치뤄야 한다.

나는 당한 사람도 당한 사람이지만,
내가 매일 보는 동료들이, 내 옆의 완전 보통 사람들이 이러는 게
난 이게 더 안돼요, 받아들이는 게
저 사람들이 죄다 처음부터 잔인하고 악마여서 저러겠어요?
하다 보니까, 되니까 그러는 거예요
눈감아주고 침묵하니까
누구 하나만 제대로 부릅뜨고 짖어주면 바꿀 수 있어요

소원이 하나 있어요
우리 애가 그 순간 죽은 거였으면.
사고가 났을 때, 버스가 뒤집혔을 때,
그때, 불이 번지기 전에
아무 고통을 못 느끼고 그냥 그 자리에서
즉사한 거였으면
몸이 불에 탄 거는
그 다음이였으면.
하루도 기도를 안한 날이 없습니다
단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어요

지금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브로커짓을 하던 몸을 매개로 쓰던
윤세원씨가 그걸 처벌할 권한이 있습니까?
- 그럼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 뭘 했는데요.

우리나라에 억울하게 자식 잃은 부모 너무 많아
그 사람들이 다 칼부림하나?
당신은 그 사람들도 같이 찌른 거야
어떻게든 제대로 극복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당신이 다 도매급으로 넘겼어

괴물입니다. 그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본인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저는 세상에 더 큰 목숨, 더 작은 목숨은 본 적이 없습니다.
죄인을 단죄할 권리가 본인 손에 있다고 착각한
시대가 만든 괴물입니다.

사고라는 게 원래 1분 1초마다
매번 계속 발생하지 않습니다.
문제없다고 괜찮다고 원칙 무시하다가
어느 날 배가 가라앉고, 건물이 무너지는 겁니다.

사람들 다 거기서 거기예요, 막 죽일 새끼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고.
그냥 흐르는대로 사는 거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이야.
이마에 좋은 사람 무서운 사람 써 붙여놨으면 좋겠어요.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에 맞장구치는 사람들은
자기가 지금까지 다른 여잘 적으로 대해온 게 아닐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이유로 선택을 빙자한 침묵을 강요받을까요?
난 타협할 수 없어요. 난 타협 안 합니다.


봐, 니네 엄마 팔 어딨는지 보라구
자식한테 쪽팔리단 소리 들으면서 니네 엄마 뭐하고 있는지 보라구
너 그러고 누워있는 동안 너네 엄마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너 살려주려고 범인이 얼마나 애 썼는 줄 알아?
넌 그나마 그런 범인 아니였으면 남의 집 화장실에서 죽었어
그렇게 다시 얻은 생명이야 이렇게 쓰고싶어?
너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성매매 하다 죽는 줄 아니?
뉴스에도 안나와 너무 많아서
너 하늘이 살려준 애야 절대 잊지마

썩은 데 도려낼 수 있죠
그렇지만 아무리 도려내도 그 자리가 또 다시 썩어가는 걸
전 8년을 매일 같이 목도해왔습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왼손에 쥔 칼로 제 오른팔을 자를 집단은 없으니까요
기대하던 사람들만 다치죠.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 현실은 대다수의 보통 사람은 그대로 안전할 거란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붕괴된 후다. 사회 해체의 단계다.
19년, 검사로서 19년을 이 붕괴의 구멍이 바로 내 앞에서 무섭게 커 가는 걸 지켜만 봤다. 설탕물밖에 먹은 게 없다는 할머니가 내 앞에 끌려온 적이 있다. 고물을 팔아 만든 3천 원이 전 재산인 사람을 절도죄로 구속한 날도 있다.
낮엔 그들을 구속하고 밤엔 밀실에 갔다. 그곳엔 말 몇 마디로 수천 억을 빨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난 그들이 법망에 걸리지 않게 지켜봤다. 그들을 지켜보지 않을 땐 정권마다 던져주는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받아 적고 이행했다. 우리 사회가 적당히 오염됐다면 난 외면했을 것이다. 모른 척할 정도로만 썩었다면 내 가진 걸 누리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 몸에서 삐걱소리가 난다. 더 이상 오래 묵은 책처럼 먼지만 먹고 있을 순 없다.
이 가방 안에 든 건 전부 내가 갖고 도망치다 빼앗긴 것이 돼야 한다. 장인의 등에 칼을 꽂은 배신자의 유품이 아니라 끝까지 재벌 회장 그늘 아래 호의호식한 충직한 개한테서 검찰이 뺏은 거여야 한다. 그래야 강력한 물증으로서 효력과 신빙성이 부여된다.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기본이 수십, 수백의 목숨이다.
처음부터 칼을 뺐어야 했다, 첫 시작부터.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다. 수많은 사람의 피. 역사가 증명해 준다고 하고 싶지만 피의 제물은 현재 진행형이다. 바꿔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아 판을 뒤엎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론 이미 치유 시기를 놓쳐다.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누군가 날 대신해 오물을 치워줄 것이라 기다려선 안 된다. 기다리고 침묵하면 온 사방이 곧 발 하나 디딜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
첫댓글 비숲1 못잃어 사랑해
비숲1은 존나 명작이야......
여진이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는다. 저렇게 정의를 추구하던 사람이 본청으로 파견가서 맞닥뜨리는 게 정의롭지 못 한 것이라서...
이창준의 유서는 언제봐도 가슴이 미어져...
하 쉬발 사랑해
죽을 줄 알았잖아!!!!!!!!!!!
우리 오빠 살려내액!!!!!ㅔ
난 첫번째 이창준 저 밥한끼 못잊어 진짜
기절...
말랑말랑 했는데.....
하..진짜 명작
만화가는 무엇을 그려도 좋다. 단 하나만 빼고. 사람의 기본 인권을 해치는 것. 만환데. 그냥 그림일 뿐인 만화도 지키려고 애쓰는 걸 우리가 흔들어선 안 돼.
ㅠㅠㅠ 인정
안 무너집니다. 이거랑 끌어주시죠 ㅠㅠ 이거도
진짜 유서가 최고다
이창준 캐릭터 평가랑은 별개로 내 최애...
대사 하나하나 너무 멋있다 ㅠ
나는 아니요 안 무너집니다 이게 엄청 강렬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