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에세이
욕쟁이 할매표 벼락국수
햇살에 우리고
달빛에 재운 국물에다
바람에 묻혀 만든 국수를
리어카에 싣고 새벽을 달려
시장 입구에 들어서는
욕쟁이 할머니표 벼락국수를 먹기 위해 시장 사람들은 모여들기 시작하는데요
나무판자로 얼기설기
덧대어 놓은 리어카 위에
연탄불에서 펄펄 끓는 찜통을 앞세우고 나온 할머니는
새벽을 열고 나오느라 아침 끼니조차 잊고 나온 시장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 주기 위해 이 상점
저 상점을 헤매다니고 있었는데요
"할매요…
벼락국수 두 그릇만 주세요…."
"여기는 벼락국수 세 그릇이요"
상점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오늘도 어김없이 욕부터
나오는데요
"이 시불알놈들아…
주민등록증 대신 골다공증 나온
이 늙은이를 부려 먹고 싶나"
"아임미더 할매요
제가 받으러 나갈게예"
단돈 이천 원의 행복을 전하러
오늘도 리어카를 끌고
나온 할머니는
국수 한 젓가락으로
배고픈 허기를 달래고
국물 한 모금으로 하루를
시작할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턱 밑에 고달픔을 숨겨두고
나오신 거라는데요
좁다란 리어카를 둘러싼 사람들이
올망졸망하게 붙어 바쁜 일상을 시작하기 위해 벼락같이 먹고 가는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굽어보고 있던 할머니에게
"어제는 와 안오셨심미꺼
배고파 죽는줄 았았심더"
"이놈의 몸뚱아리가
고장이 나뿟다"
"지는 마 할매가 말아주는
국수가 최고 맛있심더"
"문디 지랄을한다 ...
저놈이 내 죽어 뫼똥에 와서도
국수 끓여달랄 놈이네 그려…."
"할매요..
깍두기도 좀 더 주이소"
"지는 물 좀 주이소"
"지랄을 돌림노래로 한다
그 옆에 있으니까네
너거가 퍼무라"
시장 사람들은
욕 한바가지 까지 먹고 나도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돈도 알아서
돈통에 척척 넣어주질 않나
먹은 것도 설거지통에 척척 넣어주고 가는
딴 곳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
사라져 갈 즈음
새벽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 할머니는
"요 온나..
벼락국수 한 그릇
퍼떡 먹고 가라"
하루 일당 벌로가는 사람들이 모여든 틈으로 벼락국수
한 그릇을 내밀어 주는
할머니에게
"잘 먹겠습니다"
"그래 그래….
젊은 날 고생은 훗날 보면
다 밑천이 되는 기다"
"예 할머니…."
할머니는 하나 둘 새벽을
달려나간 사람들의
빈자리를 채우러 나온
환경미화원 할아버지를
불러 세우더니
"요 와서 뜨신 국물에
국수 한 젓가락하고 가이소"
번번이 얻어먹는 게 미안해서인지
바쁜 척 다시 길을 나서려는 할아버지에게
"팔다 남은 거 버릴 수도 없고 우야노"
그말에 슬며시 가던 걸음을 멈추고
포차 앞으로 걸어오는 할아버지에게
두 그릇 같은 한 그릇으로
담아 내어준 할머니는
오늘 할 일을 다한 햇님처럼
웃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새벽을 달려 나와 아침을 따라 들어가신 할머니의 포차가
땅거미 내려앉은 어둠을 따라
다시 나타나고 있었는데요
"할매요.. 인자 저녁 챙겨주러 나오셨나보네예?"
하루를 번갈아 오고가는
해와 달처럼
새벽과 저녁을 오고가는 할머니는
하늘 한 번 쳐다볼 시간도 없이
뛰어다니는 우체부 아저씨를
불러 세우고는
"요 와서 얼른 벼락국수
하나 먹고 가이소"
살뜰히 챙겨주는 할머니의 온정에
후다닥 벼락국수를 먹고 간 자리에
땡볕에 금 간 주름을 지우러
밤 별들을 지팡이 삼아 폐지를
주우러 나온 할머니에게
"할매요.. 요들어와서 벼락국수
한 그릇 뚝딱하고 가이소"
"번번이 미안해서리..."
"많이 잡숫고 기운 내이소
오지 않는 자식들 생각하며
몸 축내지 마시고 건강한 게
사는 게 알고보면
자식들 뒷바라지 하는 거
아인미꺼 "
폐지 줍는 할머니는
누군가 씹다 버린 애먼 달을
단무지 삼아 젓가락질을 해대더니
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넉 장을 내밀며 말하고 있었는데요
"할매요..그동안 제가 먹은 게 이 돈으로 어림도 없지만도 이틀
폐지 주워 판돈이 이게 전부네요"
"그냥 넣어 뒀다가
아플 때 병원이나 가보이소"
"자꾸 신세 져서 어쩐미 꺼"
"늙은이 마음은 늙은이가 안다고
마음 쓰지 마이소"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만 원망하다
멀어진 할머니가 서 있던 자리에
무뚝뚝한 걸음으로 다가선
남자를 보며
"니도 국수 처먹으러 왔나?"
