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일평생 게이로 살아왔다. 이제 내 비밀을 털어놓았으니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이다."
미 육군 참전용사였으며 뉴욕 소방관으로 은퇴한 에드워드 토머스 라이언이 지난 1일(현지시간)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는데 8일 얼바니 타임스 유니언에 실린 자신의 부고를 통해 평생 간직한 비밀을 털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고 USA 투데이가 13일 전했다. 우리에게는 낯선 모습인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자신의 부고 기사를 미리 정리해 기고하는 일이 적지 않게 있다. 마침 성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되새기는 '프라이드 달'(6월)의 첫날 세상을 떠난 그의 부고는 더욱 많은 관심을 끌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부음을 통해서야 커밍아웃을 하게 된 것은 성적 소수자(LGBTQIA+)들이 커밍아웃 후 어떤 차별과 멸시, 편견에 시달리는지 지켜봤기 때문에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난 쫓겨날까봐 두려웠다"고 했다.
라이언은 또 평생의 짝을 찾을 수 있었으며, 둘은 둘만의 사랑을 간직했지만, 마침내 진실을 털어놓음으로써 궁극적으로 편안히 눈감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고인은 생애 거의 대부분을 뉴욕의 번잡한 동네 렌셀라에르(Rennselaer)에서 살았다. 육군 대령으로 예편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주 정부의 피해 복구 노력에 함께 한 공로로 국가방위서비스 메달과 자유 수호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트남 참전용사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그리고 알바니에 있는 라디오 방송 WHRL-FM의 공동 소유자였다.
그의 부고는 친척들 이름을 좍 나열한 뒤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고백할 것이 있다고 밝혔다. "나는 여러분에게 한 가지만 더 말해야겠다. 나는 일평생 게이였다. 중학교 때도 고교 때도 대학 때도 일생에 걸쳐 그랬다. 나는 노스 그린부시에 사는 폴 카바그나로와 사랑하고 돌보는 사이였다. 그는 일생의 사랑이었다. 우리는 대단한 25년을 함께 했다. 폴은 1994년 의료 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나는 폴 옆에 묻힐 것이다."
부고는 이어진다. "게이로서 커밍아웃할 용기를 내지 못해 유감이다. 나는 가족과 친구들, 직장 동료들로부터 쫓겨날까봐 두려웠다. 나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봤기 때문에 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제 내 비밀은 알려지게 됐다. 나는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이다."
그의 부고를 본 미국 전역의 많은 이들이 격려의 댓글을 남겼다. 아울러 고인과 폴이 살면서 조금 더 행복한 시간을 누리지 못한 점을 슬퍼하는 이도 있었다. "당신이 세상에 알린 모든 좋은 것들에 감사하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숨겨야 했던 것도 유감스럽다. 당신의 연인과 영원히 함께 하며, 당신이 온전한 모습 그대로 지냈으면, 많은 이들이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다."
"사과할 것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고, "당신이 진정한 자아로서 살 수 없었던 점이 안타깝지만, 이제라도 사랑하는 폴과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해서 나는 당신이 친구가 많지 않다고 상상할 일이 없다고 확신한다."
이런 댓글도 있었다. "나는 74세 게이 남성이다. 에드워드가 겪은 것과 똑같은 여건에서 자라났다. 에드워드가 평생의 사랑을 간직해서 기뻤다. 폴과 25년을 함께 한 뒤 이제 영원히 함께 있게 됐다. 둘 다에 은총이 있길."
가족들만 참석한 채 장례를 간소하게 치렀다. 많은 이들이 참석하는 장례 일정이나 금품이나 꽃을 보낼 주소는 제시되지 않았다. 비록 고인은 지켜볼 수 없지만, 라이언의 유지가 크고 분명하게 더 넓게 더 멀리서도 들리게 됐다고 신문은 지적했다.