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개의 이그노벨상이 ‘다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을 이룬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이마 알려진 대로 ‘이그’는 놀랍도록 바보 같은 일을 해낸 사람들에게 영예를 수여한다. 일부는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수상자 대부분이 과학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다. 에일 맥주, 마늘, 사워크림이 거머리의 식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노르웨이 생물학자들과 대합조개에 우울증 치료제 프로잭을 투여한 미국인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고양이 귀에 서식하는 진드기를 자기 귀에 넣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주의 깊게 기록한 뉴욕의 수의사도 있다. 실험을 통해 물이 무엇인가를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프랑스 생물학자와 코스타리카에 서식하는 다양한 달팽이들의 미각을 테스트한 캐나다 교수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비스킷을 차에 적시는 최상의 방법을 측정한 영국의 물리학자, 사람은 정말로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 호주의 동기 부여 강사, 합동 결혼시킨 커플이 100만 쌍에 달하는 한국의 종교 지도자가 상을 받기도 했다.
경제 관련 업적으로 수상한 이들도 있다. 영국에서 가장 유서 깊은 은행을 파산시킨 남자와 칠레 국민 총생산을 0.5퍼센트나 깎아 먹은 무역업자도 상을 받았다. 죽음과 세금이 기묘하고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미국 경제학자들, 정크 본드의 아버지, 근대 서양식 보험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런던 로이즈에 일대 혼란을 일으킨 투자자들에게도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잃어버렸다고 상을 받은 이들도 있다. 달의 뒷면에서 1만 6천 미터 높이의 건물들을 발견한 아마추어 과학자와 낙서의 일종이라 믿고 고대 동굴 벽화를 말끔하게 지워버린 프랑스 보이스카우트도 상을 받았다. 환자들의 직장(直腸) 안에서 발견한 물건들을 종합적이고도 역사적으로 조사한 외과의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의학적인 업적으로 상을 타기도 한다. 5년 동안이나 자기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고 거기에서 나는 악취를 맡은 남자와 그를 치료한 의사들이 대표적이다. 키와 음경 길이, 발 크기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캐나다 의사들, 코 파기가 젊은이들의 공통된 활동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인도의 정신 의학자, 글래스고에서 일어난 변기 붕괴 사건을 상세하게 기록한 스코틀랜드의 의사들에게도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종의 번식과 관련하여 상을 받은 경우도 있다. 성관계를 맺고 있는 커플의 생식기를 세계 최초로 MRI 촬영한 네덜란드 연구팀, 여성의 출산을 돕기 위해 원심력을 이용하는 기계를 발명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아이가 없었던 나이 지긋한 부부가 대표적이다.
예술 관련 업적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들도 있다. 정원을 장식하는 데 쓰는 분홍색 플라스틱 홍학을 만든 사람, ‘동물 왕국의 생식기들’이라는 고전적인 해부학 포스터를 만든 사람, 엘리베이터 음악이 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심리학 교수들, 피카소와 모네의 그림을 구분하게끔 비둘기를 훈련한 일본 심리학자들도 상을 받았다.
문학 부문에서 상을 받은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열 쪽짜리 과학 논문을 함께 쓴 976명의 공동 저자, <형언할 수 없는 공포에 대한 방어 기제로서의 방귀>라는 논문을 쓴 이탈리아 심리학자, 정크 메일을 세상에 널리 퍼뜨린 필라델피아 사업가, 은퇴한 후 아포스트로피 보호 협회를 설립한 편집자가 있다.
이그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려고 기를 쓴 이들도 있다. 상대방의 뒤뜰에서 핵폭탄을 터뜨린 국가 지도자들, 군인들에게 포탄 발사를 중단하고 대신 입으로 ‘빵’ 소리를 내라고 명령한 영국 해군, ‘스탈린 월드’로 알려진 테마파크를 만든 리투아니아의 버섯 거상, 동작 탐지기와 화염 방사기가 달린 자동차 도난 경보기를 발명한 남아프리카인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이 밖에도 무궁무진하다.
…이 독특한 시상식에는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이 시상자로 참석해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에게 상패를 건넨다. 이 순간은 정말 마법과도 같다. 마치 정반대 편에 있는 우주의 양쪽 끝이 만나 서로 손을 잡는 것 같은 순간이니 말이다. 이 순간 노벨상 수상자와 이그노벨상 수상자는 즐거움과 경이로움에 가득 찬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본다…”
위의 내용은 <이그노벨상 이야기>라는 책에 이그노벨상 가이드라는 제목의, 일종의 서문 가운데 일부이다. 아닌게아니라 서문이 30쪽 정도로 무척 길다. 위에 발췌한 것이 아주 일부분, 그러니까 3쪽 정도의 분량이니 전체 분량을 짐작하리라.
문제는, 나 같은 독자로 하여금 서문을 보고 책을 집어 들게 한 것까지는 좋은데, 꼬시는 글을 보고 입문하게 했으면 계속 재미있는 내용이 전개되어야 좋았을 것을 서문에서 소개한 사례들의 느슨한 추가설명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 길게 끈 서문이 하고픈 이야기 대부분을 했으니 셀프-스포일러(self-spoiler)가 되어버렸다. 완벽한 자충수 혹은 자뻑이다.
내가 접한 짧으나 강렬한, 외우지는 못하지만 잊을 수 없는 서문이 있다. 文豪 헤밍웨이가 “미국의 모든 현대 문학이 이 한 권에서 비롯되었다”고 극찬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열면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온다.
경고문
이 이야기에서 어떤 동기를 찾으려고 하는 자는 기소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고 하는 자는 추방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플롯을 찾으려고 하는 자는 총살할 것이다.
────지은이의 명령에 따라
군사령관 G. G.
첫댓글 <경고문>
오늘부터 개방 출입 등한히 하는 자는 기소할 것이다.
오늘부터 글 읽고 댓글을 달지 않는 자는 모두 추방시킬 것이다.
오늘부터 개방 출입 흔적을 남기지 않는 자는 보신탕 집에 보낼 것이다.
----쥔장의 명령에 따라
미친개 B.M
캿! ^&^.
버마가 버거와 헷갈리니 BM으로 바꾸는구나..ㅋ
B.M의 말을 따르는게 순리라 생각하고 댓글을 달았음.ㅎ
존경스럽다.티무르야~!
작은 글씨를 보면 눈물이 난다.
눈팅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뛴다.
교준님이시어 이광신도두 띠구나믄 눈이훤하옵나이다~
이그노벨상이 있었다는게 신선한 충격이네~~ 낙서라고 믿고 지웠다는 보이스카우트가 그때 얼마나 황당했을까... 지옥과 천당을 왔다갔다 했을듯~
얼마전부터 톰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핀의 모험 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 가득했는데 , 여기 보니 더 읽고 싶어지는군, 당장 읽어야 겠군 , ㅎ. 그런데 내가 옛날 만큼 재밌있어 할까? 나는 요즘 거의 매일 먹다시피 하는 카페라떼를 반값에 먹는 방법을 알아냈어, 나름 상 받을만 하지? ㅋㅋ
바닐라라떼도 반값에 먹을수 있는겨? 그럼 살짝 귀뜸좀...ㅋ
@풀잎 집에서해먹음공짜아녀~^^
깊은바다와 같은 티물의 지식~~햐 ㅎ
글읽기싫어하는나두 티물글은열심히읽고잇지....
ignonle + marathon = 나에게 igmarathon = 종단 ,횡단 , 남극, 북극, 섭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