"언지예….
약 처먹으로 왔심더…."
배고픈 서민들에겐
국수가 약이 되고
하루 설움을 씻겨내 주는
눈물이 된다는 걸 알게 해준
할머니를 보며
"할매요.
와 이리 사는 게 힘듬미꺼"
"오늘 힘들면 내일은 괜찮겠지
하고 버티는 게 우리 같은
서민들 아이가"
넘어가려는 달을 붙들고 술잔을 기울이듯 국수 국물을 들이킨 남자에게
"뭘그리 움켜쥐고 있노
다 놔야 다시 쥘 수 있는 법이데이"
"할매한테 국숫값 드린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네예"
"기억도 안 나니까
그냥 넘어가자"
남자는 낡은 칠판에 빼곡히 적혀있던 자신의 아름이
사라진 걸 보고는
할매요 ..
내 이름이 어디 갔뿌심미꺼
"내가 다른 사람 이름을 지운다는 게
실수로 니 이름을 지았뿌다"
"그럼 우짠미 꺼?"
"우야 긴….
그땐 생까는기지"
"할매예….흑흑흑…."
할머니는
그렇게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워 주고 계셨습니다
얼마 후
깊어지는 어둠을 따라 팔다남은 연탄을 실을 낡은 고물 트럭을 끌고 나타난 노인에게 낡은 수첩 안에 든
돈을 건네준 할머니는
"오늘 많이 힘들었지요?"
"평생을 해온 일인데요. 뭐"
"고생 많으셨는데
벼락국수 한 그릇 하이소"
"그나저나 올해는 살기가 퍽퍽해
추운 겨울을 다들 어찌 날려나 걱정했는데…."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의 언덕을 오르내리며
연탄 오백 장을 달동네 사람들 집집마다 나누어 주고 온 노인이
"올해도 좋은 일 하셨네요
벼락국수 할머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구먼유"
"나눔이 아디 착한 사람만 하는 김미꺼 아무나 하면 돼지…."
"사람들이 누가 주는 거냐며
어찌나 꼬치꼬치 묻는지 얼버무리느라 혼났습니다"
이 세상에 나누어 줄 게 없는
사람은 없다며
세상 좋은 웃음을 턱밑에 걸어두고는
저 멀리
짙은 달빛에 물들어 가는
달동네 굴뚝마다 피어나는
하얀 연기를 바라보며
한 해에 물든 노고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나눔을 위해 내미는 손은
보이는 손보다 보이지 않는
손이 더 아름답다며….
펴냄/노자규의 골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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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띠방
●욕쟁이 할매표 벼락국수●
송암잠실
추천 0
조회 209
24.10.05 08:09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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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입니다 ~
욕쟁이할머니의 정이 깊네요^^
가슴 찡한~
이야기 이지요~^^
우리가 한번만더
뒤를 돌아보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곳이 너무도 많습니다
어려울때 온정의 손길이
그들 인생에 얼마나 소중한 밑거름이될까
생각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복사금지를 해놓으시면
퍼갈수 없겠어요 ㅎ
그래요~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지요~
이런분들 에게는
따뜻한 말한마디~
조그만 도움도
희망이되고 살아갈
용기가 되지요~^^
따듯한 할머니
벼락국수 먹고 싶네요 ~^^♡
그래요~
정말 마음이 따뜻한
할머니지요~
이 할머니표 국수는
사랑이 듬뿍 들어서
더맛이 있을것 같아요~^^
다른사람들 한테는
한그릇의 국수가 밥이되고
희망이 되고 약이되는데
욕쟁이 할머니는 그걸보며
기운을 얻겠네요
마음짠한 좋은글
고맙습니다^^
정말 마음 짠한
글이지요~
이런 할머니 덕분에
이세상은
살만 하지요~^^
댓글 감사 합니다~^^
벼락국수가 아니고
축복국수 입니다....아멘
백호 친구!
오랫만이네요~
맞아요~
어려운 사람들 에게는 축복국수 지요~^^
송암 양평으로 점심 하러가는중에
전철안에서 글 읽다보니 눈물이 핑도네
내도 이제 년식이되니 쪼매 슬픈거만 봐도
핑해요 젠장 창피하게 시리 ㅎㅋㅎㅋㅎㅋ
양평에 맛있는것
먹으로 가나보네~ㅎ
슬픈사연을 보고
눈물이 핑~
도는것은 아직
감정이 메마르지
않았다는 증거라네~ㅎ
나는 오늘 친구들과
태국 치앙마이로
여행 갈려고
인천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에서
답글 쓴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